《김지원의 까까오톡》
비속어, 친밀감 높이기도 하지만 눈살 찌푸리게도
박지민 아나, 공식석상서 불필요한 비속어·은어 사용
쇼호스트 정윤정, 욕설 사용으로 퇴출
친근감 표현의 수준 지켜야
배우 한석규(왼쪽), 박지민 MBC 아나운서. / 사진=텐아시아DB, 웨이브


《김지원의 까까오톡》
'까놓고, 까칠하게 하는 오늘의 이야기'.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가 연예·방송계 이슈를 까다로운 시선으로 신랄하게 비판합니다.


"재수 없다."26일 SBS 새 금토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3' 제작발표회에서 한석규가 후배들에게 도움이 되는 이야기를 하고 싶지만 너무 많이 하면 질린다는 취지로 한 말이다. 속된 단어를 사용했지만 선배로서 따뜻한 마음과 애정이 담긴 말은 모두가 폭소를 터트릴 만큼 재치 있었다.

이처럼 은어, 비속어는 사람들 간 '정'을 드러내는 수단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공사를 구분 못 하는 '선' 넘는 욕설과 비속어는 눈살만 찌푸리게 한다.

25일 열린 OTT 플랫폼 웨이브의 '2023년 웨이브 콘텐츠 라인업 설명회'에서 진행을 맡은 박지민 MBC 아나운서는 공식 행사인지 회식 자리인지 구분 못 하는 '실언'으로 설명회 분위기를 망쳤다. 웨이브 콘텐츠 중 하나인 '피의 게임' 시리즈 출연자이기도 한 박 아나운서는 '피의 게임2' 출연진이 등장하자 "다들 와꾸가 멀쩡하다"라고 말했다. 와꾸는 얼굴을 지칭하는 은어. 한 기업이 그 해의 계획을 설명하는 중요한 행사에서 진행자이자 아나운서가 농담 삼아 할 말은 아니었다.이외에도 박 아나운서는 무대 아래 싸한 분위기를 개의치 않고 '삐댔다', '뽕을 뽑는다' 등 서슴지 않고 비속어도 내뱉었다. '피의 게임2' 출연자인 덱스가 러브라인에 관해 이야기할 때는 "(러브라인이) 너냐?"라며 대뜸 반말을 하기도 했다. 다른 웹 예능에서 폭로로 논란이 있었던 출연자 파이에게 취재진이 질문을 하자 박 아나운서는 "대답 안 하셔도 좋다"며 자체 차단하기도 했다.

설명회 초반 실컷 실언을 내뱉은 박 아나운서는 약 3시간 진행된 설명회가 끝날 때가 돼서야 사과하고 내뺐다. 그는 '제작발표회 진행이 처음'이라는 핑계를 대며 "'피의 게임2'에서 친했던 플레이어를 만나니 흥분했던 거 같다. 미숙했던 부분 사과한다. 너른 양해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제작발표회 진행이 처음일지라도 공식적 자리에서 과도한 '친목질'과 불필요한 비속어, 은어 사용이 무례하다는 건 상식적 일이다.

최근에는 쇼호스트 정윤정이 생방송 중 욕설을 해서 구설에 올랐다. 지난 1월 정윤정은 현대홈쇼핑에서 생방송 중 판매하던 화장품이 일찌감치 매진됐는데도 방송을 조기 종료하지 못하는 상황이 되자 "씨X, 나 놀러 가려 했는데"라고 말했다. 제작진이 발언 정정을 요구했는데도 정윤정은 "뭘 정정해야 하나. 나 정정 잘한다. 방송 부적절 언어 사용? 뭐 했냐. 까먹었다. 예능처럼 봐 달라. 홈쇼핑도 예능 시대가 오면 안 되냐"라고 뻔뻔한 반응을 보였다.

이후 정윤정의 태도는 문제를 더 키웠다. 정윤정은 "나를 싫어하나 보다. 내 방송 보지 마라"고 도리어 화를 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 문제로 삼아 정윤정은 뒤늦게 태세를 바꿔 사과했다. 하지만 정윤정은 현대홈쇼핑에서 퇴출당했다.

'욕쟁이 할머니 식당'을 두고 사람들은 구수하고 푸근한 매력이 있다고 한다. 욕설, 비속어, 은어에는 사람들이 살아가는 맛이 있다. 속된 말은 경직된 분위기를 누그러뜨리기도 하지만 정도가 과하면 분위기를 망가뜨린다. 격이 없는 것과 품격이 없는 것은 다르다. 공사를 구분해야 하는 자리에서 한석규의 말은 '위트'가 되고 아나운서 박지민과 쇼호스트 정윤정의 말은 '무례'가 된 이유다.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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