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월한 입담으로 홈쇼핑계를 주름 잡았던 '스타 쇼호스트'들이 줄줄이 업계에서 퇴출 당하고 있다. 가벼운 언행이 문제가 되면서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칼을 빼든 결과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산업 지형이 변화한만큼 홈쇼핑 대신 라이브 커머스로 둥지를 옮기면 그만이라는 지적도 많다.
'완판 쇼호스트'로 불리던 유난희가 CJ온스타일에서 무기한 출연 정지 처분을 받은 것으로 18일 알려졌다. 이날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광고심의소위원회를 열고 CJ온스타일에 법정 제재 '주의'를 의결했다. 이에 CJ온스타일 관계자는 유난희에 대해 "무기한 출연 정지를 결정했다"고 말했다.'억' 단위의 매출을 자랑하던 유난희는 이제 홈쇼핑계에서 볼 수 없게 됐다. 그는 2월 4일 방송된 CJ온스타일 화장품 판매 방송에서 고인 개그우먼 박지선을 떠올리게 하는 발언을 해 도마 위에 올랐다. 유난희는 화장품을 소개하면서 "모 개그우먼이 생각났다. 이 제품을 알았으면 좋았을 텐데"라고 말했다. 고인이 생전 피부병으로 힘들어 했다는 사실을 떠올리게 하는 발언이다. 악의가 없더라도 유가족들이나 팬들에게는 상처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따랐다.
유난희도 문제 제기가 잇자 사과했다. 그는 "누군가를 연상케 해서 또 많은 사람의 마음을 아프게 한 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사랑하는 후배였고, 그녀가 떠났을 때 누구보다 마음 아파했고 그리워했다. 그 그리움이 방송 중에 아쉬운 감정으로 나온 한마디가 여러분에게 상처가 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누리꾼들의 시선은 여전히 싸늘했다. 제품을 팔기 위해 고인을 굳이 언급했어야 했냐는 반응이다. 유난희는 1995년에 쇼호스트로 데뷔한 베테랑 쇼호스트다. 의도를 했든 안 했든 충분히 문제가 될 수 있는 발언이라는 것을 뱉기 전에 생각했어야 했다는 지적이 많다. 유난희의 앞에 붙는 '최초 쇼호스트' ,'최초 억대 연봉 받은 쇼호스트', '완판 쇼호스트'라는 수식어가 민망한 상황이 됐다는 평가다.
유난희뿐만이 아니다. 쇼호스트 정윤정도 현대 홈쇼핑에서 무기한 출연 금지를 당했다.
정윤정은 1월 28일 생방송 중 욕설했다. 자신이 판매하던 상품이 매진됐지만, 정해진 시간이 있어 홈쇼핑 방송을 종료할 수 없다고 하자 "XX"이라고 욕설하며 불만을 내비쳤다. 방송을 보고 있던 시청자들은 순간 귀를 의심했다.이후 정윤정의 태도가 문제를 키웠다. 정윤정은 "나를 싫어하나 보다. 내 방송, 인스타그램을 보지 마라"라고 도리어 화를 내며 누리꾼들과 기 싸움을 벌였다.
방심위에 민원이 빗발쳤고, 정윤정은 그제야 태세를 돌연 바꿨다. 정연주 위원장은 "욕설을 한 후에도 공식적으로 사과하지 않고 방심위 안건으로 채택되자 그때야 사과했다. 사안을 엄중하게 못 봤던 것 같다"고 지적했다.
방송했다 하면 제품이 완판되는 일은 부지기수, 1000억원대 매출을 자랑하던 유난희, 정윤정. 홈쇼핑계에서 큰 영향력을 가진 쇼호스트들이 연이어 경솔한 언행으로 구설에 올랐다.
유난희와 정윤정은 각각 CJ온스타일, 현대홈쇼핑에서 영구 퇴출을 당했을 뿐, 쇼호스트 자격 자체를 잃은 것은 아니다. 방송은 방심위 등의 제재를 받지만 자체 라이브 커머스를 하거나 쇼호스트가 자신을 브랜드화해서 사업을 진행할 경우 사실상 제재 방법도 없다.
한편으론 과도한 제재가 직업 선택의 자유를 제한한다는 지적도 나올 수 있다. 물건을 팔지만 결국 사람의 마음을 움직여야 한다. 시간이 지난 뒤 이들이 어디서 어떤 방식으로 소비자들의 마음을 다시 움직일 지 지켜볼 일이다.
김서윤 텐아시아 기자 seogugu@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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