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넘게 일요일 황금 시간대를 지키며 KBS의 간판 예능으로 자리 잡은 '1박 2일'. 장수 예능이라는 타이틀 뒤 숨은 이름은 지뢰밭이다. 모든 시즌의 출연진들이 사건·사고를 일으켰기 때문. 논란의 멤버와 친분을 과시하고 친목을 도모하며 지뢰를 터트리기도 했다.
발치로 병역 기피 혐의를 받은 MC몽, 불법 도박 문제를 겪은 이수근, 성폭행·몰카 혐의로 징역형을 살고 있는 정준영 등 매 시즌 '1박 2일' 멤버들 중 한 명 이상은 사회적 물의를 빚어왔고, 프로그램에 악영향을 끼쳤다.
그래서 KBS는 평판이 좋은 연예인을 선별해 시즌4 멤버를 꾸렸다. 예능감과 센스가 있으면서 호감형인 '1박 2일' 터줏대감 김종민을 필두로 연정훈과 문세윤, 딘딘, 라비가 시즌4의 얼굴이었다.
첫 촬영 당시 딘딘은 "사고 치면 다 죽는 거다. 제발 아무도 사고치지 말자"를 몇 번이고 강조했다. 다짐이 무색하게 김선호는 전 여자친구에게 낙태를 종용했던 과거가 밝혀졌고 라비는 병역 면탈을 시도한 혐의가 드러났다. 진행중인 재판에 따르면 라비는 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브로커에 접촉해 수천 만원을 내고 조언을 받아 뇌전증을 연기한 혐의를 받고 있다. 라비는 실신을 연기하고 119에 거짓 신고해 응급실 기록을 남긴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죄질이 불량하다고 판단해 라비에게 징역 2년을 구형했다. 라비는 공소 사실을 모두 인정했다.
공판이 끝난 뒤 라비는 사과문을 게재했다. 코로나 이전 체결한 계약들의 위약금이 부담스러워 복무 연기가 간절했다는 변명을 덧붙였다. 황당한 자기변명에 불과하다는 비판도 따랐다. 딘딘은 이 사과문에 '좋아요'를 눌렀다.
자주 보는 사람들이니 친해질 수밖에 없고, 절친으로서 논란이 안타까울 순 있다. 개인적으로 메시지를 보내 위로를 하든 응원을 하든 우리의 영역 밖의 일. 하지만 누구나 볼 수 있는 공간인 SNS에 흔적은 남기는 건 눈치 없는 행동이다. 오히려 논란을 키워 당사자를 더 곤란하게 할 수도 있다.
라비는 입대를 이유로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딘딘은 아직 '1박 2일' 멤버다. 딘딘은 시상식에서 사생활 때문에 하차한 김선호를 언급했다가 지적을 받았다. 딘딘에 앞서 문세윤이 대상을 받고 김선호를 언급했다가 구설에 올랐음에도 같은 행동을 반복한 것. 전적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같은 논란을 반복한 딘딘. 1박 2일 제작진 입장을 고려하지 않은 것은 물론이고, 시청자 의견에도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도와주고 싶은, 의리만 앞선 것 아닐까. 남자들의 눈물겨운 우정이나 의리를 과시하고 싶었다면 개인적으로 전했어도 충분했다. 사춘기 소년의 치기 어린 행동 같다는 평가가 연예계에서 나올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지뢰인 걸 밟아봐야 알까.
우빈 텐아시아 기자 bin0604@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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