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배유람. / 사진=조준원 기자 wizard333@


"시즌2, 전 무조건 한다고 했죠. CSI 같은 범죄수사물, 장르물의 경우 반복되면 기시감, 피로감이 들 수 있는데 '모범택시2'는 그걸 잘 피해 가면서도 통쾌함에 집중했다고 생각해요. 시즌2가 시즌1만큼 되기 쉽지 않으니 시즌1만큼만 돼도 좋겠다 했는데, 다행히 시즌1을 뛰어넘었죠."

최근 서울 중림동 텐아시아 사옥에서 만난 배우 배유람은 SBS 드라마 '모범택시2'의 흥행에 기뻐했다. '모범택시2'는 택시회사 무지개 운수가 억울한 피해자를 대신해 복수를 완성하는 사적 복수 대행극. 배유람은 무지개 운수 정비실 엔지니어 박진언 주임 역을 맡았다.배유람은 트레이드 마크인 바가지 머리부터 동그란 눈동자를 한 순진한 얼굴, 주체할 수 없는 장난기까지 '모범택시2'의 감초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시즌1에 이어 시즌2 흥행도 자신있었냐고 묻자 배유람은 "시즌1은 시작이다 보니 멤버들 각자의 사연을 풀어야 했다. 우리도 피해자 가족이 모인 집단 아닌가. 어두운 부분이 많았다면 시즌2 때는 시즌1에서 그런 부분을 마무리했기 때문에 더 쭉 달릴 수 있었다"며 시즌2만의 매력을 되짚었다.

그는 "우리 드라마가 에피소드로 구성돼 있으니 시청률이 조금 떨어지더라도 다시 올라갈 기회가 있다고 생각했다. 한 에피소드에서 반응이 미적지근해도 또 다른 에피소드에서 오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다. 스포츠 경기도 이번에 패배했더라도 다음 경기는 승리할 수 있지 않나"라고 말했다.

'모범택시2' 배유람. / 사진제공=SBS
박주임 캐릭터는 원래 대본에서는 시즌1에 죽음을 맞는 설정이었다. 하지만 무지개 운수 장대표 역의 김의성이 이를 듣고는 감독에게 연락해 "우리 편 함부로 죽이면 안 된다"고 설득했다고 한다.

"피해자 가족인 저까지 죽어버리면 무지개 운수팀의 인생이 너무 힘들어지는 거 아니냐고 의성 선배가 안 죽이는 게 어떻겠냐고 감독님, 작가님에게 어필한 것 같아요. 당시 감독님에게 '유람아, 네가 죽게 됐어'라고 전화를 받았는데 저는 '괜찮습니다' 그랬어요.

사실 시청률도 잘 나오고 있어서 아쉽기도 했거든요. 하하. 다행히 대본이 바뀌어 살게 됐죠. 그때가 2021년 초중반이었는데 지금이 2023년 초중반이잖아요. 의성 선배에게 2년 동안 '내가 널 살렸다'는 얘기를 들었어요."박주임 캐릭터의 매력은 허술하면서도 코믹하고 귀엽다는 것. 배유람은 캐릭터의 매력이 잘 살아난 건 무지개 운수팀의 케미 덕분이라며 동료들에게 공을 돌렸다.

"외부에서 무지개 운수팀의 합이 잘 맞다고 하세요. 대표가 있고, 설계자인 도기(이제훈 분)가 있고, 데이터 지원을 해주는 고은이(표예진 분)가 있죠. 또 무언가를 만들고 현장에서 움직여주는 최주임(장혁진 분)과 제가 있어요. 제가 예능을 좋아하는데, 예전에 '무한도전'을 보면 각자 다른 개성을 가진 멤버들의 합이 잘 맞잖아요. 저는 허술하고 바보 같은데 시키면 다 해내고, 최주임은 머리를 써서 상황을 잘 모면해요. 서로 동료로서 합이 잘 맞는 것 같아요."

'모범택시2' 배유람. / 사진제공=스토리제이컴퍼니
사이비 교주를 참교육하는 에피소드에서 박주임은 사이비 종교의 신도로 위장해 입교하기도 했다. 박주임은 사이비 종교의 순백회관에서 성수를 몰래 뱉다가 걸려 믿음의 방에 갇히기도 하고, 교주 옥주만(안상우 분)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아 뺨을 맞기도 하며 '짠내 활약'을 이어갔다. 배유람은 "이전 작품들에서도 그랬지만 내가 누굴 때리는 역할을 한 적이 거의 없고 주로 맞았다. 이번에는 실제로 맞진 않았지만 선배님이 액션을 잘해주셔서 리얼하게 나온 것 같다"고 전했다.

"최근 사이비와 관련된 다큐멘터리가 화제가 되기도 해서 시기적으로 시청자들이 더 집중해서 봐준 것 같아요. 시청자들이 '어휴, 고생하네', '도기 한 대 때리지' 그러는 건 제 캐릭터에 몰입해서 저를 생각해줬다는 거 아니겠어요? 박주임은 힘들겠지만 박주임을 연기하는 저는 배우로서 좋았죠."

'모범택시2' 배유람. / 사진제공=스토리제이컴퍼니
에피소드마다 박주임 역시 주인공 김도기(이제훈 분)에 못지않은 부캐플레이를 펼쳤다. 베트남 경찰, 농촌 청년, 사이비 신도, 보안 요원 등 변화무쌍한 박주임 캐릭터의 모습이 시청자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했다. 배유람은 "제훈 형은 현장에서 계속 웃으며 사람들에게 장난친다. 오히려 '본캐' 김도기는 연기하는 것 같고 '부캐' 김도기는 본래 모습 같다. 부캐를 할 때 더 신나 보인다"며 웃었다.

"도기는 연극영화과 출신이라 부캐플레이를 해도 메소드 연기를 펼치는데, 저는 부캐에 완전히 빠져들어있지 않다는 게 포인트에요. '이거 아닌가?' 생각하죠. 부캐를 어설프게 하는 게 재미다. 박주임이 공대 출신이라 연기에 취약해요. 하하. 사이비 종교 신도도 하고 클럽 내부 마약 거래 현장을 포착하려고 외국인으로 변장해 샤기컷, 꽁지머리도 분장도 했어요. 세련된 외국인도 있는데 촌스럽게 해주더라고요. 저 열심히 살지 않나요? 아, 무당으로 변신한 제훈 형 보면서 '열심히 산다' 생각했는데, 그에 비하면 저는 아직 부족한 것 같아요. 하하."

무지개 운수 5인방이 찰진 팀플레이로 극악무도한 범죄자들을 응징하는 모습은 시청자들에게 통쾌함을 선사했다. 한 번의 해체를 겪고 다시 뭉친 무지개 5인방의 한층 더 끈끈해지고 유쾌해진 관계성도 관전 포인트였다.

배유람은 최주임 역의 장혁진과 단짝 케미를 선보였다. 배유람은 장혁진에 대해 "큰형 같은 존재다. 완전 친한데 바로 위 형은 아니고 큰형 같은 느낌이다. 저를 잘 보살펴주고 서글서글한 성격이다"며 고마워했다. 장혁진과 연기 호흡에 대해서는 "좋아서 말할 것도 없다"며 만족해했다.

"제가 연기를 과하게 할 때는 잘 눌러주고 욕심내거나 지나치게 매몰돼 있으면 형님이 상황을 전체적으로 보면서 저를 챙겨준다. 지방 촬영가면 끝나고 한 잔하면서 작품 얘기도 하고 다음 찍을 거에 대해서 고민도 서로 이야기하죠. 시즌2 첫 번째 에피소드인 베트남 촬영 때 케미가 특히 잘 살았던 것 같아요. 시즌1을 하고 1년 반 뒤에 시즌2를 찍게 된 건데, 마치 어제 연기한 것처럼 호흡이 맞았어요. 형님도 저도 서로가 어떤 걸 준비해왔는지, 어떤 걸 원하는지 말하지 않아도 알았죠."

배우 배유람. / 사진=조준원 기자 wizard333@


이제훈은 시청률 19%가 넘으면 무지개 운수 식구들과 택시, 콜밴을 몰고 시청자들을 찾아가겠다는 공약을 건 바 있다. 이에 대해 배유람은 "제훈 형 혼자 하겠다는 거 아니냐"며 너스레를 떨었다. 그러면서 "형이 가자면 간다. 좋다"며 공약 실행에 적극적 자세를 내비쳤다.

상업 작품을 한 지 10년이 됐다는 배유람. "재밌거나 호감적인 캐릭터를 많이 해온 것 같아요. 이제는 다른 캐릭터로 해보고 싶어요. 반전이 있거나 다크하거나 진중하거나. 물론 저도 많은 준비를 할 거고요. 하지만 '모범택시' 시즌3를 하게 된다면 저는 또 박주임 캐릭터를 재밌게 선보일 겁니다. 무조건 또 할 거에요."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 bella@tenasia.co.kr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