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빈의 조짐≫
우빈 텐아시아 기자가 연예계에서 일어나거나 일어날 조짐이 보이는 이슈를 짚어드립니다. 객관적 정보를 바탕으로 기자의 시선을 더해 이야기를 전달합니다.
과유불급. 무엇이든 지나치면 탈이 난다.
재미를 위한 순수한 의도도 선을 지키지 못하면 불편함이 된다. 불편함이 반복되면 역효과가 나 그간 쌓은 공이 무너기도 한다.
개그우먼 김숙이 적게 먹는 박소현과 산다라박이 신기하고 재밌어 가볍게 시작한 소식좌 콘텐츠는 지난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대식가들의 먹방, 건강을 해칠 정도의 과식 먹방들로 지친 대중에게 신선함을 안긴 것. 하지만 이 소식좌 콘텐츠는 한순간에 비난의 대상이 됐다. 딸기 한 입, 귀퉁이를 긁어먹은 수준의 과자 등을 강조하면서 '식사'로 보기 어려운 행위를 소식으로 포장해 전시했기 때문.
나아가 마른 체격인 44 사이즈와 보통 체격인 66 사이즈를 비교하며 마치 44 사이즈가 우월한 것처럼 영상을 제작했다. 외모 비하와 자학하는 개그로 외모 강박을 느끼게 하는 콘셉트는 시대의 흐름을 거스르는 듯했다.
소식은 개인의 식습관이다. 박소현이 아이스 바닐라 라테로 아침과 점심을 보내고 주 2회 밥을 먹는 건 10년째 그가 유지해 온 식단.
하지만 이번 영상은 선을 넘었다. 한 입 먹고 놔둔 과일, 긁어먹은 수준의 과자와 빵. 몇 번 젓가락질하지 않아 새것 같은 냉면과 밥, 시식 수준으로 먹은 뒤 과식했다며 소화제를 찾는 건 정상적인 식사라 보기 어렵다. 적게 먹는 걸 콘텐츠로 만들어 소비하고, 적게 먹어 마른 사람이 예쁜 것으로 정의한다. 마른 사람에 맞는 옷을 가져와 김숙에게 입히고 작은 걸 보며 웃다가, 본인들이 입은 뒤 서로 예쁘다 찬양한다. 66사이즈를 입는 사람은 입고 싶은 옷도 못 입고 모든 아이템이 어울리지 않는 것처럼 만드는 콘텐츠는 재밌지 않다.
최근 10대와 20대 사이에서 극단적인 방법으로 마른 몸을 만드는 뼈말라족, 프로아나 집단이 늘어나 사회 문제로 대두됐다. 이들은 마른 몸을 미적 대상으로 삼고 마약류로 지정된 식욕억제제, 일명 '나비약'까지 손을 댄다.
'뼈말라 인간'은 이들에겐 동경의 대상이다. 정상 체중인 학생들도 앙상한 몸으로 가기 위해 급식을 먹지 않거나 한 입만 먹고 버려 크게 이슈가 됐다.
음식을 먹지 않는 건 섭식장애다. 거식증을 병으로 인식하지 못하고 다이어트로 생각하고 있는 문제적 상황에서 연예인들이 안 먹는 것, 마른 몸을 찬양하는 건 뼈마름을 부추기는 것처럼 보였다.
김숙 TV 제작진도 콘텐츠의 유해함을 깨달았다. "앞으로 여러 방면으로 고민하여 더 좋은 콘텐츠 만들도록 노력하겠다"며 곧바로 영상을 내리고 사과문을 게재했다. 구독자들은 김숙 TV를 좋아하는 마음을 담아 조언을 남겼고, 제작진은 빠르게 피드백을 하며 논란은 끝이 났다.콘텐츠를 제작하고 편집을 하다 보면 과장할 수도 있다. 논란이 된 이번 상황 역시 박소현과 산다라 박의 적은 식사량을 강조하기 위함일 테고. 그래서 선을 넘은 것도 모른 채 열심히 촬영했을 터.
미디어는 중요하다. 시청자들이 보여주는 그대로를 사실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물론 시작부터 끝까지 대본이 있다는 것도 웃음 극대화를 위해 상황을 만들어낸다는 것쯤은 시청자도 안다. 하지만 상황들이 반복되면 짜인 대본도 사실처럼 믿게 된다.
김숙, 박소현, 산다라박은 그동안 무해하고 편안한 웃음을 줬다. 이번 실수가 자신들의 영향력을 다시금 새기는 계기로 만들었으면 한다.
우빈 텐아시아 기자 bin0604@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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