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원의 까까오톡》
지상파 연말 시상식, 권위·품위 잃은 지 오래
이경규, 베스트 캐릭터상 수상에 "희한한 상"
KBS 가요대축제는 1%대 시청률
트렌드도 전통도 찾지 못한 채 매너리즘 상황
지상파 연말 시상식, 권위·품위 잃은 지 오래
이경규, 베스트 캐릭터상 수상에 "희한한 상"
KBS 가요대축제는 1%대 시청률
트렌드도 전통도 찾지 못한 채 매너리즘 상황
《김지원의 까까오톡》
'까놓고, 까칠하게 하는 오늘의 이야기'.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가 연예·방송계 이슈를 까다로운 시선으로 신랄하게 비판합니다.
드라마는 종편과 OTT에 뺏기고 예능은 답보 상태다. 지상파 3사의 이야기다. 여기에 해마다 반복되는 '사내' 연말 시상식까지. 시청자들은 공감할 수 없는 그들만의 '사내 공로 챙기기식' 시상식은 권위와 품위를 잃은 지 오래다.연말이면 지상파 3사는 어김없이 시상식을 연다. 나름대로 역사도 오래됐다. KBS 연기대상은 35주년, 가요대축제는 57주년, 연예대상은 34주년 됐다. MBC의 경우에 연기대상은 48주년, 가요대제전은 56주년, 방송연예대상은 47주년이 됐다. SBS도 연기대상 28주년, 가요대전 26주년, 연예대상 15주년을 맞았다.
긴 시간 지상파들은 스스로 시상식의 권위를 깎아 먹었다. 몰아주기, 퍼주기, 나눠주기는 시청자들도 다 아는 사실. 3사의 시상식은 연차만 쌓인 꼰대나 다름없다.가요 연말 행사들은 공정성 논란과 음반시장 불황 등을 이유로 현재는 시상 없이 공연 형식으로 시행되고 있다. 지난 16일 열린 KBS 가요대축제는 1부 2.6%, 2부 2.5%, 3부 1.7%를 나타냈다. 지난 24일 진행된 SBS 가요대전은 1부 2.2%, 2부 2.5%, 3부 2.3%였다. 그나마 31일에서 1일로 넘어가는 때 방송되는 MBC 가요대제전은 그나마 상황이 나은 상황. 지난해 시청률을 보면 1부 5.4%, 2부 5.6%였다. 전 세계적 K팝 인기에는 반하는 수치다.
드라마 시상식은 그래도 나은 편이다. 1년에 한두 편 정도는 흥행작을 배출한 덕에 '수상의 핑계'를 만들 수 있기 때문. 그렇다고 연기대상들이 공정성 문제에서 벗어난 건 아니다. 지난해 KBS 연기대상을 수상한 지현우는 '신사와 아가씨'에서 어색한 연기로 '로봇 연기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대상 수상자로 호명된 지현우는 자신마저 어리둥절해하며 머리를 긁적였다. 지현우는 한 예능에서 '지리둥절'짤 탄생에 대해 "진짜 상을 받을지 몰랐다"며 "소리가 안 들렸는데 저를 보며 박수쳐서 '왜 그러지?'해서 앞을 봤는데 제 이름이 있더라"고 말하기도 했다.가장 심각한 건 연예대상이다. 가요 시상식처럼 시상 부문이 없는 것도 아니고, 연기대상처럼 나눠주기를 할 흥행작이 있는 것도 아니다. 올해 흥행작이라 내세울 예능이 없는 KBS는 '불후의 명곡'을 오랫동안 진행해온 신동엽을 대상 수상자로 택했고, SBS 역시 '런닝맨'의 오랜 주축 유재석에게 대상을 줬다. 논란을 피하기 딱 좋은 '국민 MC들'이기 때문. MBC에서는 몇 년간 그래왔듯 전현무가 대상에 눈독들이는 지겨운 콘셉트를 유지하고 있다.
이 가운데서도 지난 17일 진행된 SBS 연예대상에서는 흥미로운 광경이 연출됐다. 올해의 티키타카상, 에코브리티상, 명예사원상에 이어 SBS 아들·딸상까지. 정체를 알 수 없는 시상 부문으로 그들만의 축제가 펼쳐졌다. 시청자들은 수상자들이 왜 수상을 하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활약상도 불분명했다. 차라리 일반인들이 출연하는 연애 예능 '나는 솔로' 출연자들이 송년회를 하는 게 낫겠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베스트 캐릭터상을 받은 이경규는 "살다 살다 이런 희한한 상은 처음 받아본다. 무슨 상인진 모르겠지만 화낼 때마다 소폭 시청률이 상승한다니 참 좋다"며 웃을 수밖에 없었다.
지난해 SBS 예능 '돌싱포맨'에 출연한 장동민은 탁재훈의 수상 가능성에 대해 이야기하던 중 "작년에 탁재훈 형 신스틸러상 받지 않았나. 억지로 만든 상이다. 삐질까봐 주는 상이다. SBS는 그게 너무 추잡스럽다. 아무 상이나 막 만들어서 다 준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연예인 자신들마저 상을 받는 게 부끄러워진 상황이다.
방송계 관계자는 “연말 시상식 방송이라고 해서 광고나 협찬이 두드러지게 많이 붙는 것도 아니다"고 밝혔다. 광고비를 벌기 위해 시상식을 여는 것도 아니라는 얘기다. 구시대적 콘텐츠를 과감히 폐지하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개선할 아이디어도 없는, 매너리즘에 빠진 상황. 트렌드를 따라가지도 전통을 고집하지도 못하는 사이 더 많은 시청자가 이탈하고 있다.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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