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겸 배우 이승기(왼쪽)와 후크엔터테인먼트 권진영 대표/ 사진 = 텐아시아 사진DB-후크엔터테인먼트 제공
≪최지예의 에필로그≫
최지예 텐아시아 기자가 매주 화요일 연예계 곳곳에서 일어난 사건들을 객관적이고 예리하게 짚어냅니다. 당신이 놓쳤던 '한 끗'을 기자의 시각으로 정밀하게 분석합니다.
"제 최고의 인복인 그리고 인생 사부인 후크엔터테인먼트 권진영 대표님께 감사하다는 말씀을 꼭 드리고 싶다."

가수 겸 배우 이승기는 2018년 12월 28일 SBS '연예대상'에서 대상 트로피를 들자마자 권진영 대표 얘기로 말문을 열었다.

예능에 좌절을 느낀 자신에게 권진영 대표가 큰 용기가 됐다며 감사의 마음을 전했던 이승기. 밤을 지새며 예능 애드리브 연습을 했다던 둘의 사이가 벌어지는데는 불과 4년 밖에 걸리지 않았다. 이승기는 최근 권진영 대표의 후크엔터테인먼트(이하 후크)를 상대로 '음원 정산 내용을 투명하게 공개해 달라'고 내용증명을 발송했다. 내용증명은 법정 소송으로 가기 위한 사전단계. 이승기와 권진영 대표는 하루 아침에 최악의 인연이자 다툼의 대상이 됐다.

이선희, 이서진, 윤여정, 이승기, 박민영 등을 보유한 알짜 연예 기획사 후크는 최대 위기를 맞았다. 후크는 최근 경찰청 중대범죄수사과의 압수수색을 받았다. 경영진의 횡령 혐의가 타킷이란 얘기가 흘러나온 뒤, 악재는 거듭됐다.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은 배우 윤여정의 계약해지설이었고, 잇따라 이승기의 내용증명 발송 사실도 전해졌다. 후크 측은 윤여정의 계약해지설 관련 "사실 무근"이라고 밝혔다.하지만, 권 대표는 이승기 내용증명 건에 대해선 사실을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권 대표는 "원만한 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입장을 내놨다.

후크에게 당장 급한 불은 이승기와의 갈등 해결이다. 갈등의 배경은 정산. 디스패치에 따르면 이승기는 데뷔 이래 18년 동안 발표한 137곡에 대한 음원 수익을 단 한 푼도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이승기가 발매한 음원에 대한 수익은 최소 100억 원 이상으로 추산되는 가운데, 이 100억이 누구 뱃속으로 들어갔는지는 후크만이 알고 있다.

이승기는 가수를 비롯해 드라마, 영화, 예능, MC에 이르기까지 전천후 만능엔터테이너다. 이런 이승기를 잃게 된다면 후크로서는 매출과 이익에 타격이 불가피하다. 게다가 신뢰와 직결되는 돈 문제가 불거졌으니, 후크의 존립 기반 마저 흔들리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어느 누가 정산이 투명하지 않은 회사에 가고 싶겠는가. 후크에게 최선의 시나리오는 이승기의 요구를 들어 주는 것이다. 모든 음원 수익을 낱낱이 공개하고, 원만한 합의에 이르는 것. 앞서 한 차례 이승기와 결별했던 후크는 열흘 만에 재결합했지만, 또 한번 갈등 봉합에 성공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갈등을 봉합한다고 해도 이승기의 이미지 타격 역시 불가피하다. 전교 1등 건실한 청년의 이미지로 오랜 시간 사랑받았던 이승기의 모습은 점점 희미해져 가고 있다. 이승기가 맡고 있는 브랜드들의 광고 담당자들이 이 사건의 향배를 주목하는 이유다.

이승기의 정산 관련 파장이 거세자 후크의 권진영 대표도 닫았던 입을 열었다. 권 대표는 "추후 후크엔터테인먼트나 저 개인이 법적으로 책임져야 할 부분이 명확히 확인되면, 물러서거나 회피하지 않고 모든 책임을 지도록 하겠다"고 했다. '후크 선장'이라 불린 권진영 대표의 거대 선박이 침몰 위기다. "물러서거나 회피하지 않고 책임지겠다"고 밝힌 만큼 그의 위기대처능력이 시험대에 올랐다.

이선희의 매니저로 연예계 입문한 권진영 대표는 5000만원의 자본금으로 오늘 날의 후크를 일군 입지적 인물이다. 권 대표는 지난해 원영식 회장이 이끄는 초록뱀미디어에 회사를 넘기며 받은 440억월 가치의 지분 중 38%인 167억 가량을 후크 소속 연예인과 직원 등 총 23명에게 나눠줘 보기 드문 미담을 만들기도 했다.

권진영 대표의 진짜 얼굴은 무엇일까. 이승기의 100억을 꿀꺽한 악덕 선장일지, 선원들과 보물을 나눌 줄 아는 정의의 선장일지 궁금하다.

최지예 텐아시아 기자 wisdomart@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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