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영화 '올빼미' 포스터


'광기'의 유해진과 '진실'을 알고 있는 류준열이 대립한다. 두 사람이 만들어 낸 긴장감 넘치는 118분간 연기 대결은 눈보다 소리에 더 빠르게 반응하게 만든다. 바로 영화 '올빼미'의 이야기다.

'올빼미'(감독 안태진)는 밤에만 앞이 보이는 맹인 침술사가 세자의 죽음을 목격한 후 진실을 밝히기 위해 벌이는 하룻밤의 사투를 그린 스릴러. 조선 왕가의 의문사인 소현세자의 죽음에 새로운 허구의 캐릭터를 가미해 완성한 작품. "마치 약물에 중독되어 죽은 사람 같았다"고 기록된 역사적 미스터리에서 출발했다.인조 14년 병자호란으로 청나라에 치욕적인 패배를 맛본 조선. 소현세자(김성철 역)는 포로의 신분으로 청나라로 끌려간다. 이 당시 조선은 '친명 배금' 정책을 실시하고 있었다. 이는 명나라와는 친밀하게, 후금(청나라)은 배척한다는 뜻. 청나라에서 서양 문물을 받아들인 소현세자는 9년 만에 세자빈 강빈(조윤서 역)과 함께 귀국했다.

/사진=영화 '올빼미' 스틸


이형익(최무성 역)은 경수(류준열 역)의 침술 실력을 알아보고 궁으로 데려갔다. 다만 경수는 '주맹증'을 앓고 있다. 경수는 밝을 때는 앞이 보이지 않다가 어둠이 내리면 희미하지만, 어느 정도 보인다. 밝을 때는 지팡이를 짚고 길을 찾지만, 어둠이 내리면 지팡이는 그저 변신의 도구가 된다.돌아온 아들을 본 인조(유해진 역)의 얼굴에는 반가움보다는 불안감이 서려 있다. 최 대감(조성하 역)을 비롯한 신하들은 명나라가 아닌 청나라와 함께 해야 한다고 압박한다. 건강한 모습으로 조선에 돌아온 소현세자가 얼마 되지 않아 시름시름 앓는다.

경수는 소현세자의 치료를 맡게 됐고, 소현세자에게 침을 놓던 중 주맹증을 앓고 있다는 사실을 들키게 된다. 소현세자는 경수의 비밀을 지켜준다. 그러던 중 이형익을 도우던 경수는 소현세자의 죽음을 목격하게 된다. 소현세자의 죽음 뒤에는 알아도 모르는 척, 들어도 안 들리는 척 해야 할 비밀이 숨겨져 있다. 소현세자의 죽음을 목격한 경수는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비슷한 그림체'인 유해진과 류준열이 세 번째 호흡을 맞췄다. 처음으로 곤룡포를 입은 유해진과 처음으로 주맹증을 앓고 있는 경수로 분한 것. 비슷한 그림체에서 나오는 유해진, 류준열의 안정적인 구도는 팽팽한 대립에 대한 확신을 준다. 곤룡포를 입은 유해진의 첫 모습은 어색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알맞은 옷을 입은 듯 찰떡 소화력을 보여준다.


유해진은 큰 액션보다 얼굴 근육과 속삭이는 듯한 소리로 강렬함을 드러낸다. 근육을 자유자재로 사용해 보는 이의 얼굴도 어딘가 모르게 불편한 느낌을 전달한다. 속삭이는 목소리만으로 귀를 쫑긋 세우게 만들고, 유해진이 만들어내는 긴장감은 등을 세우게 만든다.

류준열은 생소한 병인 주맹증을 눈으로 표현했다. 밝을 때는 어디를 보고 있는지 모를 정도로 초점이 없다가 어둠이 내리면 초점은 반짝반짝 빛이 난다. 류준열의 얼굴에는 감정 변화의 폭이 넓지 않다. 어둠이 내릴 때만 어렴풋이 보인다는 사실을 숨기고 있기 때문. 류준열은 관객을 자신의 시각과 청각에 의존하도록 길을 안내한다.

류준열은 김성철의 죽음을 목격한 유일한 목격자다. 주맹증을 앓고 있기에 모두가 류준열을 향해 "안 보이니까 괜찮아"라고 입을 모은다. 궁에서는 봐도 안 본 척, 들어도 안 들은 척 해야 한다. 류준열 역시 안 보이는 게 아니라 안 본 척하는 모습을 익살스럽게 표현하면서도 거대한 비밀에 대해 쫄깃함을 안긴다. 여기에 조성하의 묵직함, 박명훈의 가벼움, 김성철의 단단함 등이 앙상블을 만들어냈다.

11월 23일 개봉. 러닝타임 118분. 15세 관람가.

강민경 텐아시아 기자 kkk39@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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