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리치' 전여빈 인터뷰
"양조위♥유가령과 식사, 배우로서 용기 되새기게 됐다"
"나나와 민낯으로 촬영, 햇빛·조명에 얼굴 상해"
"MSG워너비 뮤비 내가 제안, 사심 섞여 있었다"
"양조위♥유가령과 식사, 배우로서 용기 되새기게 됐다"
"나나와 민낯으로 촬영, 햇빛·조명에 얼굴 상해"
"MSG워너비 뮤비 내가 제안, 사심 섞여 있었다"
"전여빈 이름은 고등학생 때 엄마가 다시 지어주신 이름입니다. 개명을 한 거죠. 온전 전, 나여, 빛날 빈으로 온전하게 빛나는 사람이라는 뜻입니다."
넷플릭스 시리즈 '글리치'에서 외계인 목격자 홍지효 역을 맡아 열연한 배우 전여빈이 고등학교 때 개명했다고 밝히며 이렇게 말했다. 지난 7일 공개된 '글리치'는 외계인이 보이는 지효(전여빈 분)와 외계인을 추적해온 보라(나나 분)가 흔적 없이 사라진 지효 남자친구의 행방을 쫓으며 '미확인' 미스터리의 실체에 다가서게 되는 4차원 그 이상의 추적극.
전여빈은 "4부까지 대본을 받았을 때 지효와 보라가 어떻게 나아갈지, 이 이야기가 어떻게 귀결될지 확신할 수 없는 상태였다. 그럼에도 모험을 해보고 싶었다. 끝을 모르는 이 사람의 시작을 이상한 자신감으로 달려나가고 싶더라. 어디로 나아갈지 모르고 달려가는 불안함이 원동력이 되어 달려나갔던 것 같다"고 출연 이유를 밝혔다.
이어 "나는 '글리치'가 지효와 보라가 함께 떠나는 버디물에 가깝다고 생각했다. 우리 둘의 내면을 향해 떠나는, 그 끝에 뭐가 당도할지는 모르지만, 결국은 완성이 되는 여행"이라고 덧붙였다.
전여빈은 영화' 낙원의 밤', '죄 많은 소녀' 이어 '글리치'에서도 민낯으로 연기했다. 그는 "감독님이 얼굴에 주근깨를 더 살렸으면 좋겠다고 해서 베이스로 어두운 톤을 깔기도 했다. 촬영하다 보면 햇빛과 조명에 얼굴이 많이 타는데 상하는 모습들을 좀더 살리기도 했다"며 "1, 2부에서는 지효가 그나마 정돈된 모습인데, 자기 안에 결심이 생기면서 달려나갈 때는 좀더 걸칠어진 헤어와 얼굴 상태를 표현했고, 분장팀에서 그 간지를 살리려고 애썼다. 나나도 민낯으로 연기한 거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민낯에 대한 부담감은 없었어요. 오히려 날것 그대로의 느낌이 잘 나온다고 느껴졌죠. 그런데 '빈센조' 때의 모습을 기대했던 분들은 이질적인 느낌이 들었을 거라는 생각은 드네요. (웃음)“어렸을 적 외계인을 본 후 성인이 되도록 모른 척 살던 지효가 외계인의 정체를 파악하기 위해 달려나가는 '결심의 순간'이란 언제였을까. 전여빈은 "지효를 보면서 누구나 자기 마음속에 외계인 하나쯤 있지 않을까 느꼈다. 도저히 풀리지 않고 해결되지 않는 외계인이 있었을 것 같다. 그러나 어느 순간 외면하기 싫어진 거다. '더는 모른 척 하지 않겠어!'라며 뚫고 나가는 건데 그게 어디서부터인지는 장면으로 말하기 어렵다. 외계인을 무시할 수 있을 거로 생각했지만 아니라고, 만나봐야겠다고 느낀 순간이 온 것 같다. 그 외계인을 직면하기 위해선 큰 용기가 필요하다. 내면을 비집고 파고들어야 하니까"라고 설명했다.
마음속에 있는 외계인이란 무엇일까에 대해 전여빈은 "단어로 이야기하기에는 너무나 내밀한 것일 것 같다. 누구나 숨기고 싶은 자기의 어떤 역사라던가 경험이지 않을까. 슬픔일 수도 있고, 엉뚱함일 수도 있고"이라고 말했다.
지효가 줄무늬 티셔츠만 입는 이유를 묻자 전여빈은 "내면의 글리치를 표현하고 싶었다더라. 한가지 티셔츠를 입는 것처럼 느껴지지만, 매화 다른 줄무늬 티셔츠를 입고 있다"며 "지효의 취향이 얼마나 확실하냐. 줄무늬 티셔츠를 저버리지 않는다는 거 쉽지 않다"며 웃었다.
안경을 계속 썼다 벗었다 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안경을 끼는 사람들은 공감할 수 있는데 안경을 벗은 상태에서의 뿌연 느낌을 좋아한다. 안경을 껴서 너무나 명확히 보이면 아름다우면서도 벗고 싶은 순간이 있다"며 "그래서 지효가 어떤 사건을 정확하게 보고 싶을 때는 쓰고, 보기 싫을 때는 벗어버리자고 감독님이 설정해줬다. 지효가 안경을 쓰고 있다가 외계인을 보자마자 벗어버린다. 그런데 외계인은 자신의 내면이라 안경을 벗는다고 달라지지 않는다. 그런데 나중에는 지효가 안경과 상관없이 달려간다. 외계인은 물리적인 것과 상관없는 마음에서 기인하는 거라는 걸 알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시력을 묻자 전여빈은 굉장한 짝눈이라며 "왼쪽은 좋은데 오른쪽은 마이너스다. 그래서 렌즈를 낄 때 한쪽만 낀다"고 밝혔다. 라섹을 할 생각은 없냐고 묻자 그는 "지금 '너의 시간 속으로' 작품을 찍고 있는데 그게 끝나고 상담받아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보라와 지효의 관계는 무엇이라고 정의할 수 있을까. 전여빈은 "관계에 정의를 내리지 않는다면 무한한 관계가 될 수 있다"며 "보라랑 지효는 서로가 서로였던 것 같다. 함께 있을 때 더 온전해질 수 있는 존재가 아니었나 싶다. 두려움이 많은 세상에서 두려움을 가진 채로도 용기를 낼 수 있는 상태가 되는 존재가 아닐까"라고 설명했다.
전여빈은 '글리치'를 통해 이동휘에 4년 만에 재회했다. 그는 "이동휘 오빠와는 '이별톡'이라는 뮤직비디오에서 아주 짧게 만났다. 오빠가 내가 출연한 '죄 많은 소녀'를 너무 좋아했고, 노덕 감독님과 인연도 있어서 흔쾌히 함께 해줬다. 너무나 특별한 출연이었다"고 감사를 표했다.
이어 "촬영 당시 이동휘 오빠가 '놀면 뭐하니?' MSG워너비로 활동하고 있었다. 그때 내가 장난으로 '뮤직비디오는 안 찍어?' 이렇게 물어봤는데, 그걸 이동휘 오빠가 유야호(유재석)님과 MSG워너비 멤버들에게 이야기 해서 성사가 된 거다. 장난 반 진심 반이었는데, 사실 사심이 아주 많이 섞여 있었다. 그렇게 쁘띠 뮤비를 찍게 됐다. 이동휘 오빠 덕분에 좋은 추억이 생겼다"고 밝혔다.
전여빈은 '글리치'로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이하 부국제) '온 스크린' 부문에 초청돼 관객들을 만났다. 개막식 사회를 맡아 레드카펫도 밟았다.
그는 "작년에 '온 스크린'이 처음 개설 됐을 때 '낙원의 밤'으로 함께 했다. 부스도 넷플릭스에서 설치해줬는데 당시는 '지옥'과 '마이네임'을 크게 오픈해 내심 서운해하고 있었다. 또 초청받길 바랐는데 초청 소식을 들어서 노덕 감독님, 나나와 정말 기뻐했다. 나나는 드라마 2개를 동시 촬영중이라 오지 못했지만, 드라마 제작사 팀과 쾌재를 부르며 잘 다녀왔다"고 말했다.
이어 "초청 받을 당시는 개막식 사회 제안을 받았다는 소식은 못 들었다. 바로 사회자 연락이 와서 무조건 하겠다고 했다. 떨리지만 용기 내서 잘 해보겠다고. 연습을 많이 했는데도 엄청 떨리더라"고 덧붙였다.
디너 자리에서 3시간가량 양조위, 유가령 부부와 식사를 했다는 전여빈은 팬심을 드러내며 환하게 웃었다. 전여빈은 "디너니까 옷을 환복 하고 가는 줄 알고 편한 차림으로 왔는데, 양조위, 유가령 부부는 함께 차려입고 왔더라. 첫인상이 너무 기억난다. 너무 선하고 그 안에 너무 많은 우수가 담겨 있는데 미소는 한 없이 따뜻했다"고 회상했다.
이어 "양 선배님께서 한국 영화가 좋은 시기를 맞이한 것 같다. 그 시기를 놓치지 말고 즐기셨으면 좋겠다고 말해줬다. 내가 손을 번쩍 들고 어떤 마음으로 계속 연기하시냐고 질문했다. 양조위 배우가 '나는 럭키한 사람이었다. 내 주변에는 늘 좋은 사람이 있었고, 도움을 얻을 수 있었고, 그들에게 힘이 된 순간이 있었다. 그것의 주고받음이 좋지 않았나 싶다'고 말해줬다. 지금은 또 어떤 마음이냐니까 그 어떤 것보다 자기 마음을 따르려고 한다. 흥행이나 이익이 아닌 이 이야기에 참여하고 싶은지, 그거를 가장 궁극적으로 물어본다고 하더라. 어떤 기점에 와있는 순간이던 이것저것 생각하지말고 참여하고 싶은 이야기, 본능적으로 끌리는 이야기에 풍덩 빠져보자는 용기를 되새길 수 있는 시간이었다"고 감사를 표했다.
양조위와 기념사진도 찍었다고. 전여빈은 "셀카를 요구하는 게 그분을 불편하게 만드는 행동이지 않을까 싶어서 머뭇거렸는데 포토분이 와주셔서 배우들과 사진을 다 찍어줬다. 부국제 측을 통해 받기로 했는데 인터넷을 통해 먼저 봤다. 이미 휴대폰에 저장을 해놨다. 악수도했다"며 기뻐했다.
전여빈은 대입 준비를 하면서 연기에 대한 꿈을 꾸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난 학창시절에 자기감정에 솔직하지 못한 사람이었다. 늘 괜찮은 척하려고 했다. 어떻게 보면 그게 억압이었던 같기도 하다. 스무살 때 내가 강한 척한다는 걸 알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대입을 준비하면서 논술 공부를 하기 위해 영화들을 봤다. 중학생 때 봤던 죽은 시인의 사회 책이 고전 영화로 있어서 봤는데 크게 와닿았다. 그리고 지금 내가 방황하고 있는 시기라면 이런 영화를 만드는 사람 중 한 명이 되고 싶어졌다. 내가 치유 받고 싶었던 것 같다. 그러다 연기라는 것을 해보고 싶어졌고, 학원에 가서 시연을 하고 배웠는데 엄청난 해소가 느껴지더라. 연기를 하며 자유로움을 느꼈다고 덧붙였다.
"당신 안에 외계인이 있어도 괜찮아요. 찾아도 되고 안 찾아도 되죠. 우리 모두 이상한 사람일 수 있어요. 그러나 괜찮다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태유나 텐아시아 기자 youyou@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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