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인경과 제 인생관이 비슷한 것 같아요. 전 제가 빠르게 갈 수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아역 때부터 성인 연기자가 되기까지 주변에서 제가 어떻게 커리어를 채워갈 것인가에 대해서 얘기를 많이 해주셨어요. '천천히 한발씩 앞으로 나아가다 보면 나중에 뒤돌아봤을 때 멀리 와있겠지' 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천천히 올라가서 답답할 수도 있겠지만 그만큼 견고하고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것 같아요. 그런 면에서 '느리지만 확실하게' 일하는 인경이와 닮아있는 것 같아요. 친구들도 인경이의 모습을 보고 완전 저 같다고 하더라고요. 다큐멘터리 보는 줄 알았다고"
데뷔 18년 차인 남지현은 나름의 뚝심과 소신으로 연기 인생을 달려왔다. 극 중 "나는 살 곳이 여기밖에 없어서 여기서 끝까지 해결할 거야"라고 말하는 인경처럼 한 가지를 꾸준히 이행하는 진면목을 보여주고 있는 배우.

9살의 나이로 데뷔한 남지현은 매년 꾸준히 필모그래피를 채워나갔다. 늘 밝고 사랑스러운 캐릭터 위주로 연기하던 그는 '작은 아씨들'로 엄청난 연기 변신에 나섰다. 남지현은 "예전엔 모두의 응원을 받을 수밖에 없는 캐릭터를 연기했다. 이번엔 호불호가 갈릴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주변에서도 걱정이 많더라"라 "인경 역은 어떻게 보면 대단한데 어떻게 보면 답답할 수 있는 인물. 이렇게 끈질기게 한 가지를 쫓아가면서 살아가는 사람이 있을까 싶었다. 시청자들을 어떻게 설득시킬까, 공감하실 수 있을까 고민이 많았다"라고 말했다.

이어 "방송 기자 역할이다 보니 자문 기자님이 계셨다. 그분과 이야기하면서 한 가지를 끝까지 쫓아가고 그 끝에서 쾌감과 만족감을 느끼는 사람 기자가 된다고 느꼈다. 인경이는 앞뒤 가리지 않고 앞을 향해 전진하는 특징이 있었던 것 같다"며 "인경은 돈이란 것에 경계심이 컸고 집착하면서 살고 싶지 않은 인물이다. 사건에 비협조적인데 그게 제일 베이스가 되는 아이다. 감독님도 인경이가 하는 게 어떻게 보면 무모해 보일 수 있겠지만 결국 그 선택이 사건들을 끌고 간다고 얘기해주시더라. 인경이의 역할이 중요할 수 있겠다 싶었다"고 덧붙였다.

1년여전 감독, 작가와의 첫 미팅 때부터 인경 역의 신뢰도를 고민했다는 남지현. 그는 "작년 10월쯤 감독님, 작가님을 처음 뵈었다. 공통적으로 주신 얘기가 본인들도 인경 캐릭터가 어렵고 복잡하다고 하셨다.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왔다 갔다 하는 캐릭터이기 때문이었다. 누군가한테 제안하기 너무 미안했다고 하셨다"라며 "내가 믿음직했다고 하시더라. 보고 있으면 어떻게든 바른쪽으로 갈 것 같아서 인경이랑 잘 맞을 것 같다고 생각하셨다고 들었다. 그 얘기를 듣고 '신뢰가 필요하신 거구나' 느꼈다"고 전했다.

'인간 남지현'이 바라본 작품 '작은 아씨들' 그리고 '기자 오인경'은 어땠을까. 그는 "'작은 아씨들'은 가난에 대해 얘기하지만 그걸 절망적으로 전달하지는 않는다고 생각한다. 가난을 대하는 세자매의 모습이 다 다른 걸 보며 작가님도 가난을 단편적으로 보시는 게 아니구나 싶었다. 우리 작품에서 가난에 대해 충분히 다양하게 다뤄졌다고 생각한다"고 솔직한 마음을 표현했다.

그러면서 "인경이의 가장 좋은 특징은 단단한 사람이란 거다. 1화부터 12화까지 한 가지의 목표만을 가지고 단계마다 다 밟고 가는 역할이다. 마지막에 원하는 걸 얻어내는 캐릭터"라며 "극 중 박재상(엄기준 분)의 뒷이야기를 폭로했음에도 당선이 된 걸 보고도 인경은 신경 쓰지 않았을 것. 애초에 박재상이 어떤 사람인지 그 실체를 보여주려 했기에 내가 옳다고 생각한 걸 해내서 그걸로 끝이라고 여겼을 것 같다"고 소신을 전했다.

류예지 텐아시아 기자 ryuperstar@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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