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수리남'에 출연한 배우 하정우. / 사진제공=넷플릭스


배우 하정우가 넷플릭스 시리즈 '수리남'의 촬영 비하인드를 전했다.

13일 넷플릭스 시리즈 '수리남'에 출연한 하정우와 서울 소격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하정우는 '수리남'에서 큰돈을 벌 기회를 찾아 낯선 땅 수리남에서 친구와 함께 새로운 사업을 시작한 강인구 역을 맡았다.하정우는 '수리남'의 모티브가 된 실화를 접하고 윤종빈 감독에게 작품화를 제안했다고 한다. 마약왕 소재이니 극 중 마약왕 전요환(황정민 분)의 역할을 맡고 싶진 않았냐는 물음에 하정우는 "생각 안 했던 건 아니다. 전요환 역할이 극적으로 더 매력적이긴 하다. 하지만 그런데 생각만 했을 뿐이다"고 답했다. 이어 "윤종빈 감독한테 '이런 이야기가 있는데 만들어볼 생각이 있냐' 제시했지만 한 번 거절 당했다. 이어 윤 감독이 '공작'을 찍고 시간이 지나서 '이걸 시리즈물로 하면 가능할 수도 있겠다'고 했다. 제가 강인구 역을 하고 정민 형이 전요환을 하면 잘 맞을 수 있을 것 같다 해서 시작된 거다"고 설명했다.

주로 영화를 해온 하정우는 시리즈물 연기를 해보니 "드라마여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대사량이 영화보다 엄청나게 많았다"고 말했다. 또한 "한정된 스케줄 안에서 1시간짜리 6부작, 총 6시간짜리를 만들어야 하지 않나. 하루에 소화해야 할 촬영분이 많았다"며 "최근 제가 영화 '피랍' 촬영을 마쳤는데, 스케줄이 비슷했다. 2시간 20분짜리 만드는 것과 6시간 만드는 건 차이가 있지 않겠나. 하루에 진행되는 정도와 속도가 타이트했다고 생각한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면서도 "아쉬운 부분이 많은 것은 아니다"며 "뭘 해도 아쉬운 부분은 있지 않나. '바짓단은 왜 저렇게 짧게 했나'부터 시작해서 '저때 액션이 좀 어색하다' 같은 거 말이다. 혼자만 느끼는 부분인 것 같다"면서 웃었다.

빡빡한 일정 탓에 리허설을 생략하고 곧바로 촬영에 들어가는 일도 있었다고 한다. 하정우는 "감독님과 스태프들이 모두 영화를 만들어왔기에, 영화 만드는 호흡과 속도, 일처리 방법을 갖고 있다. 뭐 하나 넘어가는 게 없이 다 준비돼야 한다"고 전했다. 이어 "그걸 보면 배우들이 준비 안 하고 올 수 있는 분위기 아니었다. 8시 촬영 시작이면 30분 전에 준비를 끝내놓고 7시 반부터 다들 기다리고 있다. 그걸 보면 준비할 수밖에 없는 압박감이 있다"고 말했다.고된 촬영 가운데 하정우가 특히 기억나는 장면은 1부 마지막신이라고 했다. 하정우는 "1부 마지막 장면이 이 시리즈의 마지막 촬영이었다"며 "아침 6시에 끝나서 오후 1시에 도미니카를 탈출했다. 빨리 벗어나고 싶어서 잠도 안 자고 제일 빠른 비행기를 타고 나갔다. 그 장면을 보면 '8개월 찍은 이게 드디어 끝났구나. 드디어 간다' 싶은 그때 벅찼던 감정이 생각난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또 다른 인상 깊은 장면으로는 첩자를 가려내는 신을 꼽았다. 하정우는 "이틀 동안 모든 배우들이 진이 빠질 정도로 집중했다. 모든 배우들이. 배우들이 많이 나오지 않나. 뒷모습을 찍혀도 긴장감을 갖고 있지 않으면 튀어 보였다. 체력적으로 힘들었다"고 전했다. 이어 "원래 웬만해선 밥 먹고 헤어지는데 그때는 찍고 그냥 갔다"며 웃었다.

강인구는 실존 인물을 바탕으로 구축한 캐릭터. 연기에 신경쓴 부분에 대해 하정우는 "재구성된 부분이 많았기 때문에 생각보단 자유로웠다.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었지만 어느 정도 수준이고 전요환이 목사로 위장했다는 설정도 허구로 만든 것이다. 그래서 실존 인물이라는 사실이 의식되고 그렇진 않았다. 실존 인물들의 동선이나 만남, 무슨 비즈니스를 했는지 정도였고, 극 중 캐릭터들은 실제와 많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강인구의 모티브가 된 인물을 실제로 만나봤냐는 물음에는 "한 번 봤다. 건장하신 분이었다. 뵙고 나니 '이러니까 살아남을 수 있었겠구나' 싶었다. 에너지가 있었다. 피지컬적으로도 그렇고 신뢰가 가는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수리남'은 남미 국가 수리남을 장악한 무소불위의 마약 대부로 인해 누명을 쓴 한 민간인이 국정원의 비밀 임무를 수락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 지난 9일 넷플릭스에서 공개됐다.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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