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플레이 '안나'서 얄미운 부잣집 딸 현주役
"표독스럽기만 한 악역 아냐"
"시나리오서 수지와 처음부터 '갑을 관계'에 걱정"
"'배려 없는' 일관된 태도, 현주의 매력"
"수지와 리허설 없이 즉흥적 연기"
"표독스럽기만 한 악역 아냐"
"시나리오서 수지와 처음부터 '갑을 관계'에 걱정"
"'배려 없는' 일관된 태도, 현주의 매력"
"수지와 리허설 없이 즉흥적 연기"
"배려도 없었지만 악의도 없었죠."
정은채는 쿠팡플레이 시리즈 '안나'에서 자신이 연기한 부잣집 딸 현주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그는 얄밉고도 고급스럽게 현주를 연기해냈다는 호평을 받고 있다. 최종 5~6화 공개를 앞두고 만난 정은채는 자신이 기존에 했던 연기와 다른 연기에 도전해 해냈다는 점에 흡족해하고 있었다.'안나'는 장래가 촉망되던 유미가 가정 형편 때문에 좌절하면서, 안나라는 이름으로 '가짜 인생'을 살게 된 모습을 그리는 작품이다. 정은채가 연기한 현주는 유복한 집안의 외동딸로 유학을 다녀온 뒤 아버지가 소유한 마레 갤러리를 함께 운영하고 있다.
"기존에 주인공을 괴롭히기만 하는 표독스러운 악역이 아니라 좀 더 현실감 있고 그 나이 또래만이 가질 수 있는 밝고 명랑한 느낌이 있죠. 너무 어둡거나 무겁지 않게 시작됐으면 좋겠다 싶었어요. 그 밝음 때문에 (안나가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을 부각될 수 있게끔 글이 쓰여 있었죠. 그런 점이 현주의 매력 포인트에요. 조금 다른 연기를 보여줄 수 있다면 나쁜 선택은 아니겠다 싶은 마음에 선택하게 됐죠."
겉보기에 현주는 남부러울 것 없이 풍족하고 자유분방하게 사는 인물. 남의 눈치 보지 않는 성격 탓에 의도치 않게 누군가에게 상처를 입히기도 하지만 개의치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늘'을 갖고 있다."남부러울 것 없는 사람은 모든 것이 행복할 거라는 착각을 할 수 있어요. 누구에게나 부족한 면이 있기 마련이고 자기가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한 자조감, 허무함이 있어요. 현주는 너무 많은 것을 가지고 태어난 사람이에요. 절박한 꿈이나 희망이 없기 때문에 거기서 오는 미묘한 허무감이 있다고 생각했어요. '내가 무엇을 향해 가고 있나, 무엇이 나를 완벽하고 완전하게 만들까'에 대한 고민이 있을 것 같아요. 현주가 생각 없이 내뱉는 것 같은 대사들도 뒤돌아서 곱씹어보면 현주를 인간적으로 만들어주는 대사에요."
유미는 과거 현주의 갤러리 말단 직원이었다. 현주는 면접을 보러 온 유미는 개의치 않고 자신이 할 일에만 신경 쓴다. 정은채는 "현주는 오늘 내 기분, 내 컨디션이 중요한 사람이다. 이 사람이 면접을 보러 와서 대기하고 있다고 해도 그것과 상관없이 내 비즈니스가 먼저다. 사회적으로 보면 배려가 없는 거다. 동등하지 않은 위치라고 시작부터 설정돼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시나리오에서 처음부터 갑을 관계가 보이는 게 괜찮을지 고민이 많아서 감독님께 얘기했는데 전혀 타협을 안 하시더라. 감독님의 그 고집스러운 성격이나 연출 방식 고스란히 녹아났다"고 전했다.유미는 현주의 돈과 졸업증서 등을 훔쳐 달아나 이름을 안나로 바꾸고 현주의 신분으로 승승장구하게 된다. 현주는 유미에 대한 기억이 흐릿해질 때쯤 자신이 살고 있는 아파트에서 안나가 된 유미와 재회하게 된다. 과거와 달리 큰 빚을 지고 있던 현주는 유미에게 자신의 신분을 훔쳐가 성공하게 된 대가로 거액을 요구한다. 거짓말을 하고 다닌 사실을 알아차린 유미에게 현주는 '엘리베이터 타지 말고 계단으로 다녀라'고 말한다.
"일말의 미안함이나 죄책감이 없었어요. 현장에선 캐릭터로 존재하기 때문이었죠. 돌아와서 모니터를 할 때 보면 '참 배려가 없다' 생각했죠. 이런 사람을 실제로 만나게 된다면 얼마나 당혹스러울까 싶었죠. 현장에서는 유미와 현주는 '우리는 같은 공간에서 존재할 수 없는 관계'인 거예요. 둘의 관계는 이미 높낮이가 형성돼있기 때문에 현주 입장에선 엘리베이터를 같이 타고 왔다갔다하는 게 이해가 안 되는 거죠. 자신이 아무리 힘든 상황에 처해있고 빚을 갚아야 하는 상황이라도 현주는 일관된 태도를 취하죠. 그게 현주의 매력이에요."
정은채는 함께 연기한 수지에 대해 극찬하기도 했다. 그는 "감독님의 선택도 탁월했고, 수지 씨도 이 작품에 과감하게 도전했다는 것에 박수를 쳐주고 싶다"며 "기존에 자신이 가진 이미지를 깨면서 새로운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에 연기하는 사람도, 연출하는 사람도, 보는 시청자도 짜릿한 것 같다"고 말했다.
"평소 저는 상대가 있는 신에서 컨디션을 체크하고 대사를 맞춰보기도 하고 리허설을 해보기도 하는데, 이번 현장에서는 그런 게 거의 없었어요. 즉흥적으로 이뤄졌죠. 저도 유미가 어떻게 반응할지 모르고, 유미도 날뛰는 현주가 다음에 어떤 말을 할지 모르기 때문에, 유미한테는 당황스러운 표정들이, 현주한테는 자기감정에 충실한 모습들이 드러난 것 같아요. 한 공간에서 너무나 다른 두 사람이 각자의 연기를 하는 듯한 느낌이 있었어요. 한 프레임에 비슷한 또래의 젊은 여자가 너무나 다른 낯빛을 하고 잡혀있는 것 자체가 새로웠죠."
정은채는 "이번 작품을 통해 저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연기할 수 있었고, 저한테 관대하고 자유로울 수 있었다"며 "작품 현장이 앞으로 이렇다면 조금 더 용기내어 다양하게 도전해볼 수 있겠다는 마음이 든 고마운 현장이었다"고 말했다.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 bella@tenasia.co.kr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