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유나의 듣보드뽀》
수지, '안나'로 인생 캐릭터 경신…연기 호평 잇달아
'악녀' 안나(유미)를 응원하게 되는 이유
수지, '안나'로 인생 캐릭터 경신…연기 호평 잇달아
'악녀' 안나(유미)를 응원하게 되는 이유
《태유나의 듣보드뽀》
태유나 텐아시아 기자가 현장에서 듣고 본 사실을 바탕으로 드라마의 면면을 제대로 뽀개드립니다. 수많은 채널에서 쏟아지는 드라마 홍수 시대에 독자들의 눈과 귀가 되겠습니다. 미성년자 신분으로 교사와 비밀 연애를 즐기고 이름과 학력 등을 위조해 취직은 물론 결혼까지 성공한 '악녀'지만, 상처받고 흔들리고 분노하는 세밀한 감정의 변화 과정을 보고 있으면 자연스레 그녀를 응원하게 된다. 그 중심에는 깊이 있는 열연으로 극의 중심을 이끈 수지가 있었다.
쿠팡플레이 시리즈 '안나'는 사소한 거짓말을 시작으로 완전히 다른 사람의 인생을 살게 된 여자의 이야기로, 정한아 작가의 장편소설 '친밀한 이방인'을 원작으로 한다. 수지는 극의 타이틀롤인 안나(유미)를 맡았다.
지난 24일 공개된 1, 2화에서는 어려운 가정 형편 속에서도 빼어난 외모와 명석한 머리로 철없는 학창 시절을 보낸 유미가 사람들에게 배신당하고, 현실 앞에 부딪히고, 기득권의 멸시에 분노하며 '가짜 신분' 안나로 변모하는 과정을 시간의 흐름대로 보여주며 그녀의 이야기에 빠져들게 했다.
작은 양복점을 하는 재단사 아버지와 말 못하는 엄마 사이에서 태어났음에도 똑똑하고 예쁘고 빛났던 유미. 학창 시절 그는 돈이 없어 발레를 그만둬야 하는 상황에서도 자신의 가난을 소문내고 다닌 친구에게 복수하기 위해 기어코 돈을 내고 콩쿠르에 나가 트로피를 차치하고, 교내서 1, 2등 할 정도로 공부를 잘하면서도 아름답다는 이유로 재능이 없는 입시 미술을 선택하는 철없는 학생이었다. 여기에 음악 교사와 비밀 열애를 하며 아슬아슬한 관계를 이어가기도.
그러나 그의 인생은 교사와의 연애 사실이 발각되며 한순간에 곤두박질친다. "학생이 선생님 좋아하는 거 흔한 일이지만, 육체적인 관계가 있었다는 거는 문제가 돼"라는 담임에 말에 말을 잇지 못하는 유미 앞에서 "유미가 먼저 접근했다"라며 음악 교사가 관계를 부정한 것. 이에 음악 교사는 정직에 그쳤지만, 유미는 강제 전학을 당했고 연인의 배신의 큰 상처를 받았다.
이후 유미의 인생은 꼬이기 시작했다. 수능을 4개월 앞두고 도망치듯 올라온 서울에서 수능을 제대로 볼 리 만무했던 것. 원하던 대학에 떨어졌지만, 차마 아버지에게 말할 수 없던 그는 합격했다고 거짓말을 했고, 그 사소한 거짓말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거짓말이 쌓이고 쌓여 점차 허영기에 휩싸인 그는 입학생인 척 교지편집부 활동까지 하고, 연합 총회서 명문대생을 만나 사랑에 빠져 아버지에게 어학연수를 핑계로 거금을 요구, 그와 같이 뉴욕 유학까지 선택했다. 그러나 출국 직전 거짓말이 들통나 이별 당했고, 아버지마저 세상을 떠나며 큰 시련을 맞게 됐다.
이에 유미의 거짓된 삶은 잠시 멈춰졌지만, 고졸 학력인 유미에게 세상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우연히 수입 가구를 취급하는 컬렉션 편집숍에 취직했지만, 돈 많은 부모 만나 방탕하게 사는 안하무인 현주(정은채 분)의 멸시와 그의 부친으로부터의 폭언은 유미를 각성하게 했고, 현주의 여권과 학위 증명 서류, 돈을 훔쳐 야반도주하게 했다.
안나가 된 유미는 학원 강사를 시작으로 대학 평생 교육원 강사, 학부 강사로까지 이어졌고, 자수성가한 IT업계 CEO 지훈(김준한 분)과의 결혼에도 성공하며 신분 상승을 이뤄냈다. 그러나 우연히 엘리베이터에서 현주와 마주치며 거짓말로 쌓아 올린 모든 것들이 무너질 위기에 처했다.
객관적으로만 보면 유미는 소위 말하는 '사기꾼'이다. 가짜 학위와 이름으로 취직한 것도 모자라 부모 역할 아르바이트를 고용하며 사기 결혼까지 했기 때문. 허영기 가득하고 거짓말을 하는 데 있어 일말의 죄책감도 느끼지 못할 정도로 뻔뻔하다. 그런데도 유미를, 그리고 안나를 욕할 수 없는 데는 인물의 서사를 깊이 있게 담아낸 촘촘한 대본과 음울한 분위기를 한층 끌어올리는 연출, 음악과 함께 10대부터 30대까지 여러 감정을 거치며 변화해가는 인물의 모습을 눈빛과 대사만으로 완벽히 표현해낸 수지의 활약 덕분이었다.
해맑았던 학창 시절부터 현실에 점점 위축되어가고 생기를 잃다 폭주하는 사회인이 되기까지 안나가 돼가면서 겪는 불안감을 현실적으로 표현해낸 수지는 그야말로 '안나' 그 자체였다. 여기에 150벌 정도의 의상을 입었다는 수지의 화려한 비주얼은 또 다른 관전 포인트.
그간 다양한 작품에서 안정된 연기력을 보였던 수지지만, '안나'에서 수지는 그간 보여주지 않았던 새로운 얼굴이었다. 이에 방송 첫 주부터 호평이 끊이지 않으며 벌써 '인생 캐릭터'로 거론되는 상황. 현주와의 재회로 더욱 파격적인 전개가 이어질 '안나'에서 수지가 펼칠 활약에 기대가 모이는 이유다.
태유나 텐아시아 기자 youyou@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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