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나라마수나라' 지창욱 인터뷰
"글로벌 4위 행복, 많은 시행착오 거쳤다"
"하울 닮았다는 말 부끄럽고 민망해"
"가난, 돈, 학업 스트레스 내 이야기, 자신감 있었다"
배우 지창욱./사진제공=넷플릭스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셔서 홀어머니와 함께 자랐어요. 거기서 오는 상실감도 컸고, 현실은 쉽지 않다는 걸 어린 나이에 빨리 깨달았죠. 돈 때문에 힘들었던 순간이 있었기에 어린 시절을 생각하면 우울감이 항상 있었어요. 그래도 어머니의 사랑으로 힘든 시간을 극복할 수 있었습니다."

9일 화상 인터뷰를 통해 만난 넷플릭스 오리지널 '안나라수마나라' 배우 지창욱이 극 중 윤아이(최성은 분)처럼 힘들었던 어린 시절을 회상하며 이렇게 말했다.지난 6일 공개된 '안나라수마나라'는 가난 때문에 꿈을 잃어버린 소녀 윤아이와 꿈을 강요받는 소년 나일등(황인엽 분) 앞에 어느 날 갑자기 미스터리한 마술사 리을(지창욱 분)이 나타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판타지 뮤직 드라마. 하일권 작가의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한다.

지창욱은 원작을 일부로 절반 정도만 봤다고 말했다. 그는 "원작을 다 보는 게 작품을 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겠다는 판단이 있었다. 원작에서 주는 메시지들 위주로만 이해하려 했다"며 "원작에 나와 있는 캐릭터와 나는 다른 사람이기에 100% 따라가기보다 감독님, 작가님과 오랜 대화를 통해 캐릭터를 재창조했다. 내가 꼭 지켜야만 하는 것, 원작에서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나 본질은 흐리지 않으려 했다"고 설명했다.

외적인 모습 역시 원작과는 달리 갔다. 짧은 염색 머리 대신 긴 검은색 머리를 택한 것. 지창욱은 "원작처럼 머리를 짧게 자를까, 머리 색깔을 바꿀까 여러 가지 의견이 나왔는데, 마지막에 원작의 본질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우리만의 캐릭터를 만들자는 결론이 났다"며 "원작과 달라 실망하는 사람도 있을 거로 생각하지만, 나름대로 나만의 이미지를 만들려고 최선을 다했다"고 밝혔다.
배우 지창욱./사진제공=넷플릭스

마술사를 연기하기 위해 3~4개월간 마술 연습도 했다. 그의 마술 선생님은 일루셔니스트 이은결과 그의 팀원들이었다. 지창욱은 "마술보다 캐릭터 자체가 더 중요하긴 했지만, 그 캐릭터를 만들기 위해 필수적으로 마법이 필요했기에 많은 분의 도움을 받았다. 이은결 님이 작품 속 마술 장면에 대한 디자인을 도와줬다. 마술 합이나 호흡은 온전히 믿고 의지했다"며 고마워했다.마술을 배우면서 가장 중요하게 강조한 부분을 묻자 지창욱은 "상대방한테 들키지 않는 스킬과 뻔뻔함이 많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현실적인 이야기에 만화 같은 캐릭터를 연기해야 했던 만큼 고민도 많았다. 지창욱은 "리을이라는 캐릭터가 판타지 하면서도 현실적이고, 정신 이상자 같기도 한 복합적인 인물이다. 음악이라는 소재도 들어있어서 톤앤매너를 어떻게 가져가야 할지 고민하는 과정이 길었다"며 "어려웠지만 그만큼 재밌었다. 다른 작품에서는 왜 이 인물이 이런 행동과 말을 할까 의문을 가지며 촬영했는데, 이 작품에서는 의문 없이 솔직히 표현하려고 했다. 즐거우면 즐거운 대로, 화나면 화나는 대로, '왜?'라는 질문보다 있는 그대로의 상황과 감정을 표현하면서 연기했다"고 밝혔다.
배우 지창욱./사진제공=넷플릭스

지창욱은 '안나라수마나라' 관전포인트로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꼽았다. 그는 "가난, 돈, 학업 성적, 꿈, 다른 사람의 시선 등 우리 모두의 이야기다. 메시지에 초점을 맞추면 더욱 따뜻하고 재밌게 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안나라수마나라'에 출연을 결심한 이유 역시 자신의 이야기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라고. 그는 "나 역시 어렸을 적 가난으로 인해 고민하고 힘들었던 순간이 있었고, 학업 스트레스도 심했다. 심리적인 압박감 때문에 힘들었던 적이 많아서, 아이와 일등, 리을을 봤을 때 내 이야기 같았다"고 밝혔다.이어 "대본을 봤을 때 부담스럽겠다, 어렵겠다고 느끼기 이전에 아이와 일등이를 응원해줘야겠다는 감정이 먼저 들었다. 내가 잘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은 알 수 없는 자신감과 기대감, 설렘도 복합적으로 느껴졌다"고 덧붙였다.

자신이 어른이 됐다고 생각한 시기를 묻자 지창욱은 "내가 의지하던 어머니가 어느 순간 나를 의지하고 있더라. 나를 책임져야 할 부모가 이제는 내가 책임져야 할 부모가 됐을 때 내가 가장이고, 무게를 짊어져야 하는 어른이 됐구나 많이 느꼈다"고 말했다.
배우 지창욱./사진제공=넷플릭스

'안나라수마나라'를 통해 처음 OTT에 진출한 지창욱. 실감하냐고 묻자 지창욱은 "전혀 실감 나지 않는다"며 "주변에서 잘 봤다는 피드백도 아직 별로 안 오고 있다. 글로벌 OTT를 통해 송출되는 건 처음인데, 과거 드라마, 영화, 공연했을 때와는 다른 긴장감과 설렘이 있더라. 재밌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하다"고 소감을 말했다.

실감하지 못한다는 지창욱의 말과는 달리 '안나라수마나라'는 공개 이틀 만에 넷플릭스 글로벌 순위 4위에 오르는 저력을 뽐냈다. 이에 지창욱은 "많은 분이 봐주고 계신 것 같아 너무 좋다. 내가 출연한 작품을 많이 본다는 건 배우로서 행복한 일이다. 많은 시행착오를 거쳐서 최선을 다한 결과물이라 재밌게 봐주셨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관심을 요청했다.

일부 시청자들은 '안나라수마나라' 리을을 보고 '하울의 움직이는 성' 하울 같다고 평했다. 이에 지창욱은 "너무 부끄럽다. 하울 이야기는 진짜 안 하려고 했다. 내가 말하기 민망하다"며 "감독님의 의도된 연출 방향 아니었을까 싶다. 촬영 때도 하울 이야기를 그렇게 많이 했다. 속으로 하울을 어떻게 연기하나 싶었다. 하울을 따라 하고 싶지는 않았지만, 천진난만함을 가진 어른이라는 성향이 비슷했다고 생각한다. 하울은 내가 감히 범접할 수 없는 인물"이라며 손사래를 쳤다.
배우 지창욱./사진제공=넷플릭스

실패에 대한 부담은 늘 있지만, 도망치지는 않으려 한다는 지창욱. '안나라수마나라' 역시 성공 사례가 많지 않은 뮤지컬 형식의 드라마로 흥행 부담이 컸지만, 실패의 경험이 무서워 도망치지는 말자는 생각이었다고. 그는 "배우로서 어떻게 연기하지, 이 장면은 어떻게 나올까 많은 부담감을 가지면서 촬영했다. 부담을 잊으려고 노력을 많이 했고, 스태프와 배우들 덕에 많이 무뎌졌다"고 감사를 표했다.

"마술을 믿는다는 건 마술의 행위를 믿는다기보다 순수하게 즐길 수 있는 마음인 것 같아요. 제가 생각하는 '안나라마수나라' 작품 안에서의 마술 역시 그 사람의 동심을 표현하는 소재가 아닐까 생각해요. 마술을 믿냐고요? 저는 반반입니다. 순수하게 즐기기에는 너무 많이 알아버렸거든요. 그래도 어렸을 때는 속임수에 관한 생각은 많이 안 해본 것 같네요. (웃음)"

태유나 텐아시아 기자 youyou@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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