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힐' 막내 PD 임어진役 박소은
액션 위해 1년 전부터 복싱 시작
"작품에 잘 묻어가는 배우 되고파"
배우 박소은./사진제공=아이오케이 컴퍼니

"특출나게 예쁜 얼굴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어떤 작품에도 잘 묻어가는 배우가 되고싶어요"

배우 박소은의 옷장 안엔 수많은 의상이 들어있다. 매번 새로운 옷을 하나씩 꺼내 공개하는 그가 다음엔 어떤 의상을 어떻게 소화할지 궁금하다.

27일 텐아시아 사옥을 찾은 박소은과 만났다. 지난 21일 종영한 tvN ‘킬힐’(극본 신광호 / 연출 노도철)을 마친 소감을 비롯해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킬힐'은 홈쇼핑에서 벌어지는 세 여자의 끝없는 욕망과 처절한 사투를 그린 작품. 오를수록, 더 높을수록 탐하고 싶어지는 욕망과 권력. 이를 둘러싼 세 여자의 뜨겁고도 격정적인 이야기를 담았다.

박소은은 작품 속 막내 PD 임어진 역을 소화했다. 서슴없는 막말과 당돌한 돌직구를 구사한 그는 까칠하고 퉁명스러운 속내를 솔직하게 드러내는 등 시청자에게 ’사이다’를 선사했다. 더불어 인간적인 공감을 불러일으키며 연기적으로 호평 받았다.

“촬영에 앞서 실제 홈쇼핑 방송국에 답사를 다녀왔다. 실제 PD님들이 어떻게 일하는지, 구조조정실에서 어떻게 디렉팅하시는지 몇 시간씩 지켜봤다. 실제로 모르는 단어나 대사 등 이해가 안 갔던 것들에 대해 여쭤보기도 했다. 어진이랑 실제로 비슷한 8년 차 PD님을 벤치마킹했다.”
배우 박소은./사진제공=아이오케이 컴퍼니


박소은은 영화 ‘클래식’, ‘거울 속으로’, ‘말아톤’, ‘걸캅스’ 등의 작품과 SBS 드라마 ‘비밀의 문’ OCN ‘쇼트’ ‘작은 신의 아이들’, MBC ‘데릴남편 오작두’ 등 다작에서 활약해왔다. ‘킬힐’을 통해 오랜만에 안방극장에 컴백한 그는 긴장과 설렘으로 작품을 마무리 지었다고.

“엄청나게 긴장하면서 작품을 시작했다. 그런 마음으로 첫 방송을 기다렸다. 막상 시작하니까 시간이 금방 지나갔다. 끝나고 나니까 시원섭섭하고, 아쉬운 점도 크다. 좀 더 잘할 수 있었는데 부족한 면이 많이 보이더라. 아쉽지만 무사히 잘 마쳐서 다행인 것 같다.”극 중 박소은이 소화한 임어진 캐릭터는 까칠하고 당돌한 막내 PD. 삼수까지 하며 꿈을 향해 돌진하는 열정적인 모습과 더불어 통쾌하면서도 끈질긴 면이 있는 인물이다.

“어진이가 마냥 까칠하진 않다. 오디션 때 4화까지 발췌 대본을 받았는데, 그것만 봤을 때는 너무 까칠한 면이 있어서 화가 많은가 생각했는데 감독님과 얘기를 하면서 일에 대한 열정이 크고 츤데레 같은 면모를 발견했다. 할 말은 그때그때 하는 성격이고, 똑 부러지고 강단 있는 부분이 저랑 닮았다. 그렇다고 욕을 하고 소릴 지르진 않는다. (웃음)”

배우 박소은./사진제공=아이오케이 컴퍼니
박소은은 작품 속 문지인과 유독 마찰을 자주 빚었다. 이에 대해 그는 “지인 언니의 친동생분이 저랑 동갑이라서 처음 만났을 때부터 ‘그냥 언니라고 불러, 말 편하게 해도 되지?’라며 편하게 다가와 줬다”며 “현장에서도 조언 및 도움을 많이 줬다. 동기처럼, 친구처럼 대해줬다”며 고마운 마음을 드러냈다.

‘킬힐’에는 단단한 내공을 자랑하는 여배우들이 모였다. 우현 역의 김하늘을 비롯해 모란 역의 이혜영, 옥선 역의 김성령이 치열하고 처절한 여성 서사를 그렸다. 박소은에겐 대 선배들일 터. 그는 선배 배우들을 어떻게 기억할까.

“어떤 선배를 봐도 ‘저렇게 해야 주연을 할 수 있구나’ 싶었다. 포스와 아우라가 넘치신다. 세 분 다 목소리가 엄청 매력 있으시고, 무게가 있다고 느껴졌다. 대본 리딩할 때 나도 목소리 톤을 바꿔볼까 등 고민을 많이 했다. 목소리가 너무 좋으시다. 신마다 지켜보는 것만으로 배울 점이 많았다.”“지금은 뭐든 하고 싶은 의지가 넘친다”는 박소은은 ‘학생 역할’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그는 “27살인데 교복 입은 영화나 드라마 ‘지우학’, “스물다섯 스물하나’ 등 한 살이라도 어릴 때 학생 역할을 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고 했다. 더불어 “어진이가 막내로서 밝고 분위기를 이끌어가는 캐릭터였다면, 이번에는 사연이 있거나 어두운 캐릭터를 해봐도 좋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배우 박소은./사진제공=아이오케이 컴퍼니


박소은은 하얀 도화지 같은 배우다. 어떤 옷을 입어도 자연스레 녹아드는,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보인다. 그는 앞으로 소화하게 될 액션 역할을 위해 1년 전부터 복싱을 배우고 있다고. 원래 운동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박소은은 연기를 위한 노력인 만큼 복싱이 너무 재미있다고 전하며 웃었다.

“제가 특출나게 예쁜 얼굴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시청자 분들이 보시기에 '편안함'이 매력이라고 생각해요. 어떤 작품을 하든 잘 묻어가는 배우였으면 좋겠고, 친근한 배우였으면 좋겠습니다. 길 가다가, 또는 옆집에, 어디선가 실제로 살고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드는 배우. ‘작품에 잘 묻어가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서예진 텐아시아 기자 yeji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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