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컷' '스텔라' '불도저에 탄 소녀' 개봉
톱배우 없는 중소형급 영화, 예매율 5%도 안 돼
대형 배급사, 100여 편 한국영화 개봉 시기 못 잡아
<<노규민의 씨네락>>
노규민 텐아시아 영화팀장이 매주 관련 이슈와 그 안에 숨겨진 1mm, 비하인드 스토리를 전합니다. 알아두면 쓸모 있을 수도 있는, 영화 관련 여담을 들려드립니다.
송강호, 이병헌 전도연, 김남길, 임시완, 김소진, 박해준이 출현하는 '비상선언'은 도대체 언제 볼 수 있는 걸까. 관객들이 기다리고 있는 영화는 깜깜무소식인데, 예고에도 없던 작품들이 갑자기 개봉됐다가 소리소문없이 사라지는 패턴이 이어지고 있는 요즘 극장가다.
배급사 콘텐츠 판다는 지난 6일 "영화 '봄날'이 오는 27일 개봉을 확정했다"라며 메인 포스터를 공개했다. '봄날'은 철부지 '호성'이 아버지의 장례식장에서 부조금으로 한탕 크게 벌이려다 수습 불가 사건에 휘말리는 이야기를 담은 저예산 영화로, 손현주, 박혁권, 정석용, 그룹 걸스데이 출신 소진이 출연한다.최근 열린 제작보고회에서 이돈구 감독은 "국가대표급 선수들을 데리고 영화를 찍는 느낌이었다"라며 연기파 배우들의 출연을 강조했다. 손현주 또한 "'봄날'은 '패밀리 액션 누아르'"라며 자신감을 나타냈다. 코로나19 이후 완전히 침체 된 극장가에서 얼마나 많은 관객을 끌어들일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날 한국영화 '스텔라'(배급 CJ CGV)가 개봉했다. '스텔라'는 옵션은 없지만 사연은 많은 최대 시속 50km의 자율주행차 스텔라와 함께 보스의 사라진 슈퍼카를 쫓는 한 남자의 이야기를 담은 코미디물이다. 배우 손호준, 이규형, 허성태 등 개성파 배우들이 호흡을 맞췄다.
'스텔라'는 개봉 첫 날 박스오피스 4위로 진입했다. 일일 관객수는 불과 7791명 밖에 동원하지 못했다. 8일 영화관 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스텔라'는 예매율 5.7%를 기록, '신비한 동물들과 덤블도어의 비밀'(23.1%), '수퍼소닉2'(21.6%) '앰뷸런스'(9.7%) '세븐틴 파워 오브 러브: 더 무비'(7.0%) 등에 밀려 7위에 올라와 있다.개성 넘치는 배우들이 만난 신선한 조합인데도 관객들에게 외면받는 모양새다. 극장에서 마음이 떠난 관객들을 끌어모을 수 있는 희망은 '입소문'인데, 현재로선 입소문을 타지 못하고 있다.
7일에는 '스카이 캐슬'부터 '설강화'까지 드라마로 존재감을 알린 배우 김혜윤이 첫 스크린 주연을 맡은 '불도저에 탄 소녀'(배급 트윈플러스파트너스(주))가 개봉했다. 이 영화는 갑작스러운 아빠의 사고와 살 곳마저 빼앗긴 채 어린 동생과 내몰린 19살의 혜영이 자꾸 건드리는 세상을 향해 분노를 폭발하는 이야기로, 김혜윤은 직접 불도저를 운전하는 열연을 펼친다. 개봉 당일 예매율이 2.3%로, 역시나 관객들에게 큰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다.
앞서 지난달 30일에는 그룹 신화 출신 배우 김동완이 주연한 영화 'B컷'(배급 TCO(주)더콘텐츠온)이 개봉했다. 지난 1일 박스오피스 10위 권에 잠시 진입했지만, 하루 1000명도 동원하지 못한 채 순위 밖으로 밀려났다. 이 영화가 개봉한 지도 모르는 관객이 다수다.
이 외에도 4월 김영옥 주연 영화 '말임씨를 부탁해'(배급 씨네필운), 천우희·신하균 주연 '앵커'(배급 에이스 메이커), 김상경, 이선빈 주연 '공기살인'(배급 TCO(주)콘텐츠온), 오종혁 주연 '늑대들'(배급 트리필름) 등이 개봉 대기 중이다. 이중에 관객들이 흔히 알고 있는 대형 배급사 CJ ENM, 롯데엔터테인먼트, 쇼박스, NEW 등의 작품은 없다.롯데엔터테인먼트는 지난 1월 대형 블록버스터급 영화 '해적: 도깨비 깃발'을 개봉했다. 이 영화는 132만명을 동원, 손익분기점인 450만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NEW도 1월 '기생충'으로 글로벌 스타가 된 박소담을 주연으로 내세운 '특송'을 개봉, 누적 관객 44만명이라는 처참한 기록을 남겼다. 쇼박스 역시 지난 3월 최민식 주연 영화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를 개봉했지만 한 달 동안 51만 명밖에 동원하지 못했다. 이런 가운데 CJ CGV는 4월 '스텔라'를 개봉했다. 현재 예매율 상황만 봤을 땐 '흥행'을 장담하기 어렵다.
대형 배급사 네 곳은 올 초 유명 감독, 톱스타급 흥행배우들이 출연하는 기대작들을 대거 라인업에 올렸다. CJ ENM는 '영웅' '공조2' '외계+인' '더문' '헤어질 결심', '사일런스', 롯데엔터테인먼트는 '한산: 용의 출현' '1947 보스톤' NEW는 '밀수' '마녀2' '정직한 후보2', 쇼박스는 '비상선언' '압구정 리포트' 등의 개봉을 약속했다.
그러나 벌써 4월이다. 지난 1월 개봉키로 한 대작 '비상선언'부터 이미 여러 차례 개봉을 미루고 미룬 '영웅'까지, 관객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는 영화들의 개봉은 깜깜무소식이다.앞서 코로나 확진자 수의 급격한 증가부터 대선까지, 여러 이슈로 관객들은 극장을 점점 외면하기 시작했다. 여기에 '오징어게임'부터 '지금 우리 학교는'까지 넷플릭스를 중심으로 OTT 제작물이 인기를 끌면서 콘텐츠 소비문화까지 급변했다.
이로인해 손해를 우려하는 배급사들이 대작을 쉽게 내놓지 못하는 답답한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하지만 피하는 것만이 상책일까. 지난해 연말 개봉한 마블 영화 '스파이더맨: 더 웨이 홈'은 코로나 확진자가 급증한 상황에도 755만명을 동원하며 흥행했다. 조금 벗어난 이야기일 수 있지만, 지난 3월 열린 월드컵 최종예선 이란 전에는 6만명의 관객이 서울월드컵경기장에 운집했다.
이처럼 영화든 축구 경기든 관객은 재미있으면 본다.
손현주는 '봄날' 제작보고회에서 "현재 개봉을 기다리는 영화가 100여편이 된다고 한다. 4월에 개봉한다는 것은 저희한테 행운이다"라고 말했다.
100여 편의 한국영화는 어찌 될까. 배급사들은 큰돈 들여 야심차게 만들어 놓은 영화를 언제까지 묵혀둘 생각일까. 현재 OTT 시장 상황도 초반과 다르다. 다양한 채널이 있는데도 볼만한 작품이 없다는 분위기다. 지금이 '타이밍'일지 모른다. 마냥 눈치만 보고 있을 것이 아니라 '대작'을 대박내기 위한 방안 모색과 더욱 과감한 실행이 필요할 때다.
그노규민 텐아시아 기자 pressgm@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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