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으로 보기에 유해한 '살림남2'

전 축구선수 이천수의 막말이 도마에 올랐다. 170만 원짜리 모니터가 망가졌다고 아내와 세 자녀에게 '야야'거리며 소리를 지르고 육아와 살림을 도맡아 하고 있는 아내를 무시한 행위가 폭력적이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문제의 장면은 지난 19일 KBS2 '살림하는 남자들2'의 방송이다. 이천수는 아이들을 피해 복층인 자택 2층에서 홀로 시간을 보냈다. 이천수는 몰래 배달 음식을 받으러 갔다 첫째 딸 주은에게 들켰고 다시 자신의 방으로 돌아갔다.

이천수는 방으로 들어오자마자 '야' 하며 냅다 크게 소리를 질렀다. 아내 심하은은 당황하며 "애들 있는데 왜 소리를 지르냐"며 이천수에게 향했다. 이천수가 화가 난 이유는 170만 원짜리 모니터가 열린 창문 때문에 떨어져 모서리가 깨져서였다.

이천수는 아내와 창문을 번갈아 삿대질하면서 "2층 청소도 안 하면서 문을 왜 열어놓는 거야? 집안일 하는 사람이 저걸 체크 못 하고 뭐하는 거야"라고 소리쳤다. 심하은은 아이들도 있으니 가라앉히라 말했지만 이천수는 "네가 잘못했으니까. 집은 네가 챙겨야지"라며 끝까지 아내에게 소리를 질렀다.

심하은은 이천수의 고성을 피해 밖으로 나갔으나 이천수는 끝까지 따라와 소리를 줄이지 않았다. 이천수는 아이에게도 삿대질하며 '네가 그런 거 아니냐며' 고함쳤다. 집에 온 지 3일 만에 1층에 왔다는 이천수. 3일 내내 아이들을 보지 않다 모니터가 깨지자 '범인 색출'을 위해 내려온 셈이다. 심하은은 아이들 앞에서 그러지 말라고 좋게 타일렀지만, 이천수는 '너네 너네'하며 분노를 가라앉히지 못했다.

결국 쌍둥이는 눈물을 터트렸고, 주은은 심하은을 안아주며 위로했다. 심하은은 "남편의 말투 때문에 제가 느끼는 오만가지 감정이 상처가 된다"고 오열했다. 이천수의 변명도 이어졌다. 그는 "제가 생각 없이 뱉는 스타일이고 말을 하면 '야'를 붙이게 되더라. 화가 나면, 이게 버릇인데"라면서 "나는 가족에게 스며들지 못한다는 생각에 가슴이 너무 아프다. 나만 생각하는 남편이 아닌 소통 많이 하는 좋은 아빠 좋은 남편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이천수의 폭력적인 모습이 논란이 되자 한편에서는 '살림남2'이 예능이기 때문에 대본을 봐야한다는 시선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장면은 연출이 아니어도 문제, 연출이어도 문제다. '살림남' 제작진은 가족 예능을 빙자해 유해하고 폭력적인 콘텐츠를 담았다.

처음부터 끝까지 소리를 지르고 위협적이었던 이천수의 행동은 가정 폭력과 큰 차이가 없다. 물리적 폭행이 있어야 가정폭력이 아니다. 위협적인 말과 행동만으로 두려움을 줄 수 있다. 특히나 이천수의 세 자녀는 성인이 아니다. 겨우 10살인 첫째 딸은 아빠의 폭력적인 행위와 상처받는 엄마의 모습을 지켜봐야 했다. 어린 쌍둥이 역시 얼어붙은 분위기에 눈물을 흘렸다. 방송 내내 아이들의 표정은 두려움으로 굳어있었다. 이천수의 분노가 대본이었다 해도 아이들은 상황 자체가 연출이라는 것도 이해를 못 할 나이다. 무서운 분위기에 그대로 노출된 아이들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이천수는 축구 현역 시절 한국 축구계의 풍운아, 악동이라 불렸을 정도로 크고 작은 구설수에 휘말렸다. 그랬던 그는 심하은과의 결혼과 다둥이 아빠가 되며 이미지 변신을 시도했고 시청자 역시 그를 좋게 봤다.

이천수는 '슈퍼맨이 돌아왔다'를 비롯해 여러 예능을 통해 사랑꾼 남편, 다정한 아빠를 연출했다. '살림남'과 '슈퍼맨'이 둘 다 대본이라면 사랑 넘치는 아빠와 남편인 모습이 모두에게 좋지 않을까.

우빈 텐아시아 기자 bin0604@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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