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규 감독은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 인기와 비교되는 사실에 부담스러움을 토로했다.
7일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지금 우리 학교는' 이재규 감독과 화상인터뷰로 만났다. '지금 우리 학교는'은 좀비 바이러스가 시작된 학교에 고립되어 구조를 기다리는 학생들이 살아남기 위해 함께 손잡고 사투를 벌이는 이야기로, 동명의 웹툰을 시리즈화한 작품이다.
'지금 우리 학교는'은 지난달 28일 공개된 이후 9일째 넷플릭스 TV쇼 부문 전세계 1위를 지키며 큰 흥행을 거두고 있다. 이에 이재규 감독은 "이렇게 반응이 좋고 많은 분이 긍정적으로 재밌어한다는 게 얼떨떨하고 신기하다"며 "세계 1등이라는 이야기를 들으니 2년 동안 같이 일했던 시간이 주마등처럼 스쳐갔다. 진심을 가지고 만들었기에 우리가 담고자 한 정서나 이야기들을 느껴주시지 않을 기대는 있었지만, 이런 반응까지는 예상하지 못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오징어 게임' 황동혁 감독과 평소 절친으로 알려진 이 감독. '오징어 게임'과의 비교에 부담감을 없냐고 묻자 "'오징어 게임'이 전세계적인 호평을 듣고 폭발적인 반응이 일어났을 때 놀라고 기뻤다. 황동혁 감독은 나와 절친이다. 문자라도 할까 하다가 전화를 했다. 내년에 내 작품도 나가야 하는데 '오징어 게임' 때문에 부담돼 죽겠다더니 '무슨 부담이 되냐고, 내가 살짝 열어놓은 거니 부담가지지 말라고, 나한테 고마워해야하는거 아니냐' 하더라"며 "'오징어 게임'은 넘사벽이라고 생각한다. '오징어 게임'으로 인해 전세계 많은 시청자가 한국 콘텐츠에 관심을 갖게 됐다. 이 열린 문으로 계속 좋은 콘텐츠가 배달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우리 작품 역시 '오징어 게임' 뒤를 잇는 작품이 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원작 웹툰과 어떠한 차별점을 가지고 이야기를 확장했냐는 질문에 이 감독은 "원작의 골격이나 큰 사건의 흐름은 그대로 가져왔다. 아이들이 죽을지 살지 모르는 상황에서 어떻게든 살아남기 위해 버티려고 하는 모습들을 보면서 극적인 재미도 높이려고 했다"면서 "구체적인 캐릭터나 관계, 사건들은 다르다. 무엇보다 큰 차이는 바이러스의 기원이다. 원작은 어디선지 발생한 건지 명확히 설명되지 않는데데 우리는 인간으로부터 기원이 됐고, 바이러스를 막으는 것도 인간이지 않을까 화두를 던지는 설정으로 바꿨다"고 설명했다.
학교 폭력이라는 사회적 문제를 보다 부각시킨 이유에 대해서는 "표면적으로는 학교폭력을 드러냈지만, 그게 사회와 별반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처음에 볼 때는 아이들이 저렇게 잔인하구나 생각하지만, 다 보고나면 이 사회와 다르지 않은 지점이 있다는 걸 느낄거다. 그 속에서 나는 어떤 사람이지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여학생 교복을 벗기고 성착취물을 찍거나 임신한 여고생이 화장실에서 출산하는 장면 등에 되게 비판적인 의견도 많은 상황. 이러한 자극적인 장면을 굳이 넣은 이유는 무엇일까. 이 감독은 "비극을 단순하게 보여줘서 시청자들을 자극하고 많은 관객을 끌어들이려고 한 건 아니다"라며 "자기 목숨보다도 자기가 당한 모습이 노출되는 걸 두려워하기에 죽는 한이 있어도 없애려는 은지(오혜수 분)의 모습을 보면 그 행동이 얼마나 잔인한지 느낄 수 있기를 바랐다. 그 아이가 죽으려고 해야 하는 상황까지 만들어야 했다 보니 필요한 장면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미혼모 희수(이채은 분)는 현실에도 기사화 된 이야기고, 아이를 버렸지만 결국 지켜야 한다는 18살의 엄마의 책임감, 아이를 위해 달려가는 모습이 극의 전체적인 주제와 닿아있다고 생각했다. 그게 가족들이 가지고 있는 최소한의 책임감이라고 생각했기에 넣은 장치"라면서 "불편한 분들이 계셨다면 연출자로서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사과했다.
시즌2에 대해서는 "할 수 있으면 좋을 것 같긴 한데, 어떻게 될지는 상황을 봐야할 것 같다. 시즌1을 사랑해주면 시즌2도 가능하지 않을까까 싶다. 시즌2를 염두해두고 설정해 둔게 있어서 시즌2가 나온다면 좀더 재밌고 확장된 이야기가 되지 않을까 싶다. 시즌1이 인간들의 생존기였다면 시즌2는 좀비들의 생존기가 될 것 같다"고 귀띔했다.
태유나 텐아시아 기자 youyou@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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