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오성·장혁 주연 '강릉'
철 지난 액션 누아르
감정 없는 액션+어설픈 스토리
영화 '강릉' 포스터 / 사진제공=스튜디오산타클로스, ㈜제이앤씨미디어그룹


햇과일도 철 지나면 푸석푸석해지는 법. 2000년대 감성을 그대로 가져온 영화 '강릉'의 철 지난 스토리와 액션은 입맛을 떨어뜨린다.

'강릉'은 강릉의 리조트 건설을 둘러싼 두 조직 간의 대립을 그린 범죄 액션 영화. 평화와 의리를 중요시하는 강릉 최대 조직의 수장 길석(유오성 분). 그의 앞에 강릉 최대 리조트 소유권을 노리는 민석(장혁 분)이 나타나 길석이 만들어온 질서를 하나둘씩 무너뜨린다.
영화 '강릉' 스틸 / 사진제공=스튜디오산타클로스, ㈜제이앤씨미디어그룹


영화는 강릉 출신의 윤영빈 감독이 대본을 쓰고 연출했다. 그는 개발의 우선순위에서 밀려있던 강릉이 올림픽 덕분에, 혹은 올림픽 탓에 개발되는 모습을 보면서 느끼게 된 양가적 감정을 영화에 담고자 했다. 영화에는 강릉의 경포호, 바다 등 예전과 변함없이 아름다운 풍광과 함께 올림픽으로 인해 달라진 거리의 모습 등을 뒤섞어 보여준다. 그러나 이러한 장면들은 단순히 배경으로만 스쳐갈 뿐 심도 있게 조명하지 않아 감독이 말하고자 하는 양가적 감정이 제대로 전달되지 못한다.

영화는 '액션 누아르'에 치중한 나머지 캐릭터들의 감정과 스토리는 어설퍼져 버렸다. 액션 누아르라는 뼈대만 세웠을 뿐 살점은 제대로 붙이지 못한 것. 조직의 수장이라는 길석은 갈등 없는 선한 삶만 살아가려하고 반대파 민석은 오직 질서를 깨부수려고만 한다. 갈등하는 두 인물의 행동에 명확한 이유나 배경이 드러나지 않는데 싸우기만 하니 관객 입장에서는 어리둥절하다. 길석과 민석의 주변인들도 불필요하게 많이 등장해 혼란스럽다.

알맹이 없는 스토리 속에 두 주인공은 때리고 찌르는 데만 집중한다. 감정을 담은 액션이 아니라 그저 액션을 위한 액션이다. '강릉'의 액션이 지루하고 매력적이지 못한 이유다. 유오성과 장혁 역시 이제까지 해왔던 액션과 연기만 답습했다.

2000년대에서나 통했을 법한, 아니 어쩌면 2000년대에도 통하긴 어려웠을 내실 없는 거친 남자들의 낭만기. '강릉'은 신선하지도 세련되지도 못한 무늬만 '액션 누아르'다.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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