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주목할 만한 예능
김준현 7년 만에 하차 후
요리 프로그램 연달아 합류
이럴거면 '맛녀석' 왜 떠났나
김준현 7년 만에 하차 후
요리 프로그램 연달아 합류
이럴거면 '맛녀석' 왜 떠났나
≪정태건의 오예≫
'콘텐츠 범람의 시대'. 어떤 걸 볼지 고민인 독자들에게 정태건 텐아시아 기자가 '예능 가이드'가 돼 드립니다. 예능계 핫이슈는 물론, 관전 포인트, 주요 인물, 비하인드 스토리까지 낱낱히 파헤쳐 프로그램 시청에 재미를 더합니다방송인 김준현이 7년간 활약한 IHQ 예능 프로그램 '맛있는 녀석들'에서 하차했다. 그는 익숙한 것을 내려놓기 위해 하차를 결정했다고 밝혔으나 또 다른 음식 프로그램에 합류해 의문을 자아낸다.
지난 20일 방송된 '맛있는 녀석들'에서는 김준현의 마지막 녹화분을 담은 이야기가 그려졌다. 이날 오프닝에서 그는 "2015년 시작한 '맛있는 녀석들'이 오늘로 339주, 2395일이 됐다. 한주도 빠짐 없이 함께했던 프로그램이지만 나는 오늘이 마지막 녹화"라며 "터닝 포인트가 필요해서 이래저래 고민을 많이 했다. 멤버, 제작진, 시청자 여러분께 송구스럽고 죄송스럽다는 걸 알지만 힘든 결정을 내렸다"고 말했다.
제작진도 떠나는 김준현을 위해 '영화 먹방 특집'을 준비했다. 그간 김준현이 "영화를 보고 나면 내용보다 배우들의 먹방 장면이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다"고 말해왔던 걸 떠올려 마지막 녹화를 꾸민 것. 이에 제작진은 물론 출연진도 촬영 도중 눈물을 흘려 안타까움을 자아냈다.방송 말미 김준현은 '맛있는 녀석들'이 어떤 의미였냐는 질문에 "일상이었다. 아침에 일어나 양치하고 세수하는 것처럼 익숙하지만 안 할 수 없는, 꼭 해야되는 프로그램이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제작진이 준비한 선물에 말을 잇지 못하다가 자신의 결정을 존중해준 것에 대해 고마움을 표했다.
그만큼 김준현과 '맛있는 녀석들'은 단순히 출연자, 프로그램을 넘어 뗄레야 뗄 수 없는 중요한 관계였다. 그는 유민상, 김민경, 문세윤과 함께 '뚱4'로 불리며 7년간 프로그램을 이끌어왔다. "뚱뚱한 개그맨들이 나와 음식을 먹으러 다니는 뻔한 프로그램을 누가 보겠냐"는 초기의 비아냥을 보기 좋게 칭찬으로 뒤집은 것도 네 사람의 끈끈한 호흡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김준현은 '먹교수'라는 별명에 걸맞는 맛 표현과 확고한 음식 철학, 창의적인 재료 배합 등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그의 음식에 대한 명언과 진정성 있는 자세는 시청자들의 몰입도를 높였다. 특히 '뚱4'라는 굳건한 체제 속에서 김준현은 가장 무게감 있는 출연자였다. 가장 다양한 방송 경험을 가진 그였기에 자연스럽게 메인 MC로서의 역할을 수행했고, 멤버들의 멘트를 단번에 정리해냈다.
이에 김준현의 하차 소식은 많은 아쉬움을 자아냈다. 갑작스러운 발표에 '건강 이상설', '불화설' 등이 제기되기도. 소속사 SM C&C는 "김준현이 데뷔 15주년을 앞두고 익숙한 것들을 잠시 내려두고 자신을 재정비하는 시간을 갖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그의 진심을 알게 된 출연진과 제작진은 물론 시청자들은 7년간 프로그램을 이끌어온 노고를 인정하며 앞날을 기꺼이 축복해줬다.하지만 김준현이 '맛있는 녀석들' 하차 이후 합류한 프로그램을 살펴보면 아이러니하다. 익숙한 것에서 벗어나 새로운 도전을 펼칠 것 같았던 그의 행보는 전혀 새롭게 다가오지 않았다.
김준현은 최근 채널S '위대한 집쿡 연구소'와 MBN·SBS FiL '대한민국 치킨대전' 출연 소식을 연달아 알렸다. 두 프로그램 모두 음식을 먹는 게 아닌 만드는 과정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요리 프로그램에는 필연적으로 '먹방'이 따른다. "이럴거면 뭐하러 '맛있는 녀석들'을 떠난 것이냐"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앞서 언급했듯 김준현은 '먹방'만 가능한 출연자가 아니다. '맛있는 녀석들'에서도 멤버들의 멘트를 정리하고 진행을 이끄는 역할을 도맡아왔다. 그렇기에 '맛있는 녀석들'을 떠난 뒤에는 단순히 '먹방'에 그치지 않고, 조금 더 신선한 그림, 새로운 캐릭터를 보여주지 않을까란 기대를 받았다. 하지만 결국 요리 프로그램을 선택하면서 김준현이 '맛있는 녀석들'을 떠나 보여주고 싶었던 모습이 무엇이었는지 더 큰 의문이 생긴다.
이미 떠나간 마당에 누가 더 아쉬운 쪽인지 따지는 건 무의미하다. 리더를 떠나보낸 '맛있는 녀석들'과 대표작을 잃은 김준현. 양측은 어떻게 위기를 극복해나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김준현이 말한 터닝포인트가 커리어의 추락점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
정태건 텐아시아 기자 biggu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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