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이라이브 '달려라 방탄' 142회 파오차이 논란
김치를 김치라고 왜 말을 못해?
김치는 왜 중국에만 가면 파오차이가 되나
문체부, 훈령에 '김치'를 버젓이 '파오차이'로 번역
중국서 이름 잃은 김치, 김치라고 부르자
김치를 김치라고 왜 말을 못해?
김치는 왜 중국에만 가면 파오차이가 되나
문체부, 훈령에 '김치'를 버젓이 '파오차이'로 번역
중국서 이름 잃은 김치, 김치라고 부르자
≪최지예의 찐담화♪≫
최지예 텐아시아 기자가 가요계의 '찐'담화를 주도합니다. 무분별한 정보 속에서 표류하는 이슈를 날카롭게 보고 핵심을 꼬집겠습니다.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고, 형을 형이라 부르지 못하니."
소설 홍길동전에 나오는 유명한 대사다. 서자로 태어난 홍길동은 조선이 철저한 신분 사회였던 탓에 아버지를 아버지라고 부르지 못하는 처절한 서러움 속에 살았다.
2021년, 대한민국의 고유 식품 김치를 김치라 부르지 못하고 있다. 적어도 중국에 대해선 그렇다. 홍길동은 서자였다지만, 김치는 우리 K푸드의 정통성을 대표하는 '적자'다. 거의 매 끼니 밥상에는 김치가 기본으로 깔리고, 라면을 먹을 때나 고기를 먹을 때도 김치가 빠질 수 없다. 김치를 응용해 파생된 음식은 하나하나 열거하기도 어려울 만큼 많다.
그룹 방탄소년단도 김치를 사랑하기는 마찬가지다. 방탄소년단은 지난 15일 공개된 네이버 글로벌 라이브 브이앱 '달려라 방탄' 142회에서 요리사업가 백종원과 함께 김치를 담갔다. 파김치를 만들어 짜장 라면과 먹었고, 김치 겉절이를 무쳐 수제비를 곁들였다.
방송에서 방탄소년단과 백종원은 김치를 뭐라고 했을까? 당연히 김치라고 불렀다. '여러분들 김치 맛있게 드세요', '우와, 김치 맛있다'면서 김치 알리기에 한마음, 한목소리였다. 그런데 중국어 자막이 문제가 됐다. 라이브 방송에서 중국어 자막을 켜면 김치는 '파오차이'(泡菜)라고 번역돼 방송됐다. 오역된 자막 하나로 방탄소년단은 한국의 김치가 아닌 중국의 파오차이를 만든 셈이 됐다. 기가 찰 노릇이다.
세계적으로 영향력 있는 방탄소년단이 수 많은 소재 중 굳이 김치 담그는 모습을 기획해 영상에 담은 이유는 명확하다. 김치를 세계 곳곳에 알리고 싶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방탄소년단의 기특한 의도는 중국어 자막 오기로 인해 퇴색됐다.
그렇다면 네이버 브이라이브는 왜 이런 오역을 하게 된 것일까. 이와 관련해 네이버 브이라이브 측은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 훈령에 기반해 번역한 결과라는 입장을 내놨다. 문체부가 내린 지침 내 '김치'의 표준화된 번역 용어가 '파오차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7월 15일 제정된 문체부 훈령(427호) '공공 용어의 외국어 번역·표기 지침'에는 '중국에서 이미 널리 쓰이고 있는 음식명의 관용적인 표기를 그대로 인정한다'며 '김치찌개'를 '파오차이탕'으로 규정해 예를 들었다.
이후 언론과 시민단체 등이 해당 훈령을 수정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자, 문체부는 지난 1월 11일 '농림축산식품부가 선정한 김치의 우리식 중국어 표기 신치(辛奇)로도 표기할 수 있다'고 한 발 물러서며 해명했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김치를 차오파이(泡菜)로도 표기할 수 있는바'라며 '향후 김치의 중국어 번역에 대한 국민 정서를 고려해 농림축산식품부 등 관계부처와 전문가의 협의를 통해 훈령을 정비해나갈 계획임을 알린다'고 덧붙였다. 개정 가능성을 열어두는데 그쳤을뿐 적극적인 개선 의지를 엿볼 수 없었다.김치와 파오차이는 완전히 다르다. 중국 쓰촨성의 발효 음식인 파오차이는 피클에 가까운 염장 식품으로, 양념을 버무려 발효시킨 김치와는 달리 채소를 소금에 절여 만든다. 그 원리도 모양도 다른 식품이다.
방탄소년단이 직접 만든 김치를 먹는 모습은 본 글로벌 팬들은 '김치를 만들어 보고 싶다'는 등 김치에 대한 관심을 보임과 동시에 '김치의 중국어 자막은 수정이 필요하다'며 목소리를 내고 있다. 팬들은 물론이고, 대중 역시 김치와 차오파이는 엄연히 다른데 어떻게 호환되어 통용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의견이 거세게 대두되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지적을 받고도 문체부와 네이버 브이라이브는 여전히 훈령과 자막을 수정하지 않고 버젓이 김치를 파오차이라고 부르고 있다. 모르는 게 아니라 알면서도 깔아뭉개고 있으니 뻔뻔하기 그지 없다. 김치를 김치라고 부르지 못하는 문체부와 브이라이브 탓에 방탄소년단도 홍길동의 설움을 간접적으로 느끼고 있을 것이다.애써 이런 주장을 하는 것이 새삼스럽고 우습기까지 하지만, 김치는 김치라고 부르면 된다. 빵 속에 소시지가 든 미국의 음식을 '핫도그'라고 부르고, 해산물과 채소를 넣고 익힌 스페인 쌀 요리를 '파에야'라고 부르기를 주저하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방탄소년단의 K-팝과 '기생충'의 K-무비에 이어 K-푸드, K-뷰티 등 우수한 우리 대한민국 문화가 세계에 깃발을 날리고 있다. 현실에 안주하는 것보다는 호재속 상황을 더 발전시켜 나아가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
김치는 홍길동의 처지가 될수없다. 세계 어디서나 김치가 '김치'라고 불리는 날이 빨리 오기를 기다린다.
최지예 텐아시아 기자 wisdomart@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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