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구마사' 2회만에 폐지
"'역사왜곡' 인지 못했다"
배우, PD, 작가, 사과 릴레이
'조선구마사' 출연 배우 장동윤, 감우성, 박성훈, 김동준./ 사진제공=SBS

'역사 왜곡' 논란으로 방송 2회 만에 폐지된 SBS 월화드라마 '조선구마사' 배우들이 줄줄이 사과했다. PD와 작가까지 모두 사과문을 올리며 고개를 숙였다.

극 중 충녕대군으로 출연한 주연배우 장동윤을 시작으로 배우들의 사과가 이어졌다. 장동윤은 지난 27일 오전 소속사 동이컴퍼니를 통해 "이번 작품이 이토록 문제가 될 것을 충분히 인지하지 못했다. 제가 우매하고 안일했다. 변명의 여지 없이 대단히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이어 "창작물을 연기하는 배우의 입장에서만 작품을 바라봤다"며 "사회적으로 예리하게 바라봐야 할 부분을 간과한 것은 큰 잘못"이라고 덧붙였다.

양녕대군 역을 맡은 박성훈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자필 사과문을 게재했다. 그는 "'조선구마사' 출연 배우로서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라며 "작품으로 실존 인물을 다룸에 있어 부담감과 조심스러운 마음을 가져왔음에도 불구하고 창작과 왜곡의 경계에 대해 올바르게 판단하지 못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런 상황이 돼서야 저의 어리석음을 깨달은 것에 대해 부끄럽게 생각하고 있다. 이로 인해 받는 질타는 달게 받겠다. 배우에게도 역사적 인식과 사회적 책임이 얼마나 중요한지 뒤늦게 깨닫고 있다"라고 사과했다.태종 역을 맡아 연기한 감우성도 소속사 WIP 인스타그램을 통해 "SBS 월화드라마 '조선구마사'에 출연한 배우이자 제작진의 일원으로서 시청자들을 포함,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라며 "대중에게 커다란 영향을 미치는 배우로서 보다 심도 있게 헤아리지 못해 실망감을 안겨드린 점 역시 송구스러운 마음"이라고 전했다.

또한 "'조선구마사'가 역사의 실증을 바탕으로 한 역사드라마가 아닌 악령을 매개로 한 허구의 스토리라 하더라도 실존 인물을 통해 극을 이끌어 가야 하는 배우로서 시청자분들께 역사왜곡으로 비춰질 가능성을 인지하지 못했다"라고 설명했다.
'조선구마사' 출연 배우 서영희, 정혜성./ 사진제공=SBS

이유비, 김동준, 서영희, 정혜성 등 주요 배우들의 사과가 계속해서 이어졌다.

이유비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역사왜곡 부분에 대해 무지했고 깊게 생각하지 못한 점 반성한다. 앞으로 폭넓은 시야로 작품에 임하는 연기자가 되도록 노력하겠다"라고 입장을 밝혔다.김동준도 인스타그램을 통해 "고개 숙여 사과드린다. 신중하게 작품을 선택해야하는 배우로서 책임있는 모습을 보여드리지 못했다"라며 "어떤 방식으로든 가볍게 다루어서는 안되는 역사의 중요성을 간과하고 문제점을 인식하지 못한 점 진심으로 죄송하다. 앞으로 제가 선택하고 보여드리는 것이 많은 분들께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무거운 책임감 잊지 않겠다"라고 했다.

서영희 또한 "'조선구마사'에 출연한 배우로서 많은 분들 심기를 불편하게 해드린 점 사과의 말씀드린다. 창작물이지만 실존 인물을 연기하는 데 있어 역사 왜곡의 부분을 인지하지 못했던 점, 또 무지했던 점 죄송하다"라고 사과의 뜻을 전했다.

정혜성 역시 "제대로 된 역사인식을 갖고 작품에 임하지 못한 점, 진심으로 죄송하다"라며 "배우라는 직업을 가지고 제가 참여한 작품이 대중들에게 줄 영향에 대해 깊게 생각하지 못한 저의 부족함"이라고 자책했다. 이어 정혜성은 "대한민국 국민으로 정확한 역사의식을 갖도록 끊임없이 노력하겠다"라고 다짐했다.
'조선구마사' 출연 배우들./ 사진제공=SBS

연출자인 신경수 PD도 사과에 나섰다. 이날 입장문을 내고 "불거진 여러 문제에 대해 모든 결정과 최종 선택을 담당한 연출로서 책임을 깊이 통감하고 사죄드리고자 한다. 드라마의 내용과 관련한 모든 결정과 선택의 책임은 제게 있다"라며 "편향된 역사의식이나 특정 의도를 가지고 연출한 것이 아니다. 문제가 됐던 장면들은 모두 연출의 부족함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말했다.'조산구마사'를 집필한 박계옥 작가도 뒤늦게 입을 열었다. 박계옥 작가는 "사려 깊지 못한 글쓰기로 지난 며칠 동안 시청자 여러분께 깊은 심려를 끼친 점 진심으로 사죄드린다"라고 사과했다.

이어 "역사 속 큰 족적을 남기셨던 조선의 건국 영웅 분들에 대해 충분한 존경심을 드러내야 했음에도 불구하고 판타지물이라는 장르에 기대어 안이한 판단을 한 점에 대해서도 크게 반성하고 있다"라며, "의도적인 역사왜곡은 추호도 의도한 적이 없었으나, 결과적으로 여러분께 깊은 상처를 남긴 점 역시 뼈에 새기는 심정으로 기억하고 잊지 않겠다"라고 했다.

앞서 조선구마사는 지난 22일 1회 방송부터 피단·월병 등 중국풍 소품을 대거 사용하며 '역사 왜곡 논란'에 휩싸였. 또한 태종 등 실존 인물을 등장시켜 판타지 물을 그려내며 역사를 왜곡해 시청자들의 거센 항의를 받았다.

일부 전문가들도 역사 왜곡 비판에 가세하며 논란의 불씨가 커졌고, 제작사와 방송사 SBS는 지난 24일 실수를 인정하고 사과한 뒤 다음 주 방송을 결방하고 작품을 재정비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비판 여론은 점점 더 거세졌고, 광고를 편성한 기업들, 지자체마저 잇따라 '손절' 하면서 결국 폐지 됐다.


노규민 기자 pressgm@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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