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CN '경이로운 소문', 지난달 24일 종영
정원창, 신명휘 시장의 아들이자 일진 신혁우 役
출연 이후 SNS 팔로워 수 급증
"중국집서 군만두 서비스 받기도"


OCN 드라마 '경이로운 소문'에서 신명휘(최광일 분) 중진시 시장의 아들이자 일진 신혁우 역으로 열연한 배우 정원창. /조준원 기자 wizard333@


배우 정원창이 강렬한 존재감으로 안방극장에 눈도장을 찍었다. OCN 드라마 '경이로운 소문'에서다. 극 중 신명휘(최광일 분) 중진시 시장의 아들이자 일진 신혁우 역으로 열연했다.정원창은 캐릭터 특유의 날이 선 표정과 악랄한 행동을 섬세하게 그려내며 입체적인 악역을 완성했다. 끊임없이 소문(조병규 분)을 괴롭히고, 신명휘에게 위협을 당하며 공포감을 극대화하는 등 몰입도를 높였다.

2009년 연극 '모두들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로 데뷔한 정원창은 영화 '아이 캔 스피크', '내안의 그놈', '0.0MHz', '극한직업' 등과 드라마 '욱씨남정기', '동백꽃 필 무렵', '나의 나라', '그녀의 사생활' 등에 출연하며 필모그래피를 차근차근 쌓았다.

'경이로운 소문'은 매회 최고 시청률을 갈아치우며, OCN 개국 이래 첫 두 자릿수 시청률을 돌파했다. 그 덕에 정원창을 알아보는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고.정원창은 "중국집에 짬뽕을 먹으러 갔는데 사장님께서 '경이로운 소문'에 나온 거 잘 봤다면서 군만두를 서비스로 줬다. 되게 생소한 경험이라 신기하고 얼떨떨했다"면서 "잘 먹었다고 말하고 싶었는데 너무 바쁜 것 같아 제대로 인사를 못 했다. 아쉬운 대로 카운터에 이야기를 하고 갔던 기억이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외국에 있는 분들이 SNS를 통해 많은 반응을 보여준다. 한국어에 능숙하지 못해서 많은 말을 담아주진 못하지만, 먼 나라에서 정원창이라는 사람의 계정에 손수 댓글을 달아주는 게 감사할 뿐"이라며 "누군가가 나를 응원해 주고 힘이 되는 말을 해주는 게 익숙하지 않은 것들인데 너무 기분이 좋다"고 전했다.

"친척들이나 친구들이 누구보다 가까이에서 저를 응원했어요. 다들 '잘 봤다', 'TV에서 보니까 좋다'고 하더라고요. 배우라는 직업을 바라볼 때 결과물이 있어야 '잘하고 있구나'라고 받아들여지기 쉽잖아요? 그런 부분에 있어 '경이로운 소문'은 주변 사람들에게 '원창이가 하나씩 할 일을 해나가고 있구나'라며 염려를 덜어줄 수 있는 고마운 작품인 것 같아요."
'경이로운 소문' 스틸컷. /사진제공=OCN


정원창이 연기한 신혁우는 학교에서는 막강한 힘을 가진 양 으스대지만, 집에서는 기도 못 펴는 이중적인 생활을 하는 인물이다. 이에 정원창은 "세상에 처음 태어나서 갖게 되는 것이 유대감이다. 그게 없었던 신혁우는 외적인 것을 통해 자신을 단단하게 만들려고 했다"면서 "아버지의 후광을 보고 몰려드는 사람들의 달콤한 말로 충족감을 느끼면서 살았다"고 설명했다.

욕을 많이 먹기 위해 노력했다는 정원창. 그는 "신혁우의 행동이 미화되거나 정당화되지 않게 하려고 했다"면서 "소문은 정의롭고 선한 아이다. 평범하게 친구를 좋아하는 아이로, 신혁우가 크게 대비되게끔 나쁘게 표현하고 싶었다"고 이야기했다.학교 폭력을 주제로 다룬 만큼 심각성 또한 크게 와닿았을 터. 정원창은 "학교 폭력은 변명의 여지가 없을 만큼 나쁘다. 크게 봤을 때 폭력 자체가 정당화될 수 없다"면서 "소문이 기회가 있다고 했듯이 가해자는 피해자에게 진심으로 응어리가 풀어질 수 있게 최선을 다해서 사과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극 중 신혁우가 자신을 괴롭혔던 학우들에게 사과하는 장면을 보고 '좋다'는 댓글을 본 적 있다. 이게 당연한데도 실제로는 이것조차 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며 "세상에는 여러 모양의 폭력이 있다. 꼭 없어져야 할 문제다.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정원창은 극 중 복수를 위해 폐공장에서 소문의 친구 임주연(이지원 분), 김웅민(김은수 분)을 납치한 장면에 관해 "내가 봐도 잔인하다고 느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건 욕 좀 많이 먹겠다고 생각했다. 공장 안이 춥고 먼지도 많고 바닥에 쓰러져있는 것 자체가 힘든 환경이었다"고 털어놓았다.또한 "김은수가 피를 철철 흘리면서 바닥에 누워있는데 얼마나 애처로운지 모른다. 내가 머리채를 잡고 있다가 미안한 마음에 얼굴을 쓰다듬기도 했다. 학생이 이렇게 나쁠 수도 있구나 싶더라"라고 말했다.

정원창은 극 중 조병규와의 액션 장면에 관해 "부상 우려가 있어 조심스러웠는데 먼저 이끌어준 덕에 편한 마음으로 촬영에 임했다"며 고마움을 표했다. /조준원 기자 wizard333@


정원창은 1989년 9월 1일생으로 올해 33세다. 그는 10년여 만에 다시 입은 교복이 마냥 낯설고 부끄러웠다고 했다.

또한 "굉장히 오랜만에 교복을 입었다. 고등학교 2학년의 역할을 맡아서 하게 됐는데 실제 나이와 15년 정도의 차이가 있다. 처음엔 적응이 안 됐는데 어쨌거나 그건 캐릭터니까 점점 뻔뻔해지더라"라면서 "고등학교에 촬영을 갔는데 때마침 방과 후 활동이라 진짜 학생들이 있었다. 그들을 보면서 '저게 진짜 고등학생이지' 싶더라"라고 털어놓았다.

이어 "그들이 가진 생체에너지는 정말 달라서 나도 모르게 현타(현실 자각 타임)가 왔다. 함께 연기한 배우들과 나이 차가 많이 나지 않아서 서로 다독이면서 찍었다"고 덧붙였다.

'경이로운 소문'이 대중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이유로 '대리만족'을 꼽은 정원창. 그는 "나를 비롯한 일진 무리, 신명휘 시장과 악귀들이 나쁜 짓을 저지르고 통쾌하게 쓰러져 나갔다. 이런 부분이 코로나19라는 시기와 맞물려 답답함을 해소시켜준 게 아닐까 싶다"고 설명했다.

정원창은 부모님의 든든한 지원으로 지금에 이르게 됐다고 했다. 그는 "어린 시절, 디즈니 애니메이션 '라이온 킹'을 비디오로 몇 번이나 돌려보며 주인공을 흉내 내는 걸 좋아했다. 이후 TV에 나오는 배우들을 보며 멋있다고만 생각하고 있었는데, 고등학교 2학년 때 아버지가 '연기해보는 게 어떻겠냐?'고 먼저 제안했다. 그렇게 연기 학원에 다니게 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나에게 있어 부모님은 가장 가까이에 있는 조력자이자 후원자다. 나를 믿어주고 하고 싶은 걸 할 수 있게 도와준 덕에, 감사하게도 배우라는 꿈을 계속 꿀 수 있었다"고 전했다.

다가오는 설날 계획은 어떠할까. 정원창은 "시기가 시기인 만큼 부모님과 조용히 지낼 예정"이라며 "올해는 '경이로운 소문'으로 내 이름과 얼굴을 알렸다. 시청자들이 잊기 전에 다음 작품으로 신혁우와는 다른 정원창을 보여주고 싶다"고 다짐했다.

"많은 분의 사랑을 받은 작품에 참여하게 돼 감사할 뿐이에요. 그 안에서 신혁우를 열심히 미워해 주고 관심 있게 지켜봐 준 덕에 저도 열심히 할 수 있었죠. 클립 영상이 올라올 때마다 시청자의 입장에서 재밌게 봤어요. 즐거운 현장 분위기 속에서 동료 배우들과 스태프들 모두 무사히 촬영을 마쳤어요. 얼른 다음 작품을 준비해서 좋은 모습으로 찾아뵙겠습니다."

박창기 기자 spear@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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