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내가 죽던 날'의 배우 이정은이 더 생생한 캐릭터 표현을 위해 왼손으로 글씨 쓰는 연습을 했다고 밝혔다.
9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영화 '내가 죽던 날'에 출연한 이정은을 만났다. 이정은은 사고로 목소리를 잃은 섬마을 주민이자 소녀의 마지막 행적을 목격한 순천댁 역을 맡았다.대사 없이 표정과 눈빛, 몸짓만으로 연기하는 게 쉽지는 않은 일. 이정은은 "그걸 신경 쓰기보다 상대방의 말을 잘 들으려고 했다. 현수(김혜수 분)가 섬에 나타났을 때 두려움이 많았지만 (비밀을) 들키지 않아야 하니까 아무 일이 없었던 것처럼 행동하려 했다"고 말했다.
극 중 순천댁의 필체는 소녀의 실종사건에서 단서가 되기도 한다. 이정은은 "왼손잡이 설정은 원래 없었다. 원래 오른손잡이니까 오른손으로 글씨를 쓰니 시골 어머니 같은 느낌이 안 나오더라. 감독님과 왼손으로 쓰면 어떻겠냐고 상의했다. 감독님도 예시를 많이 보여주셨다"고 말했다. 이어 "이게 또 연습하니까 괜찮더라. 앞으로 양손을 다 쓸까 싶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영화에서는 순천댁이 나오지 않는 목소리를 억지로 끄집어내며 세진에게 말을 하려는 장면이 나온다. 이정은은 이 장면이 이번 영화에서 가장 어려웠던 연기라고 했다. 그는 "말을 못하는 사람인데 소리가 어떻게 나갈 것인가에 대해 많이 고민했다. 나도 그랬고 감독님도 고민했다. 후시 녹음할 때까지 계속 고민했다. 상상력을 동원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감독님이 끝까지 물고 늘어져서 더 좋은 장면이 나올 수 있었던 것 같다"며 "(후시 녹음을 위해) 녹음실에 오래 있다보면 뛰쳐나가고 싶을 만도 한데 굉장히 침착하게 오래동안 기다려주셨다"고 전했다.
'내가 죽던 날'은 유서 한 장만 남긴 채 절벽 끝으로 사라진 소녀와 삶의 벼랑 끝에서 사건을 추적하는 형사, 그리고 그들에게 손을 내민 무언의 목격자까지 살아남기 위한 그들 각자의 선택을 그린 이야기. 오는 12일 개봉한다.
김지원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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