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인 휴대전화서 수상한 메시지 발견
지인들 "전 남친에 불법촬영·성폭행 당해"
경찰, 전 남친 형사 입건+휴대전화 분석
3일 '뉴스데스크'가 보도한 가수 지망생 사망 사건/ 사진=MBC 캡처

20대 가수 지망생이 가수 겸 작곡가로 활동 중인 전 남자친구이로부터 불법촬영과 성폭행을 당한 뒤 숨졌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지난 3일 MBC 뉴스데스크는 지난 4월 가수 지망생 A씨가 자신의 자택에서 "사람에게 상처받고 고통받았다"는 유서와 함께 숨진 채 발견됐다고 보도했다. A씨는 생전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유지하며 밴드 활동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MBC에 따르면 유족은 이 죽음이 작곡가이자 가수인 전 남자 친구가 술에 약을 타서 먹인 뒤 불법 촬영과 성범죄를 저지른 것과 관련이 있다면서 고발했다.A씨 아버지는 "(딸이) 명랑하고 쾌활한 성격이었다"며 "나도 어처구니가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그런데 숨진 딸의 휴대전화에서 뜻밖의 대화를 발견했다고 한다. 딸이 사망 두 달 전 "술에 약을 탔다. 말도 꺼내는 게 너무 스트레스다", "나한테 더 못할 짓 한 걸 뒤늦게 알았다. 아무것도 못하겠고 정신이 이상해지는 것 같다"면서 지인에게 호소하는 내용이었다.

A씨가 지목한 가해자는 그가 한 때 사귀던 가수이자 작곡가 B씨였다. 기타리스트 출신으로 최근 유명 아이돌 그룹의 음반 작업에도 참여한 인물이다.

A씨의 지인들은 "두 사람이 교제하던 당시 A씨가 불법 촬영과 성폭력을 당했다"고 털어놨다고 말했다. 또한 "B씨가 보낸 불법 촬영 영상에 A씨가 고통스러워했다"고 설명했다.한 지인은 "(A씨가) 양주 한 모금 정도 마셨는데 거품을 물고 자기가 쓰러졌다고 했다. 자기가 기억을 잃고 침대에 옷을, 다 나체로 벗은 상태로 누워있었고, 동영상을 찍었다고 한 얘기를 들었다"고 전했다.

이를 알게 된 A씨의 아버지는 B씨를 경찰에 고발했고, 경찰은 수사에 착수했다.
3일 '뉴스데스크'가 보도한 가수 지망생 사망 사건/ 사진=MBC 캡처

이에 대해 B씨 변호인는 "고발인의 일방적인 주장일 뿐이다"라며 "B씨는 법적으로나 도덕적으로나 비난 받을 행동을 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B씨 또한 MBC 취재진에게 "제가 기억하는 한, 제가 가지고 있는 여러 기록 상 그런 일은 없었다"며 "교제하던 시점에서 대략 반년 후 느닷없이 꺼낸 이야기들은 사실이 아니며, 실체적 진실을 밝히는 데 자신이 누구보다 협조하고 있다"고 말했다.하지만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은 B씨를 성폭력범죄처벌법과 강간치상 혐의로 형사 입건했다. 또한 경찰은 B씨 자택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휴대전화와 컴퓨터 등에 대한 디지털 증거 분석 작업도 진행하고 있다.

경찰은 범죄 혐의 여부를 밝히기 위해 이달 안으로 B씨를 소환하기로 하는 등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ㆍ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정태건 기자 biggu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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