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환X이영표, 14년 만에 선수로 재회
자존심 건 한판승부…극적인 2:2 무승부
이영표, 가슴 먹먹한 소감 '최고 시청률'
18일 방송된 '뭉쳐야 찬다' / 사진=JTBC 제공

한국 축구의 전설 안정환과 이영표가 14년 만에 한 그라운드에 나타났다.

지난 18일 방송된 JTBC ‘뭉쳐야 찬다’에서는 용병 감독 이영표가 가요계 기부 천사 션과 함께 등장해 ‘어쩌다FC’의 감독인 안정환과 역대급 진검승부를 펼쳤다. 2006년 이후 처음으로 한 그라운드에 선 두 사람의 모습에 일요일 저녁 안방극장은 뭉클한 감동으로 물들었다.

이날 ‘어쩌다FC’는 선수뿐만 아니라 감독 안정환도 테스트 해보라는 구단주의 요청으로 교체 위기에 처했다. 이어 용병 감독으로 안정환의 오랜 동료이자 천적인 이영표가 등장했다. 스포츠 전설들은 반갑게 그를 맞았고 그동안 안 감독에게 맺혔던 서러움을 성토하기 시작했다. 이영표 역시 그런 전설들에게 합류해 디스와 칭찬을 오가며 안정환을 들었다 놨다 했다.특히 이영표는 자신의 트레이드마크인 일명 ‘헛다리 짚기’ 스텝오버 기술을 전설들에게 전수하기 위해 특별 훈련을 준비했다. “중독성이 있다”며 이 기술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보인 이영표에게 안정환은 “운동장에서 이 기술 쓰면 앞으로 다신 안본다”고 선전포고를 하며 신경전을 벌였다.

훈련을 마친 ‘어쩌다FC'는 이영표 축구단과 함께 사상 첫 감독 방어전을 시작했다. 레전드 공격수 안정환과 레전드 수비수 이영표의 창과 방패의 대결이 성사된 것.

안정환 감독은 평소와 다르게 시니어 라인을 주전으로 대거 배치했고, 이영표는 직접 출전의사를 밝혔다. 경기 초반 이영표 팀은 남다른 패스워크로 수준급 티키타카를 자랑했고, 이내 에이스 콤비가 선취골을 차지하자 이영표 역시 초반의 리드를 지키기 위해 곧바로 투입됐다. 이영표는 녹슬지 않은 발재간과 철통수비, 정확도 높은 크로스로 부동의 좌측 풀백의 면모를 선보이며 감탄을 불러일으켰다. 스포츠 전설들은 감독의 거취가 달린 경기인 만큼 전투적인 경기를 펼쳤으나 득점하지 못하고 전반전을 마쳤다.

이어진 후반전에서는 ‘어쩌다FC'의 주니어 라인이 다시 대거 투입됐고, 안정환 감독까지 직접 출전하며 사상 첫 감독 대 감독의 축구경기가 됐다. 안정환은 투입되자마자 선수들에게 직접 진두지휘를 하며 주도적으로 경기를 이끌었다. 그러나 안정환의 패스를 끊어낸 이영표가 드리블로 수비 라인을 뚫고 어시스트해 팀의 추가골을 얻어냈다.

추격골이 더욱 간절해진 안정환은 단독 드리블로 상대팀 진영에 침투했고, 곧 바로 이대훈에게 패스를 줘 첫 득점을 만들었다. 이에 탄력을 받아 필사적으로 전설들을 위한 어시스트를 올렸지만 번번히 실패했다. 2002년 한일 월드컵 이탈리아전의 전설의 헤딩 골을 연상케 하는 헤더 슛도 시도했으나 골문은 쉽게 열리지 않았다. 그러나 종료 직전까지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던 안정환의 동점골이 터지며 환호를 불러일으켰다.이날 ‘어쩌다FC’는 2대 2 극적인 무승부로 안정환 감독의 자리를 지켜냈다. 또한 14년 만에 그라운드에서 재회한 안정환과 이영표는 축구 역사의 한 획을 그을 레전드 경기로 보는 이들에게 2002년의 감동과 전율을 다시 한 번 선사했다.

시청률 조사기관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이날 수도권 가구 시청률은 6.7%을 기록했다. 그 중 안정환의 헤딩슛 실패 후 독이 바짝 오른 김동현이 하프라인까지 달려 나와 골킥으로 역습을 노린 장면과 경기가 끝난 후 이영표가 ‘어쩌다FC’를 향해 훈훈한 격려와 뭉클한 소감을 전한 장면은 8.4%까지 치솟으며 최고의 1분 장면으로 등극했다.

다음 주 ‘뭉쳐야 찬다’에서는 새로운 도전자 ’개콘FC'가 등장한다고 해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정태건 기자 biggu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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