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10일 메가박스 해운대 7관 17:00
브리핑 얌마, 도완득. 그렇다, 도산 안창호, 백범 김구, 모든 위인들에게 호가 있듯이 이 소년 역시 그저 성과 이름으로만 불리지 않는다. 엄마도, 유복한 환경도, 친구도 없는, 주먹 빼고는 도통 가진 거라고는 하나 없는 고등학생 완득(유아인)에게 ‘얌마’라는 찬란한 호를 붙여준 은사는 바로 담임 동주(김윤석). 학교에서 사사건건 귀찮게 하고 괴롭히는 것도 모자라, 한 동네에 문만 열면 보이는 바로 옆집에 기거 하는 “하늘아래 나랑 가장 가까운 인간”을 위해 완득이는 하루도 기도를 멈추지 않는다. “하나님 똥주 좀 죽여주세요. 이번에도 안 죽이면 다음엔 부처님한테 갈 거예요.” 물론 이런 살생의 기도가 이루어지는 곳도 동주가 무려 장로로 있는 교회다. 이토록 “완벽하게 불쌍한 새끼” 완득에게 어느 날, 동주는 생사도 존재도 모르고 살았던 엄마의 주소를 쥐어준다.
관람포인트 는 킥복싱 글러브를 낀 ‘빌리 엘리어트’다. 열악한 환경에서 자라난 소년에겐 물려줄 건 없지만 염치와 도리를 아는 아버지와 지능은 떨어져도 마음만은 따뜻한 삼촌 그리고 구질구질하지만 미워할 수 없는 이웃들이 있다. 그리고 존경 받을 만한 삶을 산 건 아니지만 소년에게 진짜 사랑을 알려주는 멘토가 있다. 그렇게 진흙 속에 뒹굴던 소년의 주먹에 씌여진 글러브는 빌리의 토슈즈처럼 그를 꿈이 존재하는 다른 세상으로 옮겨놓는다. 반항기 가득하지만 자신보다 여린 존재를 볼 때 하염없이 깊어지고 온화해지는 유아인의 눈빛은 오랜 잔상을 남기고, 힘을 빼고 즐겁게 껄렁거리는 김윤석에게는 동년배 배우들에게는 이미 휘발된 멜로의 기운이 샘솟는다.
김윤석과 유아인의 버디 지수 ★★★★★
동주와 완득이는 교사와 학생이라는 직업적 거리가 있지만 , 같은 남성 버디 물의 두 주인공에 가깝다. 때론 몸으로, 때론 욕설로, 때론 눈으로 소통하는 두 남자는 올해 등장한 가장 짜릿한 커플이다.
글. 부산=백은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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