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득이 안 되면 못 견디기 때문에 할 말은 해야 한다. 그런데 기사에 이름이 오르내리면 가슴이 철렁한다면서도 댓글을 본다. 스스로를 ‘소심하고 뒤끝 있는 A형’이라고 말하면서도 경우에 어긋나거나 선을 넘는 일을 당하면 참지 않는다. 감미로운 발라드가 주 종목이지만, 콘서트에서는 반바지를 입고 소녀시대의 ‘Gee’를, 태양의 ‘I Need A Girl’을 선보인다. 기자 간담회 자리에서 만난 성시경은 그렇게 1차원에서 다차원 사이를 넘나드는 종잡을 수 없는 가수였다. 인터뷰를 하는 내내 성시경은 라디오 방송을 하는 듯 솔직하게 대답했고, 때론 강연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거침없이 생각을 쏟아냈다. 성시경이 궁금한 당신을 위해 ‘까칠 달콤한 성시경 교수의 강좌 시리즈’에 초대한다. 두 번째 챕터는 ‘성시경에게 안티란?’ 이다.
A형: 소심하다. A형이라서. MBC 에서 선배를 ‘디스’했다고 나왔더라. 윤종신 형에게 전화했더니 “나 김구라랑 방송하는 사람이야. 무슨 소리야, 걱정하지 마”라고 말하더라. 우리끼리는 아무렇지도 않은데 건방지다고 한다. ‘나 친하거든’ 그런 거 있지 않나. 근데 말투가 좀 그런가? 오디션 심사 볼 때 어떻게든 한 마디라도 더 해주려고 한다. 그리고 독설은 다른 심사위원이 제일 많이 했는데 욕은 내가 다 먹고. 더러운 세상! (웃음) 보도: 보도에 신속성, 정확성, 공정성이 중요한데, 신속은 최고인 것 같다. 말하는 동시에 써내 주니까. 팩트의 문제가 아니라 이어지는 기사들의 헤드라인을 무엇으로 바꾸느냐에 따라 맛이 간다. 헤드라인이 얼마나 중요한데. 기사에 ‘성시경’ 그러면 가슴이 철렁한다. 남들은 검색어 1위했다고 좋아하는데, 나는 사진 찍는 것도 싫어해서 가족사진도 많이 없다. 음원이 제일 많이 사랑받는 건 좋지만 화제의 중심이 된다는 건 좀 불편하기도 하고, 좀 이상한 성격인 것 같다.
SNS: 사진 찍는 게 좋고, 팔로워 들이랑 공유하는 게 좋다고? 거짓말. 아, SNS자체를 얘기하는 게 아니다. 외로운 사회에서 서로 소통할 수 있다는 게 얼마나 재밌나. 그게 아니라 연예인의 홍보 의도가 있는 트위터를 말하는 거다. 자연스러운 척 하지만 사진 찍어서 올리면 당연히 톱뉴스에 오를 건데. 트위터를 안 하는 입장에서는 그렇게 보이기 싫다. 나는 사생활을 공개하고 싶지 않다. 맛있는 자장면 집에 오면 아끼는 사람들 하고만 오고 싶지 나를 좋아한다고 해주는 10만 명에게 얘기할 만한 오지랖은 아니다. 마찬가지로 10만 명의 무언가도 크게 알고 싶지 않다. 스마트폰 사면? 트위터를 하게 될 지도 모르지. (웃음)
라디오: 라디오는 ‘듣고 있는 바로 너’와 만나는 ‘점 대 점’의 친밀한 매체다. 라디오는 TV처럼 편집된 모습을 보는 게 아니니까. 그리고 내 방송이니까 나를 싫어하는 사람들은 안 듣고. (웃음) 라디오 팬들이 많지는 않지만 큰 힘이다. 한마디를 듣고 욕을 하는 게 아니라 일곱 번 얘기한 걸 듣고 “한결같구나”라고 알아준다. 기승전결 중에 ‘전’만 보는 게 아니라 ‘기승’을 알아주는 거니까 따뜻하고 좋다. 연예인: 아직도 괴롭다. 가수로서 열심히 하고 있고, 지금도 행복하다. 그런데 연예인으로서는 잘 모르겠다. 힘든 것 같다. 연예인이 꿈이 아니었으니까 대책도 없었고 부딪히면서 상처받고 배워가는 건데 아직도 답을 모르겠다. 그런 건 ‘헛똑똑이’인 것 같다. 대중을 인지하고 이렇게 행동하면 움직여 주겠지, 그런 것 절대 못한다. 나는 1차원적이라 억울하면 얘기하고, 잘못하면 지적한다. 그래서 욕먹는다. 그래도 틀린 건 얘기해야 된다.
자상 or 버터: 여자에게 다정하긴 하다. 남자들은 싫어하지. 누나가 둘이니까 여자를 잘 알고, 세심한 편이기도 하다. 예전엔 예능 프로그램이 겁났다. ‘버터왕자’가 제일 컸다. 그걸 해야 음악 프로그램을 한다고 해서 시키는 대로 했었다. 당시 어떤 공연에서 노래도 하기 전에 관객이 “느끼해!” 그러더라. 초현실적인 상황이었고, 거기서 훅 갈 수도 있는 거였다. 그래도 다분히 노력해서 살아남았다고 생각한다. 윤종신 형이나 정재형 형만큼은 아니지만 예능 프로그램이 이제 조금씩 괜찮아지기 시작했다. 나 스스로 자신감이 생겨서.
내가 제일 잘 나가? : 한번 잘 나가보고 싶다. 군 제대 후에 김태우 말고는 잘 된 가수가 별로 없다. 제대하고 열심히 했는데 잘 안 되면 억울할 것 같다. ‘이번 판으로 대박을 내겠다’ 이런 게 아니라 천천히 잘 나갈 거다. 지금은 ‘내가 여기 있어도 되나?’ 싶으면서 좀 이상하다. ‘왜 나왔지’가 아니라 ‘아, 성시경!’이라고 할 수 있게 하고 싶다. 열심히 달려서 한 번쯤은 전 국민이 좋아하는 노래도 하나 하고. 정말 잘 되고 싶다. 색깔 있고 뚝심 있게.다음강좌: 까칠 달콤한 성시경 교수의 강좌 시리즈’ Chapter 3, ‘음악 산업’
사진제공. 젤리피쉬 엔터테인먼트
글. 박소정 기자 ninet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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