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진정한 헤드라이너. 지난 7월 30일, 지산밸리 록페스티벌(이하 지산) 둘째 날 밤 11시에 시작된 UV의 공연이 끝났을 때, 지산 전체는, 그리고 지산과 관련한 트위터 타임라인은 온통 UV의 무대에 대한 찬양으로 뒤덮였다. 흔히 UV를 수식하는 재미와 기발함이라는 개념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이 엄청난 호응은 과연 어떻게 일어난 것일까. 케미컬 브라더스보다도, 스웨이드보다도 탁월한 무대를 보여준 팀에 대한 리스펙트를 담아 가 불완전하게나마 그 1시간을 분석해본다.
“이제 좀 뛰어봐야죠.” UV의 히트 넘버 ‘인천대공원’, ‘집행유애’, ‘쿨하지 못해 미안해’를 연속으로 소화한 유세윤이 이렇게 말했을 때, 아마 그린 스테이지에 모인 2만 여명의 관객들은 거의 대부분 ‘이태원 프리덤’을 기대했을 것이다. 그리고 들려오는 낯선, 아니 사실은 낯익은 생톤의 기타 스트로크. 곡의 정체를 퍼뜩 깨닫고 웃음이 터져 나올 즈음, 낯익은 가사가 울려 퍼졌다. ‘When you were here before…’ 관객들의 웃음이 단 1초 사이에 떼창으로 이어지는 절묘한 순간이었다.
거대한 메들리 이후 이어진 완벽한 방점
지산에서 UV가 보여준, UV LAND라는 콘셉트의 1시간짜리 무대는 이런 적절한 타이밍의 템포 체인지를 통해 거대한 유기적 쇼가 될 수 있었다. 사실 메탈 버전으로 완벽하게 편곡된 ‘인천대공원’, 록의 리얼 사운드로 올드스쿨 힙합의 그루브를 매끈하게 뽑아내 마치 ‘하여가’를 연상케 하던 ‘집행유애’만으로도 UV의 스페셜 무대는 록페스티벌의 밤에 배치되어 마땅한 수준이었다. Mnet 에서 어쿠스틱 버전으로 편곡된 곡들을 들으며 뮤지의 실력에 감탄했던 이들에게는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단순히 호기심으로 왔던 이들에게는 기대 이상의 공연. 하지만 그 완성도조차 UV LAND의 롤러코스터가 출발하기 전의 고요한 도입부에 불과했다. ‘이태원 프리덤’이 이 길의 소실점이라 예상하는 순간, 갑자기 현기증 나는 코스로 연결되는 롤러코스터. 앞서 말한 라디오헤드의 ‘Creep’과 함께 시작된 록 메들리를 단순한 히트곡 모음 정도로 치부해선 안 되는 건 그 때문이다. 앞의 세 곡은 말하자면 개그맨들이 말하는 소위 ‘니쥬’의 역할을 하며 엇박의 웃음을 위해 봉사했다. 이 웃음을 통해 UV의 곡들과 ‘Creep’의 도입부는 충격적이지만 어색하지 않게 연결될 수 있었고, 메가히트 넘버 ‘Creep’으로 UV와 관객들이 함께 취향을 공유하며 즐길 수 있는 무대가 열렸다. 전혀 다른 분위기이지만 역시 클래식 중의 클래식인 메탈리카의 ‘Enter Sandman’이 매끈하게 연결되며 관객들을 점핑으로 이끌 수 있는 건 일차적으로 이러한 정서적 차원까지 고려한 연결고리 덕분이다.
하지만 뮤지의 절묘한 편곡이 아니었다면 이후 연주된 딥퍼플의 ‘Smoke On The Water’, 림프 비즈킷의 ‘Tale A Look Around’, 신중현의 ‘미인’, 레이지 어겐스트 더 머신의 ‘Killing In The Name’, 마이클 잭슨의 ‘Beat It’, 비틀즈의 ‘Hey Jude’, 게리 무어의 ‘Still Got The Blues’가 그토록 매끈하게 연결될 수는 없었을 것이다. 록의 고전을 메들리로 구성한다는 점에서 이 연주는 드림 씨어터가 앨범에서 들려준 ‘Big Medley’를 연상케 하는데 캔자스의 ‘Carry On My Wayward Son’의 멜로디를 퀸의 ‘Bohemian Rhapsody’의 기타 프레이즈로 절묘하게 연결한 드림 씨어터처럼 UV 역시 리듬과 멜로디라인이 겹쳐질 수 있는 지점을 찾아 이들 곡을 연결했다. 그리고 이 거대한 메들리가 끝났을 때, 모두가 기다렸던 소실점 ‘이태원 프리덤’은 가장 완벽한 방점 역할을 할 수 있었다.
음악이 기적을 만드는 순간
여기까지만 해도 UV의 공연은 해외 헤드라이너 공연을 포함해 올해 지산에서 세 손가락 안에 꼽아 마땅하다. 하지만 마지막 앙코르 곡으로 그들의 무대는 그런 수준을 훌쩍 뛰어넘어버렸다. 록의 고전으로 들끓었던 관객들에게 서태지와 아이들의 ‘교실 이데아’가 얼마나 적절한 선곡이었는지는 굳이 설명하지 않겠다. 그보다 중요한 건, 이 곡과 UV라는 팀이 가진 서사가 만나는 지점을 통해 어떤 가슴 벅찬 순간이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잘 알려진 것처럼 UV는 거대한 취미 활동이다. 흔히 ‘쓸데없는 고퀄리티’로 이야기되는 이들의 활동을 지탱하는 건 순수하지만 그래서 쓸데없어 보이는 음악적 열의다. 그런 그들이 1년 전 그린 플러그드 페스티벌에서 코믹 퍼포먼스 위주로 페스티벌 데뷔를 하고, 점차 커리어를 쌓아나가 지산이라는 최대 록페스티벌의 알토란 같은 시간을 배정받고, ‘Beat It’ 개사 버전에서 말하듯 한 달여의 합주 연습으로 완벽한 무대를 준비해 자신들이 좋아하는 고전들을 패러디가 아닌 오마주로 드러내는 과정은 일종의 입지전적 서사다. 그리고 그 서사의 마지막, 그들은 수많은 한국 뮤지션들의 영웅인 서태지의 곡을, 다름 아닌 원곡 피쳐링 멤버 크래시 안흥찬과 함께 연주했다. 지산이 그들을 통해 완전해질 수 있었던 건 그 때문이다. 1969년 우드스탁 이후 록페스티벌에서 관념적으로만 존재하던, 음악이 기적을 만드는 순간이 거기에 있었다. 이런 무대가 아니라면 과연 무엇이, 록의 아레나에 오를 수 있을 것인가.
글. 위근우 기자 eight@
사진. 이진혁 eleven@
편집. 이지혜 seven@
“이제 좀 뛰어봐야죠.” UV의 히트 넘버 ‘인천대공원’, ‘집행유애’, ‘쿨하지 못해 미안해’를 연속으로 소화한 유세윤이 이렇게 말했을 때, 아마 그린 스테이지에 모인 2만 여명의 관객들은 거의 대부분 ‘이태원 프리덤’을 기대했을 것이다. 그리고 들려오는 낯선, 아니 사실은 낯익은 생톤의 기타 스트로크. 곡의 정체를 퍼뜩 깨닫고 웃음이 터져 나올 즈음, 낯익은 가사가 울려 퍼졌다. ‘When you were here before…’ 관객들의 웃음이 단 1초 사이에 떼창으로 이어지는 절묘한 순간이었다.
거대한 메들리 이후 이어진 완벽한 방점
지산에서 UV가 보여준, UV LAND라는 콘셉트의 1시간짜리 무대는 이런 적절한 타이밍의 템포 체인지를 통해 거대한 유기적 쇼가 될 수 있었다. 사실 메탈 버전으로 완벽하게 편곡된 ‘인천대공원’, 록의 리얼 사운드로 올드스쿨 힙합의 그루브를 매끈하게 뽑아내 마치 ‘하여가’를 연상케 하던 ‘집행유애’만으로도 UV의 스페셜 무대는 록페스티벌의 밤에 배치되어 마땅한 수준이었다. Mnet 에서 어쿠스틱 버전으로 편곡된 곡들을 들으며 뮤지의 실력에 감탄했던 이들에게는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단순히 호기심으로 왔던 이들에게는 기대 이상의 공연. 하지만 그 완성도조차 UV LAND의 롤러코스터가 출발하기 전의 고요한 도입부에 불과했다. ‘이태원 프리덤’이 이 길의 소실점이라 예상하는 순간, 갑자기 현기증 나는 코스로 연결되는 롤러코스터. 앞서 말한 라디오헤드의 ‘Creep’과 함께 시작된 록 메들리를 단순한 히트곡 모음 정도로 치부해선 안 되는 건 그 때문이다. 앞의 세 곡은 말하자면 개그맨들이 말하는 소위 ‘니쥬’의 역할을 하며 엇박의 웃음을 위해 봉사했다. 이 웃음을 통해 UV의 곡들과 ‘Creep’의 도입부는 충격적이지만 어색하지 않게 연결될 수 있었고, 메가히트 넘버 ‘Creep’으로 UV와 관객들이 함께 취향을 공유하며 즐길 수 있는 무대가 열렸다. 전혀 다른 분위기이지만 역시 클래식 중의 클래식인 메탈리카의 ‘Enter Sandman’이 매끈하게 연결되며 관객들을 점핑으로 이끌 수 있는 건 일차적으로 이러한 정서적 차원까지 고려한 연결고리 덕분이다.
하지만 뮤지의 절묘한 편곡이 아니었다면 이후 연주된 딥퍼플의 ‘Smoke On The Water’, 림프 비즈킷의 ‘Tale A Look Around’, 신중현의 ‘미인’, 레이지 어겐스트 더 머신의 ‘Killing In The Name’, 마이클 잭슨의 ‘Beat It’, 비틀즈의 ‘Hey Jude’, 게리 무어의 ‘Still Got The Blues’가 그토록 매끈하게 연결될 수는 없었을 것이다. 록의 고전을 메들리로 구성한다는 점에서 이 연주는 드림 씨어터가 앨범에서 들려준 ‘Big Medley’를 연상케 하는데 캔자스의 ‘Carry On My Wayward Son’의 멜로디를 퀸의 ‘Bohemian Rhapsody’의 기타 프레이즈로 절묘하게 연결한 드림 씨어터처럼 UV 역시 리듬과 멜로디라인이 겹쳐질 수 있는 지점을 찾아 이들 곡을 연결했다. 그리고 이 거대한 메들리가 끝났을 때, 모두가 기다렸던 소실점 ‘이태원 프리덤’은 가장 완벽한 방점 역할을 할 수 있었다.
음악이 기적을 만드는 순간
여기까지만 해도 UV의 공연은 해외 헤드라이너 공연을 포함해 올해 지산에서 세 손가락 안에 꼽아 마땅하다. 하지만 마지막 앙코르 곡으로 그들의 무대는 그런 수준을 훌쩍 뛰어넘어버렸다. 록의 고전으로 들끓었던 관객들에게 서태지와 아이들의 ‘교실 이데아’가 얼마나 적절한 선곡이었는지는 굳이 설명하지 않겠다. 그보다 중요한 건, 이 곡과 UV라는 팀이 가진 서사가 만나는 지점을 통해 어떤 가슴 벅찬 순간이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잘 알려진 것처럼 UV는 거대한 취미 활동이다. 흔히 ‘쓸데없는 고퀄리티’로 이야기되는 이들의 활동을 지탱하는 건 순수하지만 그래서 쓸데없어 보이는 음악적 열의다. 그런 그들이 1년 전 그린 플러그드 페스티벌에서 코믹 퍼포먼스 위주로 페스티벌 데뷔를 하고, 점차 커리어를 쌓아나가 지산이라는 최대 록페스티벌의 알토란 같은 시간을 배정받고, ‘Beat It’ 개사 버전에서 말하듯 한 달여의 합주 연습으로 완벽한 무대를 준비해 자신들이 좋아하는 고전들을 패러디가 아닌 오마주로 드러내는 과정은 일종의 입지전적 서사다. 그리고 그 서사의 마지막, 그들은 수많은 한국 뮤지션들의 영웅인 서태지의 곡을, 다름 아닌 원곡 피쳐링 멤버 크래시 안흥찬과 함께 연주했다. 지산이 그들을 통해 완전해질 수 있었던 건 그 때문이다. 1969년 우드스탁 이후 록페스티벌에서 관념적으로만 존재하던, 음악이 기적을 만드는 순간이 거기에 있었다. 이런 무대가 아니라면 과연 무엇이, 록의 아레나에 오를 수 있을 것인가.
글. 위근우 기자 eight@
사진. 이진혁 eleven@
편집. 이지혜 seven@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