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를 관찰하는 일은 즐겁다. 꼭, 새로운 집에 막 도착해 긴장과 흥분, 호기심을 감추지 못하는 강아지를 보는 것 같다. 조심조심 스튜디오로 들어와 주위를 두리번거리더니, 앉아있던 의자에서 불쑥 일어나 구석구석을 누비기 시작한다. 한 편에 놓인 빨간 권투 글러브를 괜히 툭툭 쳐보기도 하고, 테이블 위에 놓인 소품을 하나하나 살펴보기도 한다. 장난감 제면기를 돌리면 점토로 만든 국수가 뽑혀 나온다고 알려주자, “우에에에에엣-” 하고 놀라며 직접 돌려보다 본의 아니게 손잡이를 부러뜨리고는 “으헤헤헤헤” 웃어버린다.그렇게 말랑말랑한 미즈타 코우키의 미소 위로, 얼떨결에 마주친 여자를 향해 활짝 웃으며 눈인사를 건네던 tvN 의 순둥이 와타나베가 어긋나지 않게 겹쳐진다.

“매일매일 필사적으로 최선을 다할 수밖에 없어요”

의 순둥이 와타나베는 미즈타 코우키와 크게 다르지 않다." src="https://img.hankyung.com/photo/202001/AS10wSQDjn6foZyYQn7.jpg" width="555" height="185" border="0" />

해외 진출이라기 보단 조우라는 표현이 더 어울리겠다. 사무실로 날아온 캐스팅 제안은 한 사람을 겨냥한 것이 아니었고, 미즈타 코우키는 첫 대본 연습 후에야 자신에게 잘 맞는 역할이란 사실을 확신할 수 있었다. “첫 대본 연습이 끝나고 감독님과 따로 만날 시간이 있었어요. 그때 제가 연습한 한국어로 이야기를 했더니 ‘상냥한 이미지가 한국말로도 잘 전해진다. 네가 준비해온 걸로 계속 연습을 하면 될 것 같다’라고 하셨어요.” 그렇게 한국에서 촬영을 시작한 지 한 달. 여전히 통역은 필수지만“매일매일 필사적으로,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할 수밖에 없다”는말은 그를 단순한 ‘일본인 역할의 배우’로여길 수 없게 만든다. 무엇보다 실패의 가능성을 가늠하면서도 “내가 앞으로 어떻게 되는 거지?”라는 호기심, “어려움이 있는 만큼 내가 더 커질 것 같단 마음”으로 이곳에 온 미즈타 코우키의 용기가 그렇다. 서툰 것은 어디까지나 언어일 뿐 생각조차 어설픈 것은 아니다.

만약 그랬다면, 오사카 출신의 이 남자 아이가 ‘아뮤즈 프린스 오디션’에서 그랑프리를 따내거나, 도쿄와 오사카를 오가며 트레이닝을 받는 일들은 벌어지지 않았을 수도 있다. 2년의 시간이 흐른 후 그는 뮤지컬 와 등에 부지런히 출연했고, 학교에서는 수업 일수가 모자라 졸업을 하지 못할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그러나 열아홉의 소년이 무사히 버텨낸 것만큼, 스물넷의 미즈타 코우키도 그 시절을 발 구름판이었다고 정리한다. “그때 힘들었던 기억이 있기 때문에 지금도 연기를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당시에 ‘별 거 아니네?’ 라고 생각했으면 지금 이런 즐거움들을 못 느꼈을 것 같거든요.” 그가 품은 마음의 키는 이제 누구라도 눈치 챌 수 있을 정도로 성큼 자라났다. 성장을 확신하는 대신 가끔 “아, 이게 성장한 건가?” 라고 되물어보게 되는건 아마 미즈타 코우키 자신뿐일 것이다.

나이 들지 않는 호기심의 미래



소년의 호기심은 나이 들지 않았고, 배우의 태도는 좀 더 뚜렷한 모양이 되었다. 그렇기에 “다찌마와리(액션에서 합을 맞추는 것)”를 배워서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는 그의 말을 의례적인 마무리 멘트로 들어선 안되는 것이다. 하지만 그 전에 한 가지, 기억해두어야 할 사실이 있다. 엿보는 보람이 있는 이 남자를 에서 볼 날이 앞으로 한 달 밖에 남지 않았다는 것. 그러니 다음을 기약하지 말고 지금 이 시간을 꼭 붙들어야 할 것이다. 미즈타 코우키의 강아지 같은 눈빛을 보는 건 이번이 마지막일지도 모르니 말이다.

헤어. 성지안 (토니앤가이)

스타일링. 최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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