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듯한 정장, 제작진과 눈을 맞추고 고개를 숙이며 건네는 예의바른 새해 인사. 마치 신인인 듯 가장 먼저 JTBC 세트장에 도착해 대본을 숙지하던 혜성의 침묵은 그리 오래 가지 않았다. 멤버들이 모두 모이자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서로의 스타일링을 지적하기 시작한다. 에릭이 민우를 향해 “신년회 세게 하셨나 봐요. 머리가 하얘졌어요”라고 공격하면, 민우는 “동완 씨는 탐정이랑 부동산이 섞였어요”라며 동완에게 화살을 돌리고 옆에 있던 전진이 “졸부 스타일이죠. 연세가 드러나시는 것 같아요”라고 쐐기를 박는다. 제작진이 준비한 대본의 첫 장을 펼치기도 전에 방송 분량을 뽑아내는 데뷔 15년차 방송인의 내공이란 이런 것이다.

이 날 ‘신브리’ 혜성의 브리핑 아이템은 신화가 지난 15년 동안 쏟아냈던 어록 되짚어보기. 그러나 멋있는 말과 깊은 속내도 질퍽하게 해석해버리는 신화의 장난기 앞에서 진지한 브리핑은 “회식 자리”로 바뀌고 만다. “여자는 다시 만날 수 있어도 멤버들은 다시 만날 수 없잖아요”라는 동완의 신화사랑은 “여자는 언제든지 만날 수 있다는 자신감”(혜성)으로 변질되고, “7년간 멤버들 몰래 땀을 흘렸다”는 혜성의 고백은 금세 “그 땀이 ‘겨땀’이냐, 열정이냐”는 논쟁으로 번진다. 쉴 새 없이 상대방의 마음에 비수를 꽂는 와중에도 앤디 만큼은 보호해주는 형들의 ‘막내사랑’은 눈물 나게 아름답다. 혜성과 동완이 ‘둘 중에 누가 더 낫냐’는 경쟁구도를 만들고 누군가가 “두 사람이 양 날개면 난 꼬리”라고 슬쩍 거드는 사이, 옆자리에 앉은 앤디의 조용한 혼잣말을 놓칠 리 없는 에릭이 “와하하하” 웃으며 하는 말. “앤디가 자기는 발톱 같대. 발톱은 자르면 없어진다고.” 이에 형들은 잠시 날카로운 송곳을 내려놓고 “발톱은 잘라도 또 기르면 되잖아”라며 위로 아닌 위로를 해준다. 치킨과 맥주만 없을 뿐 마치 동네 호프집에 둘러앉은 듯한 여섯 남자들의 자잘한 수다 풀버전은 오는 20일에 공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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