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작진 “우리가 ‘무릎 팍 도사’보다 좀 더 섬세하다”" src="https://img.hankyung.com/photo/202001/2012120323033969677_1.jpg" width="555" height="370" />

1인 토크쇼의 지분은 MBC ‘무릎 팍 도사’가, 월요일 심야 예능의 지분은 MBC 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던 2011년 7월, 이 레드오션에 뛰어든 SBS (이하 )의 출범은 실로 용감했다. 당시 ‘힐링’은 메인 MC 이경규마저 “휠링”이나 “필링”으로 부를 만큼 예능에선 낯선 개념이었고, 이 콘셉트를 정착시키기 위해 심리 전문가까지 섭외한 제작진의 욕심은 오히려 프로그램을 산으로 보냈다. 전문가의 조언과 대중의 반응을 뒤로 미뤄두고 오롯이 MC와 게스트가 눈을 마주치는 순간, 유쾌하게만 보였던 차태현의 공황장애 고백, 세상 밖으로 나오는 것이 두려웠던 타블로의 눈물, “2012년 온 국민이 가장 궁금해 하는” 대선 후보 3인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이 모든 공을 사람과 사람 사이에 쌓인 믿음, 당신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응원하겠다는 따스한 눈빛에 돌리며 에서 이경규의 환갑잔치를 하는 게 목표라는 제작진을 만나니 어찌 즐겁지 아니한가.

Q. ‘무릎 팍 도사’가 돌아왔다. 동시간대 프로그램은 아니지만 같은 1인 토크쇼라는 점에서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겠다.
최영인 CP: 첫 게스트가 정우성이라는 얘기를 들었을 때 정신이 번쩍 들었다.
김미경 작가: (최영인 CP가 입은 검은색 블라우스를 가리키며) 지금 CP님 속이 이 색깔이다. 하하.
최영인 CP: 걱정은 되지만 차별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강호동 씨가 한 쪽으로 확 몰고 가면서 드리블을 하는 스타일이라면 이경규 씨는 다른 데를 보다가 툭 치면서 얘기하는 스타일이다. 그리고 편집이나 자막에 있어서 우리가 ‘무릎 팍 도사’보다 좀 더 섬세하다.Q. 강호동 식의 공격적인 질문 공세가 시청자가 궁금해 하는 이야기를 더 많이 끌어낼 수 있겠다는 걱정은 안 드나.
최영인 CP: 우리도 공격을 안 하는 건 아니다.
김미경 작가: 안하는 척 하는 거지.
최영인 CP: 이젠 토크쇼에서 사람들이 궁금해 하는 부분을 회피하고 넘어가면 용서하지 않는 추세다.

Q. 타블로나 조혜련처럼 예전 같았으면 ‘무릎 팍 도사’에서 출연했을 법한 게스트들을 에서 소화하고 있다. 1인 토크쇼로서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다고 보나.
최영인 CP: 유력 대선 후보들이 출연한 것도 프로그램의 이름을 알리는 계기가 됐지만, 프로그램의 색깔을 확실히 보여준 건 차인표 씨와 이효리 씨가 출연한 방송분이었다.

“섭외는 전적으로 프로그램의 힘에서 나온다”
제작진 “우리가 ‘무릎 팍 도사’보다 좀 더 섬세하다”" src="https://img.hankyung.com/photo/202001/2012120323033969677_2.jpg" width="275" height="412" /> Q. 대선 후보 3인을 섭외한 것이 중요한 터닝 포인트였다.
김미경 작가: 처음 를 기획했을 때 솔직히 콘셉트 이런 거 다 필요 없고, 정말 우리가 원하는 사람이 우리 프로그램에 나오면 성공한 거라고 생각했다. 예능 프로그램에 가장 나오기 힘든 게스트의 ‘갑’이 누굴까 생각했더니 2012년 대선의 해에 온 국민이 가장 궁금해 할 세 분이었다. 그 사람들이 나오면 우리는 성공한 게 아닐까 싶어서 러브콜을 보냈다.
최영인 CP: 처음부터 대선 후보가 출연하는 프로그램을 만들겠다고 생각한 건 아니었다. 우리가 그렇게까지 생각을 많이 하고 살진 않는다. (웃음)Q. 그 이후부터 뛰어난 섭외력이 화제가 됐다. ‘단독 토크쇼 최초 출연’이라는 타이틀이 붙은 게스트도 꽤 많았는데 어떻게 가능했나.
최영인 CP: 섭외는 인맥이나 인간관계가 좋아서 되는 게 아니라 전적으로 프로그램의 힘에서 나온다. 그들은 게스트인 동시에 시청자다. 우리 프로그램을 봤기 때문에 나오신 거다.

Q. 최영인 CP와 김미경 작가는 과거 집단 토크쇼인 SBS 과 를 함께 했는데 어쩌다 1인 토크쇼를 기획하게 됐나. 제작진과 게스트 모두 부담이 큰 장르인데.
최영인 CP: 나이가 들면 1인 토크쇼를 하고 싶은 게 당연하다. 물론 집단 토크쇼만의 깔깔거리고 재밌는 매력이 있고, 30대에는 그게 잘 맞았다. 그런데 40대 중반이 되니까 한 사람의 이야기를 지긋이 듣고 싶은 욕구가 생겼다.
김미경 작가: 예전엔 게스트의 에피소드를 들으면 또 다른 에피소드가 궁금해졌는데 어느 순간 ‘저런 에피소드를 가진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라는 생각이 들면서 그의 과거나 다른 모습이 궁금해졌다. 그 사람의 속을 조금이라도 들여다보고 싶었다.
최영인 CP: 사실 단독 토크쇼는 시청률도 잘 나오기 힘들고 늘 있어왔던 포맷이라 차별성을 갖는 게 가장 중요했다.

Q. 그게 힐링이었나.
최영인 CP: 모든 토크쇼가 힐링 기능을 하고 있지만 우리는 그걸 좀 더 명확한 포인트로 잡았다. 이야기를 너무 펑퍼짐하게 들으면 힘드니까 들어가는 입구를 좁혀보자는 차원에서 김미경 작가가 제안한 아이디어였다.
김미경 작가: 굉장히 고급스러운 힐링 리조트, 힐링 아로마 테라피 같은 것들이 나온 잡지를 봤는데 사람들이 먹고 사는 문제가 아니라 마음의 치유나 위로를 원하는 것 같았다.
조문주 PD: ‘K팝 스타’와 를 연출하다가 두 달 전에 에 합류했는데 여기 와서 가장 특이하다고 느꼈던 건, 모든 게스트들이 마지막에 오늘 너무 속 시원했고 말을 하는 것만으로도 자신의 인생을 한 번 정리하는 계기가 됐다고 말씀하시는 부분이었다. 정말 한 분도 빼놓지 않고.Q. 아무래도 연예인은 외로운 직업이니까.
김미경 작가: 뚜껑을 열어보니 마음의 건강에 문제가 있는 연예인들이 많았다.
최영인 CP: 그렇다고 우리가 특별히 치유 받고 싶은 연예인을 찾아 헤매지는 않는다. 토크의 줄기를 명확하게 만드는 포인트가 힐링인 거지. 아픈 사람 나오는 프로그램 아니냐는 오해를 많이 받는데, 이 점을 명확히 알아주셨으면 좋겠다.

“은근히 여장부인 한혜진은 우리 프로그램의 보배”
제작진 “우리가 ‘무릎 팍 도사’보다 좀 더 섬세하다”" src="https://img.hankyung.com/photo/202001/2012120323033969677_3.jpg" width="275" height="412" /> Q.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에서 ‘버럭’ 캐릭터로 유명한 이경규와 는 쉽게 상상이 안 가는 조합이었다.
최영인 CP: 이경규 씨가 한 번도 토크쇼를 진행하신 적이 없는데 나이도 있으시니까 하실 때가 된 것 같았다. 이경규 씨도 이 콘셉트를 굉장히 좋아하셨다. ‘기쁘지 아니한가’는 이경규 씨가 강력하게 주장했던 문구다. 놀랍지 않나? (웃음)

Q. 게스트들이 스스럼없이 공황장애를 털어놓을 수 있었던 건 확실히 이경규의 공이 컸다.
최영인 CP: 이경규 씨가 그걸 밖으로 드러내면서 본인이 먼저 마음이 편해지셨다. 요즘엔 자기가 너무 착한 척 하려다가 공황장애에 걸렸다면서 그것마저 개그로 승화시키고 있는데, 진짜 그런 건 아니겠지만 왜 그런 개그가 나왔는지는 알 것 같다. 함축적인 개그다.Q. 세상을 만든 분의 음성을 들었다는 박진영에게 차라리 종교를 찾으라고 면박을 주거나 이성민에게 한 집안의 가장으로서 무책임한 부분을 지적할 때는 수위가 살짝 위험해지기도 하는 것 같다.
최영인 CP: 이경규 씨처럼 현실적으로 생각하는 사람들도 분명히 있기 때문에 중요한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누구나 하고 싶은 말을 가장 불쾌하지 않게 풀어나가는 MC다. 타블로 씨가 나왔을 때도 “그런데 대학은 나온 거 맞죠?” 라고 툭 물어보면서 게스트를 무장해제 시켰다.
김미경 작가: 이경규 씨가 그렇게 할 수 있는 건 (김)제동 씨와 (한)혜진 씨가 “아, 그랬구나”를 해주기 때문이다. 당신의 얘기를 들어준다는 신뢰와 공감이 충분히 깔린 상태에서 “어? 그건 아니지 않아요?” 라고 물어봐야 그 사람도 “그런 면도 있죠” 라고 인정할 수 있다.
최영인 CP: 이경규 씨가 현실적으로 딱 얘기한다면 혜진 씨는 시청자 입장에서 쑥 물어본다.

Q. 한혜진을 섭외한 것은 정말 ‘신의 한 수’였다. (웃음)
최영인 CP: 이경규와 김제동만 있으면 볼 사람이 없다. 완전 칙칙하잖아. 하하. 토크쇼를 오래 해 보니까 여자 MC가 있는 것과 없는 게 정말 다르다. 남자와 여자가 토크를 받아들이는 감성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여자 MC가 있으면 좀 더 온기가 느껴진다. 우리나라에 여자 MC가 드물어서 많이 고민하다가 때 출연했던 기억이 나서 섭외했는데, 야외에서 편안하게 한다는 얘기를 듣고 좋아했다. 예쁘고 착한데 은근히 여장부 스타일이다.

Q. 한혜진이 MC로서 어느 정도 궤도에 올랐구나 싶을 때는 언제였나.
김미경 작가: 진정한 궤도는 박근혜 후보한테 ‘야근해’라는 별명을 직접 지어주었을 때였다. 문재인 후보한테 ‘문제일’이라는 별명을 붙였을 땐, 이경규 씨가 “너가 갑이다” 라고 하셨다. MC로 데뷔한 지 6개월이 채 안된 사람이 유력한 대선 후보한테 “이런 별명 어떠세요?” 라고 확 얘기할 수 있다는 건, 그만큼 현장에서 몰입했다는 증거다. 방송에서 혜진 씨 리액션이 가장 많이 나가는 것도 그게 가장 솔직한 리액션이기 때문이다.
최영인 CP: 반짝반짝 빛나는 재치도 중요하지만 서슴없이 얘기하는 캐릭터라서 좋다. 악의도 없고 겁도 없는 보배다.Q. 한혜진이 상승세를 타는 것 만큼 김제동은 한 발 물러나야 하는 부분이 있다.
김미경 작가: 그래서 제동 씨한테 더 고맙다. 연예인이라면, MC라면, 누구나 화면에 많이 나오고 싶고, 그러기 위해서는 질문을 해야 된다. 그런데 혜진 씨나 이경규 씨가 물어봤을 때 더 빛난다는 걸 아니까 한 발 물러나서 참는 거다. 방송에는 제동 씨의 눈빛이나 리액션이 나오지 않았지만 제동 씨 눈만 보고 얘기하는 게스트도 있었다. 우리가 생각했을 때 그 날의 수훈갑은 제동 씨였다.
최영인 CP: 게스트의 결을 보여주자는 공동의 목표가 있을 뿐이지, 이제 서로 분량이나 캐릭터에 대한 이야기를 주고받을 시기는 지났다. MC들끼리도 한 명이라도 없으면 끔찍할 것 같다는 얘기를 한다.

Q. 첫 게스트였던 배우 김영철이 “여기 나올 때에는 발가벗고 싶어서 나온 거니까”라고 말한 것처럼, 힐링이라는 콘셉트 때문에 더 마음을 여는 게스트들이 많은 편인가.
김미경 작가: 그 믿음이 생기기까지 6개월이 걸렸다. 가장 중요했던 건 최선을 다해 당신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응원하고 있다는 눈빛과 분위기였다. 지금도 중간에 잠깐 쉬더라도 낮부터 밤까지 촬영을 고수하는 이유가 시간이 지나면서 더 친해지고 마음을 털어놓는 게스트가 있기 때문이다. 대낮에 우리와 사전 인터뷰 했을 땐 말 못한다고 했다가 밤에 녹화 현장에서 얘기하시는 분들이 절반 이상이다.

“우리를 믿고 다 털어놓았기 때문에 책임감이 막중하다”
제작진 “우리가 ‘무릎 팍 도사’보다 좀 더 섬세하다”" src="https://img.hankyung.com/photo/202001/2012120323033969677_4.jpg" width="275" height="412" /> Q. 몇 개월 동안 섭외부터 사전 인터뷰까지 진행하다보면 제작진과 출연자의 관계를 떠나 한 사람으로서 애정이 생길 수밖에 없겠다. 어디까지 끄집어내고 어디까지 덮어줄 것인가에 대한 인간적인 고민이 생기진 않나.
최영인 CP: 그보다는 우리가 너무 그 사람한테 빠져서 “아, 그랬구나”만 하게 될까봐 항상 조심하고 경계한다. 제작진은 일주일 내내 그 사람만 보고 있지만 시청자는 멀리서 보는 입장이지 않나.
김미경 작가: 어떤 이야기를 전달할 때 사실 여부도 중요하지만, 그걸 들은 시청자가 그 사람을 이해하게 되는 게 더 중요한 것 같다. 아 그렇게 된 거구나, 저 사람도 힘들었겠네, 저 사람이 잘못하긴 했지만 앞으로 잘하면 되지, 이런 식으로. 게스트가 시청자와 직접 소통할 수 없으니까 최대한 가까운 곳에서 게스트와 소통했던 우리가 그의 마음과 상황을 왜곡하지 않고 전달해준다.

Q. 어떻게 편집하느냐에 따라 왜곡될 가능성도 충분히 있지 않나.
김미경 작가: 우리를 믿고 다 털어놓고 가셨기 때문에 결과물에 대한 책임감이 막중하다. 5시간을 녹화했고 그것보다 더 많은 시간 동안 자료를 조사하고 인터뷰를 했다. 그걸 70분 안에 넣어야 할 때 어떤 것을 선택하느냐가 우리의 고민이다.
최영인 CP: 인간은 다양한 모습을 갖고 있기 때문에 우리가 다 보여줄 순 없지만, 일부를 보여주면서도 그 사람의 핵심을 드러내야 하는 게 우리의 의무다. 방송을 보고 나면 에피소드가 아니라 그 사람의 느낌이 남을 수 있도록.

Q. 타블로처럼 할 얘기도 들을 얘기도 많은 게스트가 나올 땐 어떤 마음으로 방송을 만드나.
조문주 PD: 타블로 편은 편집하면서 정말…. 하… 토씨 하나부터 입술 씰룩거리는 모습 하나까지도 신경을 썼다.
최영인 CP: 제작진 중에 삐딱한 시선을 가진 사람한테 보여주면서 네가 봐도 설득이 되냐고 물어본 적도 있다. 논란이 있는 게스트일수록 오히려 냉정하게 봐야 방송이 나간 후에도 후폭풍이 없다.

Q. 지금 시점에서 욕심나는 게스트는 누군가.
김미경 작가: 죽기 전에 나오겠다고 확답하신 분은 손현주 씨다.
최영인 CP: 손현주 씨는 지난해 10월부터 섭외를 했다. 예능에 나오시면 꼭 우리 프로그램에 나오시겠다고 했는데 그게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다.
조문주 PD: 지금도 우리가 추적하면서 기다리고 있다고 써 달라. (웃음)

Q. 각자 에서 이루고 싶은 꿈이 있다면.
최영인 CP: 워낙 토크쇼를 좋아하기 때문에 를 오래하고 싶다. 소설책 보는 것 같고 재밌다. 심지어 오디오 북이잖아. (웃음)
조문주 PD: 나는 우선 를 알아가는 게 목표다.
김미경 작가: 조문주 PD는 어머니가 좋아하시는 조용필 님이 나오실 때까지 해야 되고, 난 일단 손현주 씨가 나올 때까지 하겠다. 하하.
최영인 CP: 안 돼. 금방 나오시면 어떡할 거야?
김미경 작가: 일단 나오실 때까지 해보고 그 다음은 그 때 다시 생각해보겠다. 사실 우리 목표는 하면서 이경규 씨 환갑잔치 하는 거다. 아! 이경규 씨가 나이에 굉장히 민감하신데…
최영인 CP: 이 얘기 하면 싫어하시려나? (웃음)



글. 이가온 thirteen@
사진. 채기원 ten@
편집. 김희주 기자 fift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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