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세윤, 유상무, 장동민의 개그학개론" src="https://img.hankyung.com/photo/202001/2012062506251157824_1.jpg" />
동물 분장을 한 댄서들이 무대를 누비고, 턱시도를 차려입은 진행자가 무대에 등장한다. 특유의 낮은 목소리로 기막힌 서커스의 서막을 알리자, SBS 에서 장동민이 한 말이 떠올랐다. “뻔한 거 보러 오시는 겁니다. 그럼 가수들은 공연할 때 신곡만 하나.” 6월 22일부터 사흘간 공연된 개그 트리오 옹달샘의 는 도전이나 모험의 시간이 아니었다. 유세윤이 거듭 “일종의 콘서트”라고 설명했듯 이들은 익숙한 레퍼토리들로 공연을 채우고, 각자가 가장 잘해 온 연기를 무대 위에서 선보였다. 공연의 전체 진행을 맡은 유상무는 뺨을 맞기 위해 얼굴을 내어 주고, 기습적으로 엉덩이를 걷어차이는 등 몸을 희생했고, 장동민은 콩트라는 형식과 현실 사이를 오가며 버럭버럭 소리를 질렀다. 두 사람 사이에서 얄밉게 때리고 놀리는 역할을 도맡은 유세윤 역시 개코원숭이부터 UV까지 장기의 스펙트럼을 기대 했던 만큼 펼쳐 보였다.

세 남자의 청춘 중간 결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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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공연은 다만 익숙한 코너의 무삭제판에 그치지 않는다. 멤버들의 아기로 분장한 모습을 포스터에 사용한 것에서부터, 이들은 공연을 통해 트리오의 역사를 되짚어보겠다는 의지를 드러낸다. 공연장 입구에는 세 개그맨의 과거 사진이 전시되어 있으며, 공연의 오프닝 영상은 이들의 성장사를 요약한다. 처음으로 개그맨 시험에 응시했을 당시의 풍경을 재연하거나 KBS 출연 당시의 코너를 다시 선보이며 팀의 성장 과정을 돌아보기도 한다. 그래서 UV가 등장하는 순간은 다만 콘서트의 하이라이트나 초대손님의 공연을 보는 느낌이라기보다는 유년기를 지나 개그맨이 된 유세윤의 현재를 묘사한다는 맥락에서 일관된 흐름을 갖는다. 덕분에 는 그저 웃음으로 점철된 2시간이 아니라 세 남자의 청춘을 정리하는 중간 결산의 자리가 된다. 각자의 삶을 살던 세 사람이 한때의 실패를 딛고 일어나 자신들의 이름을 건 쇼를 마무리하고 땀범벅이 되어 무대 뒤편으로 사라지는 모습은 그 자체로 완결된 서사가 되며, 살뜰하게 사용된 실제 멤버들의 과거 자료들은 공연에 리얼리티를 불어넣는다. 오랫동안 이들을 지켜보며 응원해 온 팬들이라면 웃음을 넘어 뭉클함마저 느낄 수 있는 접근법인 것이다.

특기는 목적에 부합할 때 비로소 장점이 되는 법. 문제는 이 성장서사가 때때로 웃음을 압도한다는 점에서 발생한다. 유상무는 “덜 웃기고 안 웃기더라도 우리의 얘기를 하자”라고 공연 기획의 방향을 밝혔지만, 사실 그런 방식은 팬미팅과 같이 감수성을 공유하는 관객 앞에서 더욱 효과적인 것이다. 멤버들은 자신의 과거와 현재를 복습하며 옹달샘의 개그학개론을 꼼꼼하게 다지려 하지만, 관객들은 그 이상의 것, 그 다음의 단계를 원하기 마련이다. 공연을 마치며 코너 선호도를 질문한 장동민에게 객석이 입을 모아 처음 본 캐릭터를 칭찬했다는 것은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인 것이다. 물론 가수는 공연에서 자신이 부르던 노래를 부른다. 그러나 객석은 다른 편곡, 다른 느낌의 노래를 통해 가수의 새로운 면모를 발견한다. 맞고, 소리 지르고, 약 올리는 세 남자를 통해 객석이 확인하고 싶은 것은 결국 기억 속의 명장면이 아니라 어떤 상황에서도 기어이 웃기고야 마는 이들의 저력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순간, 세 남자는 객석이 웃을 때까지 포기하지 않는 노련함과 근성을 보여주었다. 조금의 조율만 거친다면 옹달샘뿐 아니라 라는 걸출한 브랜드를 만날 수 있을 것 같다. 눈물 나도록 웃기고, 웃기는 남자들을 떠올리면 눈물이 핑 돌기도 하는 독보적인 매력이 지금, 완성 직전에 있다.

사진제공. Mnet

글. 윤희성 n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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