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현(이선균)에게 정인(임수정)과의 매일 매일은 로맨스 영화 그 자체였다. 입이 붙을 새라 키스를 하고, 귀가 사라질 새라 달콤한 말들을 속삭이기에도 하루는 모자랐다. 그래서 결혼을 했다. 그러나 로맨스 영화는 딱 거기까지. 결혼한 후 정인은 볼일 보는 화장실까지 쳐들어 와서 일장연설을 늘어놓고, 아침부터 담배 연기를 뿜어대고, 밥 먹는데서 청소기를 돌린다. 더 이상 참을 수 없는 두현은 옆집의 전설적인 카사노바 성기(류승룡)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내 아내를 유혹해달라고, 내 아내가 나를 떠나게 해달라고.


꺼진 사랑도 다시 보자


어째서 그렇게 사랑스럽던 정인은 밉상이 되었을까? 그러나 애초에 물음표를 가지지 않았던 두현은 맹목적으로 이혼을 원했고, 그것조차 말할 용기가 없어 택한 ‘불륜 유발 대작전’에서 예기치 않게 아내가 숨겨뒀던 혹은 그가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그녀의 조각들을 줍게 된다. 아내의 끊임없는 수다와 불평에 담긴 상처를 두현이 비로소 볼 수 있게 되면서 갈라진 관계의 틈 사이로 희망이 비춘다. 영화는 부부 사이에 균열이 생기고, 그 틈이 다시 메워지는 과정을 포착하는데 공을 들인다. 흔들림으로 인해 땅이 갈라지는 지진이 중요한 순간마다 극적인 장치로 활용되는데, 그 방식이 지나치게 직접적이긴 하지만 영화의 핵심을 충실하게 전달한다. 지진으로 인해 만났고, 지진으로 인해 재회하게 되는 정인과 두현은 균열 자체의 해악보다 벌어진 틈을 메워 가는 과정에서 서로 더 단단해지는 관계의 힘을 보여준다.

무엇보다 은 흥미로운 캐릭터들로 인해 리듬감을 갖는다. 매사에 “떽떽”거리고, “컴플레인”을 입에 달고 사는 “드럽게 재수없”는 정인은 로맨틱 코미디 영화에서 보기 드물게 ‘제대로’ 비호감인 여자 주인공이다. 그러나 여자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밖에 없는 그녀의 독설은 남 일에 참견하기 좋아하고, 자기보다 어리다 싶으면 가르치기 좋아하는 한국사회에 지친 여성들을 대신해 속 시원한 어퍼컷을 날린다. 정인이 현실의 영역에서 통쾌함을 선사한다면 성기는 철저하게 판타지의 영역을 책임진다. 어디를 봐도 국적을 불문하고 여성들이 달려드는 것이 영 석연치 않은 성기는 혼자 있을 때는 마성의 매력남이라는 설정과 이질적인 풍모로, 정인과 부딪칠 때는 쉽사리 통하지 않는 작업의 기술로 시종일관 웃음 포인트를 만들어낸다. 결국엔 등장만으로도 폭소를 유발하게 되는 류승룡은 의 가장 큰 수혜자라 할 수 있는 동시에 그가 만들어낸 정신 나간 듯한 비련의 멜로 주인공을 보는 것만으로도 영화는 충분히 즐겁다.

글. 이지혜 sev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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