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현석의 취향
SBS 의 ‘K팝 스타’에서 잘 노는 빅뱅과 2NE1을 키운 양현석답게 “자신감 있는 표정과 건방진 제스처가 마음에 든” 이하이와 “쇼맨십은 100점”인 장항을 캐스팅했다. 박진영이 지원자들의 실력을 분석한다면, 양현석은 지원자들의 발전가능성을 점치는 타입이다. 비록 지금 당장 무대에 올라갈 실력은 갖추지 못했더라도 언젠가 무대에 올려놓았을 때 주눅 들지 않을 자신감이 조금이라도 보인다 싶으면 양현석의 ‘아빠 미소’가 둥근 해처럼 슬며시 떠오른다. 랩 실력은 부족하지만 ‘깝권’을 능가하는 즉흥안무로 천하의 싸이를 일으켜 세우고, ‘난 여자가 있는데’라는 가사를 새끼손가락으로 표현하며 박진영을 뒤로 넘어가게 만든 이승훈을 합격시킨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결국 양현석에게 중요한 건 끼와 느낌이다. 그래서 지원자의 무대에 대한 박진영의 일장연설이 끝나자 양현석은 보란 듯이 이렇게 말한다. “제가 단순한 걸까요, 무식한 걸까요? 전 그냥 들어서 좋으면 좋습니다.” 하지만 양현석에게 있어 좋은 게 좋은 건 비단 노래뿐만이 아닌 것 같다. 그가 캐스팅한 줄리 샤브롤과 에린 영, 이하이의 외모는 모두 준수하다. “제가 외모를 많이 보는 프로듀서는 아닙니다만 스마트한 이미지가 좋네요”라며 에린 영을 선택한 양현석 대표님, YG에서 에린 영 정도면 초미녀입니다.
박진영의 취향
금방 사랑에 빠지는 박진영답게 노래를 시작하자마자 넋 놓고 쳐다보게 만들었던 손미진과 노래가 끝나자마자 ‘I love that, I love that, I love that’이라 외칠 수밖에 없었던 캐시 영을 캐스팅했다. 양현석이 지원자들을 최대한 다독이고 격려하는 막내 삼촌 같다면, 박진영은 지원자들을 최대한 냉정하게 평가하는 학생주임 스타일이다. 보아를 울렸던 시각장애인 김수환에게는 “마음은 합격이지만 실력은 불합격”, 양현석이 “천만불짜리 음색”이라 극찬했던 줄리 샤브롤에게는 “애티튜드(attitude)는 스타인데 실력이 스타가 아니”라며 탈락시켰다. 매력적인 음색보다 정확히 때려서 내는 음정을 선호하며, 말할 때와 노래할 때의 목소리가 다르면 아무리 노래를 잘 불러도 그건 “가짜” 혹은 “과장된 창법”이라고 지적한다. 결국 박진영에게 중요한 건 평상시 목소리로 진심을 담아 음을 정확히 때려서 잘 부를 수 있는 실력이다. 이 모든 조건을 충족시킬 수 없다면, 윤현상처럼 박진영이 대한민국에서 가장 좋아하는 유재하의 노래를 말하듯이 부르면 된다. “전혀 꾸밈없는 노래와 음악성 높은 작곡 능력”에 끌렸다며 윤현상을 선택한 박진영 대표님, 혹시 쌍꺼풀이 없어서 캐스팅한 건 아닙니까?

글. 이가온 thirt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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