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밤 11시 15분
Mnet 가 시작할 때 이승철은 “이제 독설의 시대는 끝났다”고 말했다.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독설이 이미 지나간 유행이라면, 예능 프로그램에서 심사위원들을 불러놓고 독설에 대해 얘기하는 것 역시 철지난 유행이다. 그러나 어제 ‘위대한 멘토’ 편은 이승환, 윤상, 박정현, 윤일상의 독한 심사평을 끊임없이 소개하면서 왜 그 때 그런 독설을 내뱉었는지를 물었다. 그것도 게스트들이 입을 모아 “기억이 안 난다”고 말하는 심사평들을 말이다. 게다가 이승환에게 동안외모의 비결을 묻고 박정현에게 ‘국민요정’이라는 별명을 상기시키는 등 각각의 게스트를 대할 때도 예상 가능한 키워드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꼼꼼하게 기획된 토크쇼가 아니라 그저 비하인드 스토리 정도의 수준이었다.

자칫 지루해질 수 있는 골방에 이따금씩 조약돌을 던진 사람은 바로 윤상이었다. 윤상은 자신을 예능의 도마 위에 올려놓고는 “소녀들의 왕자님” 대신 “동네 편한 형”이 되었다. 방송국이 직접 가수들의 가창력 심사를 했던 80년대를 떠올리는 이승환에게 “형, 진짜 오래되어 보인다”고 구박하다가도, 공격의 화살이 자신에게 돌아오면 피하는 법 없이 기꺼이 희생양을 자처했다. 조규찬이 뜬금없이 진지한 철학을 들이대며 고정 패널로서의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을 때, 윤상은 사소한 멘트까지 기억해뒀다가 적재적소에 터뜨리며 자신을 뒤끝 있는 캐릭터로 완성시켰다. 하지만 게스트가 스스로 빛났다는 건, 그만큼 제작진의 준비가 소홀하고 고민의 깊이가 얕았다는 뜻이다. ‘위대한 멘토’를 초대했다고 해서 반드시 그들을 심사위원으로만 대접할 필요는 없다. 중요한 건 그 사람만 할 수 있는 얘기, 그 사람만 보여줄 수 있는 매력을 끄집어내는 것이다. 예능의 적은 반복과 안전이다.

글. 이가온 thirt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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