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이 부서지는 한적한 주택가를 걷고 있는 한 커플이 있다. 남자는 기타를 치고 여자는 사진을 찍는다. 더 없이 행복해 보이는 이 커플은 잠시 후 각각 다른 남자, 다른 여자의 손을 꼭 잡고 골목을 달린다. 골목 한 가운데서 마주친 네 남녀는 서로를 향해 웃으며 손을 흔든다. 3일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공개된 1분 45초 분량의 티져 트레일러는 KBS 주인공들의 관계와 그들을 둘러싼 작품의 분위기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원수연 작가의 동명 만화를 원작으로 삼은 은 결혼에 대한 아무런 준비가 안 되어 있던 여주인공 위매리(문근영)가 두 남자 사이에서 사랑과 결혼이라는 현실적인 문제에 대해 고민하는 과정을 다룬 로맨틱 코미디물이다. 젊은 재력가 정인(김재욱)과의 계약 결혼을 강요하는 아버지 때문에 졸지에 유부녀가 된 매리는, 그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홍대 인디밴드 보컬 강무결(장근석)과 가짜 결혼식 사진을 찍다가 얼결에 이중 결혼이라는 상황에 휘말린다. 100일 간 두 남편 사이를 오가면서 생활한 후 둘 중 한 명을 결정해야 하는 상황. 여기에 무결의 옛 애인이자 정인과 계약을 맺은 여배우 서준(김효진)이 등장하며 등장인물들은 천천히 서로를 알아가고 사랑하고 질투하게 된다. 이 날 공개된 클립들은 순정만화의 감성을 화면으로 구현하기 위한 제작진의 고민이 엿보였는데, 무결의 본거지인 홍대 골목길에서 촬영된 장면들은 쨍한 가을 햇살을 그대로 화면 안에 담아 섬세하고 부드러운 화면을 자랑했다. 공동 연출을 맡은 홍석구, 김영균 감독이 모두 미니시리즈가 처음인 젊은 감독들이라는 점 또한 젊은 감각의 화면과 무관해 보이지 않는다.

제 2의 가 될까

스토리 면에서 의 가장 큰 승부처는 다소 생경할 수 있는 ‘이중 결혼’이라는 소재를 시청자들에게 설득시키는 것이다. 2년 넘게 긴 호흡으로 연재 중인 원작과는 달리 16부작 드라마는 시간적 제약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이를 위해 제작진은 원작의 설정만을 느슨하게 빌려와서 현실적인 작품으로 재창조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밝혔다. 극본을 맡은 인은아 작가는 “원작과 설정은 같지만 상황과 캐릭터에 있어서 다른 지점이 있다. 공중파 방송에 맞춰 부담스럽지 않고 유쾌하게 결혼과 가족에 관한 이야기로 풀려고 노력을 많이 했다”고 원작과의 차이를 설명했다. 배우들에게 “원작과는 사뭇 다른 이야기가 될 테니 원작을 읽지 말라”고 당부했다는 홍석구 감독 역시 “인물들은 로맨틱 코미디 장르 속의 인물이지만 현실적인 내용”이라고 연출의 변을 밝혔다.

화사한 화면, 장근석과 문근영의 스타 캐스팅, 원수연 작가 원작의 로맨틱 코미디라는 점은 언뜻 한류 열풍을 몰고 왔던 를 떠올리게 한다. 실제로 일본 ACC사와 합작으로 제작되고 있는 은 이미 대만에 이어 역대 최고 가격으로 중국에 선 수출을 마쳤다. 이응진 KBS 드라마국장은 “한류 2세대의 대표선수 배우들이 세계를 향해 출정한다. 한국의 문화적 국력을 보여줄 기회”라며 묘한 흥분을 감추지 않았다. 그러나 장근석의 “한류 콘텐츠이기 이전에 좋은 작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는 말처럼, 작품 자체의 완성도가 담보되지 않은 작품은 성공을 장담하기 어렵다. “나의 20대와 등장인물의, 배우들의 20대를 겹쳐서 보게 된다”는 홍석구 감독과 “정직하게 열심히 쓰겠다”는 인은아 작가는 ‘20대’의 사랑과 결혼에 대한 ‘정직한’ 이야기를 그려낼 수 있을까. 그 포부는 오는 8일 9시 55분 KBS2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글. 이승한 fourteen@
사진. 채기원 t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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