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머리가 짧아야 공부를 잘 하나요?”, “난 그저 ‘많이 힘들겠구나’라는 위로 한 마디면 되는데…” 시니컬한 고등학생 민호수(홍종현)의 반항이든 전교 1등 백효안(한지우)의 혼잣말이든, 그 중심에는 결국 성적 혹은 입시라는 공통분모가 존재한다. 하지만 교사는 제자들의 고민을 외면한 채, 마치 주홍글씨를 새기듯 그들의 얼굴에 매직으로 등수를 적어줄 뿐이다. 2008년 파일럿으로 제작된 KBS 청소년 드라마 에 이어 KBS 의 고등학생들 역시 돌개바람에 휩쓸려 정글 속 작은 웅덩이에 떨어져버린 정글피쉬처럼 외롭고 힘겨운 존재들이다.

SNS로 친구의 죽음을 밝힌다

김포외고 시험문제 유출 사건이라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단막극 는 학생들이 블로그 활동을 통해 범인을 찾는다는 신선한 포맷 뿐 아니라 성적과 우정 사이에서 갈등하는 고등학생들의 고민을 한 시간 안에 담아낸 압축적인 구성 덕분에 ‘2008 미국 피바디상’과 ‘2008 ABU TV YOUTH 대상’을 수상했다. 그로부터 2년 만에 돌아온 는 총 8부작으로 늘어난 만큼 더 다양해진 에피소드를 담아내고, “블로그 대신 SNS 활동”이라는 새로운 포맷을 시도한다. 시니컬한 민호수, 삐딱한 우등생 서율(지연), 반항아 안바우(이준), 씩씩한 여고생 이라이(신소율) 등 여섯 명의 고등학생들이 의문의 죽음을 당한 백효안의 진실을 파헤치는 과정 속에서 빵셔틀, 비합리적인 교칙, 성적 스트레스, 임신, 히키코모리 등 고등학생들의 고민을 자연스럽게 녹여낼 예정이다. 이준이 “중학교 2학년 때 구레나룻을 기르다가 선생님께 7-8번이나 잘린 적이 있었다”며 공감을 표시한 두발자유 소재부터 “내가 학교 다닐 때는 빵셔틀 문제가 없었다”는 87년생 신소율의 말처럼 최근 세태를 반영한 에피소드들이 적절히 섞여 있기 때문에 비단 청소년뿐 아니라 더 넓은 시청자 층을 소구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쉽게 개선되지 않는 교육현실 탓에 청소년 드라마의 소재는 늘 비슷하다는 한계점을 지니고 있다. 따라서 는 소재 자체가 아니라 그것을 다루는 방식에 승부수를 걸어야 할 것이다. 김정환 감독이 “‘청소년 드라마는 경쟁력이 약하다’는 시선 때문에 미스터리 학원물 장르를 택했다”고 말했듯, 는 과연 공부도 잘하고 얼굴도 예쁜 ‘엄친딸’ 백효안이 왜 죽었는지, 그리고 여섯 명의 고등학생들이 어떤 추리과정을 거쳐 그 진실에 접근하는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때문에 이 드라마가 에 이어 또 하나의 청소년 드라마 시리즈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그 과정을 흡인력 있게 풀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할 수 있겠다. 로맨스도 환상도 걷어낸 ‘리얼’한 학교의 모습은 오는 25일 오후 5시 10분, KBS1(예정)에서 만나볼 수 있다.

사진제공. KBS

글. 이가온 thirt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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