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공연들이 수채화였다면 이번에는 유화이거나 콘트라스트가 강한 흑백사진 느낌의 공연이 될 것이다.” 뮤지컬 (이하 )이 돌아온다. 2000년 서영주, 이혜경, 김법래 캐스팅으로 초연을 갖고 총 10번의 공연을 거쳐 온 는 지난 2007년 초연멤버들의 특별공연을 마지막으로 한동안 무대에서 만날 수 없었다. 관객들의 재공연 요구는 계속되었지만, 지극히 연극적이고 무모하리만큼 감성에 호소하는 뮤지컬의 제작은 쉽지 않았다. 밝고 신나는 뮤지컬이 사랑받았고, “단조에 우울함이 가득한” 작품을 찾는 이가 점점 줄어들었다. 3년이 흘렀고, 그러는 사이 10주년을 맞았다. 다시 돌아온 는 “10년을 걸어오면서 관객들에게 준 많은 선입견들이 장점이자 단점”으로 작용해 그만큼의 기대와 부담감을 안고 시작한다. 하지만 이미 송창의, 박건형 베르테르를 필두로 임혜영, 최주리 롯데와 민영기, 이상현 알베르트가 캐스팅되어 좋은 출발의 신호를 보낸다. 3년 만에 다시 돌아온 는 무엇이 변화되었을까. 10월 22일부터 11월 30일까지 유니버설 아트센터에서 공연되는 의 관전 포인트를 정리했다.
1. 책에서 튀어나온 ‘송베르’ vs 뜨거운 가슴을 가진 ‘박베르’
롯데를 향한 불같은 사랑으로 인해 결국 자살에까지 이르고야마는 ‘심약미청년’ 베르테르는 그동안 조승우, 엄기준, 김다현, 민영기가 거쳐 간 대표적 훈남 캐릭터. 송창의는 최근 SBS 에서 선보이는 이미지가 중첩되며 원작에 충실한 감성적이고 예민한 베르테르를 그릴 것으로 보인다. 그에 비해 또 다른 베르테르 박건형의 캐스팅은 “주변에서 뭐하는 짓이냐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의외다. 그동안 , , 등 소위 몸을 쓰는 뮤지컬에 출연해 특유의 열혈 에너지를 분출하던 박건형과 베르테르의 교집합은 쉽게 떠오르지 않는다. 하지만 그만의 에너지는 오히려 “상당히 외향적이면서도 뜨거운 가슴을 가진 남자”(송창의)로 베르테르를 그려내기에 더할나위없는 요소가 되기도 한다. “나에게도 있었지만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요소들을 발견해줬고 그것이 내게도 있었지, 라는 걸 느끼는 순간 가슴 속에 꿈틀거리는 것이 있었다”고 고백하는 박건형의 새로운 도전 역시 주목할 만하다.

2. 명확한 색깔을 입은 롯데의 캐릭터
10년이라는 세월동안 가 받는 사랑만큼 여주인공 롯데는 그만큼의 비난의 화살 역시 감당해야만했다. 생김새도 성격도 판이하게 다른 알베르트와 베르테르 두 남자의 열렬한 사랑을 받아서이기도 하지만, 지난 공연들의 롯데는 두 사람 사이에서 명확한 노선도 중심도 없이 그저 갈팡질팡하는 단편적인 인물로 해석되어 “회색의 느낌”이 강했던 것이 사실이다. 하여 2010 에서는 롯데 캐릭터의 수정보완에 가장 많은 힘을 쏟는다. “그 당시 호메로스를 읽는 여자인 만큼 대담하게”(김민정) 혹은 “하얀색이든 파란색이든 좀 더 명확한 색깔을 지닌 여자”(임혜영)로 롯데를 그릴 예정이며, 이와 함께 김민정 연출은 롯데를 통해 “남자의 시선에 의해 그려지는 여자가 아닌 분명한 색과 세계관을 가진 여성상”을 표현하고자 한다.

3. 가을에 찾아오는 여성연출가의 디테일하고 섬세한 감성
뮤지컬이라는 장르를 마냥 신나고 희망적인 판타지로만 생각하는 이들이 많지만, 는 한없이 우울하고 지독한 감정의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들게 만드는 작품이다. 30곡에 가까운 뮤지컬넘버는 대부분 단조로 이루어져있고, 최소한의 인원으로 꾸려진 실내악단은 조용히 감정에 집중하도록 만든다. 특히 200년이 훌쩍 지났지만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괴테의 문장들은 특별한 미사여구가 없이도 관객의 감정을 디테일하게 파고들어 감탄을 자아낸다. 또한 김민정 연출가는 의 최초 여성연출가. “조광화 연출은 본인이 베르테르라 생각했고, 김민정 연출은 자신을 롯데라 생각한다. 바라보는 시각 자체가 다르다. 그래서 기존 작품들이 베르테르의 아픔과 자살로 이르는 과정에 스토리가 있었다면, 지금은 좀 더 제3자의 시선으로 바라보기 때문에 굉장히 색다르다.” 스스로는 “별로 역할이 없는 연출가”라 고백하지만 두 번째로 작품에 참여하는 민영기의 발언처럼 여성연출가 특유의 섬세한 공연을 기대해도 좋을듯하다. 또한 섬세한 감성과 함께 자칫 잘못하면 막장드라마로 변모될 가능성이 충분한 기본 줄거리 안에서의 미묘한 줄타기 역시 필수적이다.

글. 장경진 three@
사진. 이진혁 elev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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