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태지와 아이들로 커리어를 시작해 H.O.T.와 god를 거쳐 SS501에 이르는 한국 아이돌의 역사를 온몸으로 헤쳐 온 UV’. 은 아이돌 출신이면서도 천재적인 음악성과 건강한 사회의식까지 겸비한 그룹 UV의 페이크 다큐멘터리다. UV 역사의 출발점부터가 페이크인지 이들의 공연이나 UV를 증언하는 각계각층의 목소리가 페이크인지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다만 한국의 엔터테인먼트 산업 전반과 엄숙주의를 가지고 놀면서도 냉소로 흐르지 않는 에 누군가는 웃어넘기고, 누군가는 열광한다. 정신없이 웃다가도 UV라는 엔터테이너의 진심이 보이는 에서 김교석, 이승한 TV평론가가 예능 프로그램의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했다. /편집자주

은 음악인에 대한 페이크 다큐멘터리라는 점에서는 영화 를, 실제로 활동 중인 밴드에 대한 이야기라는 점에서는 영화 (잭 블랙과 카일 개스로 이루어진 동명의 메탈 밴드)를 연상케 한다. 단순하게 웃고 지나가는 농담의 연속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실제 밴드가 활동 중에 느낄 법한 음악에 대한 진지한 문제의식을 작품 속으로 끌고 들어온다는 점도 닮았다.

그러나 위에 언급한 영화들이 상호 간에 약속된 대본으로 이루어진 세계 안에서만 머무르고 있다면, 은 자꾸 실제 세계를 작품 안으로 끌어들인다. 이들은 길거리에서 방송심의철폐 1인 시위를 벌이고, 고등학교 점심방송에 출연해 행패를 부리는가 하면, 홈쇼핑 채널에 등장해 자신들의 앨범을 홍보하고 기사식당에서는 디너쇼를 벌인다. 이 과정에서 UV를 접하는 일반인들은 자신이 느끼는 실제 감정을 그대로 표현한다. 허구의 세계를 연기 중인 UV를 바라보는 일반인들의 실제 반응. 의 웃음은 가상의 세계와 현실의 세계가 서로 충돌하는 순간의 파열음에서 나온다.실제의 세계에 균열을 일으킨 허구의 열정
의 이런 특성은 UV란 프로젝트 팀 자체의 특성에 기인한다. UV는 방송에 종속되지 않은 독립적인 프로젝트인 동시에, 실제 활동과 프로그램 속 농담이 별개가 아닌 ‘실재하지만 허구‘인 그룹이다. 이들의 활동 자체가 유희를 목적으로 한 허구이기에 프로그램 속에 비친 활약상은 별 다른 수정을 거치지 않아도 이미 페이크 다큐멘터리의 조건을 갖추게 되는 것이다. 영화가 컬트적인 인기를 얻은 후에야 비로소 그룹이 싱글 앨범을 낸 나, 실제 밴드의 이야기가 아닌 완벽한 허구의 스토리를 지닌 영화 와 이 다를 수밖에 없는 이유다.

유세윤은 “UV는 실재하지만 허구의 그룹이다. UV가 되면 그 허구에서 열정을 불태운다”고 말했지만, 그 허구의 열정은 실제의 세계에 균열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일반적으로 분당 천 만 원 가량의 수익을 내야 한다는 홈쇼핑 채널은 UV의 프로젝트를 위해 특별편성을 감행했고, 프로그램을 위한 설정인 줄로만 알았던 폐가에서의 곡 작업은 실제로 디지털 싱글의 형태로 인터넷에 공개되었다. 급기야 이번 주 에서 UV는 자신들의 팬을 직접 뽑는다며 라는 판을 벌일 예정이다. 일방적인 판매자-소비자 관계였던 가수와 팬의 위치는 UV가 자신들의 진정한 팬을 찾는다고 말하는 순간 자신의 충실한 종을 간택하는 예술가와 일군의 숭배자 집단의 관계로 역전된다. 허구의 UV가 현실 세계 속에 자신의 영역을 착실히 넓히고 있는 것이다.

, ‘리얼’ 트렌드의 가장 새로운 해석
이 프로젝트가 가능한 가장 큰 비결은 UV가 허구의 그룹 UV로서의 리얼리즘을 생동감 있게 구현한다는 점이다. 이미 KBS 의 ‘막무가내 중창단’에서 현실 세계와 치밀한 코미디 연기를 섞은 바 있는 유세윤은 ‘리얼’이 아닌 능숙하게 통제된 ‘UV의 유세윤’ 연기로 현실 세계를 의 세계 안으로 흡수해 버린다. 뮤지는 이 모든 농담에 현실의 질감을 부여하는 완성도 높은 곡들을 선보인다. 그들이 능청스러운 연기로 현실 세계를 포섭한 순간, 우리는 ‘서태지와 아이들로 커리어를 시작해 H.O.T.와 god를 거쳐 SS501에 이르는 한국 아이돌의 역사를 온몸으로 헤쳐 온 UV’라는 가상의 역사를 얻었다. 그리고 어쩌면 이건 비슷한 포맷의 범람으로 서서히 식상해지고 있는 ‘리얼’이라는 당대의 코드에 대한 가장 새로운 해석일지도 모른다. 지금 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글 이승한이제 유세윤은 그 이름이 곧 장르가 됐다. 복학생과 건방진 도사를 거쳐 이룩한 UV의 유세윤은 현실과 가상의 경계를 넘나들며 그만의 뻔뻔한 개구쟁이 아티스트 캐릭터를 창조했다. 90년대 복고를 주창하는 댄스듀오로서 음반 발매와 행사를 뛰는 현실. 그들이 90년대 아이돌 출신이자 한국 가요계의 거목이라는 가상. 음반 불황의 원인을 불법 다운로드의 문제가 아닌 유통과 소통의 측면에서 바라보는 진지함. 그리고 그에 따른 해결책으로 홈쇼핑 출연이란 발상의 전환을 보여준 비즈니스 감각. 심의와 방송 규제에 반하여 공중파 방송출연을 보이콧하는 사회의식. 이를 해소하기 위해 고등학교 점심방송에 출연해 해적방송으로 만들어버리는 락앤롤 & 히피정신. 이 모든 것이 바로 그간 접해보지 못한 하이퍼텍스트 UV의 세계이며 그들을 위한 안내서가 바로 이다.

익숙함을 황당함으로, 엄숙함을 엉뚱함으로
페이크 다큐라는 이 프로그램은 UV와 유세윤을 이해할 수 있는 열쇠다. 서태지와 아이들, H.O.T, SES, 핑클, god의 멤버였으며 자칭 세기의 핫 아이콘이란 그들은 구준엽에게 랩을, 김조한에게 보컬 레슨을 하는 위대한 실력파 아티스트임을 그 누구도 몰랐을 테니까. UV의 태도를 빌려 말하자면 은 대한민국에서 현존하는 가장 실험적인 예능 프로이자 음악과 음악시장에 대한 문제의식을 담고 있는 유일한 방송이다. 태양, 2AM, 포미닛 등 현직 가수와 임진모 등의 평론가, Mnet PD들도 시치미를 뚝 떼고 이들에 대해 진지한 표정으로 황당한 코멘트를 남긴다. 이 프로그램 속의 UV는 매우 실험적이고 예민한 아티스트로서 그 관심사는 예술, 소통, 대중, 방송심의, 아이돌의 자유연애까지 매우 다양하고 심지어 이지적이다. 신과 영혼의 영역에 도전할 만큼 모든 것을 다 이뤘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사의 가치를 돈이 아닌 소통에 두고 있다.

, 즉 유세윤 코미디의 키워드는 ‘현실’과 ‘비틀기’다. 시간여행을 하며 역사의 퍼즐을 엉클어 놓듯 익히 알고 있는 사실에 변주를 가하고, 시민들 속으로 뛰어들면서 그만의 독특한 지위를 획득한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앞에서 예술과 심의라는 주제로 1인 시위를 벌이고, ‘아이돌 연애자유법’ 법안을 문광부에 제출하고 문방구에 가서 각 기획사에 팩스를 보낸다. 드디어 대중과 소통할 수 있는 방송을 찾았다고 해서 보니 양천고 교내방송에 출연하는 식이다. 니콘과 버거킹 CF나 행사 출연 등 현실과 방송, 활동 무대와 장르를 넘나들며 종횡무진 누비는데 결국 모두 하나의 맥락으로 수렴된다. 익숙한 상황을 황당한 상황으로 만들고, 엄숙한 상황을 엉뚱한 상황으로 만드는 것. SNL출신의 윌 페럴과 트레이시 모건 등의 희극배우들이 고유의 캐릭터가 먼저 있고 그를 둘러싸고 필모그라피가 형성되는 것처럼 유세윤도 엉뚱하고 기발한 상황 속에서 자신의 캐릭터를 먼저 구축하고 점차 활동의 영역을 넓혀 나가고 있는 것이다.

, 새로운 예능 포맷의 가능성
UV는 이 프로그램이 끝나도 계속 음악 작업을 할 것이고 사람들은 방송을 통해 접하든 인터넷을 통해 접하든 꾸준히 그들을 지켜볼 것이다. 그 덕분에 은 방송이 종영된 후에도 UV가 활동을 멈출 때까지 스토리가 끊이지 않는 불로장생을 약속받았다. 이것이 말하는 바는 명확하다. 바우덕이 마냥 가상과 현실의 줄타기에 거침없는 유세윤은 이미 어느 특정 프로그램만으로 규정할 수 없는 지위에 올라선 것이다. 그런데 유세윤이 추구하는 이 계통에는 대가가 따로 있으니 그 이름 하나만으로 산업을 이룩한 주성치다. 유세윤 스스로도 롤모델이라 고백한 주성치가 자신의 정서와 연기력으로 주성치식 코미디를 확립했듯이 은 유세윤이 코미디를 수립해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유세윤이 일반 시민들 사이에서 웃음을 뽑아내는 순발력과 재치다. 일상을 허물고 하나의 이벤트로 만들어버리는 그만의 생활밀착형 코미디는 그에게 뼛속까지 코미디언이란 칭호를 선사했다. 방송과 현실을 넘나드는 그의 매트릭스형 코미디는 분명 시그니처 스킬이며, 이 점이 유세윤이 차후 그만의 새로운 코미디 세계를 만들 것이라는 기대를 품게 하는 가장 중요한 근거다. 이 요소들이 녹아든 은 유세윤의 성장을 보는 것과 더불어 연기력과 정서를 기반으로 한 시트콤의 요소가 가미된 새로운 예능 포맷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기에 더욱 소중하다.
글 김교석

글. 김교석(TV평론가)
글. 이승한(TV평론가)
편집. 이지혜 sev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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