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프로레슬링 특집에서 WM7이 뭐 잘못한 거 있어? 무슨 일이 있었기에 김태호 PD가 블로그에 글을 올리고 그러는 거야?
나도 주말에 대체 무슨 일인가 살펴봤는데 뭐가 되게 좀 복잡해보이더라고. 우선 지난 목요일 WM7의 공식적인 경기가 끝나고 난 다음에 이런저런 인터넷 기사들이 올라왔는데, 그 핵심은 이번 프로레슬링 특집에서 가면을 쓴 벌칙맨 역할의 윤강철 선수가 협회로부터 징계를 받는다는 이야기였어. 그리고 그 기사들의 소스를 제공한 시발점은 격투기 해설가이자 프로레슬러이기도 한 김남훈의 트위터였지. 김남훈은 자신과도 친분이 있는 윤강철 선수가 무언가 작성하는 모습을 사진으로 찍고 ‘의 꼬임에 속아 챔피언 박탈 위기에 놓인 윤강철 선수가 자술서를 쓰는 장면’이라고 소개했어.
자술서? 꼬임? 대체 이 무얼 어쨌기에 그랬다는 거야?
이제 모두가 너 같은 궁금증을 가지게 되는 상황이었지. 그래서 김남훈이 자신의 예고대로 현재 연재 중인 포털 스포츠 칼럼에 무슨 이야기를 쓸지 주목하는 상황이었고. 그런데 그보다 먼저 아까 말한 그 자술서라는 걸 윤강철 선수가 디시인사이드 프로레슬링 갤러리에 올렸어. 그 자술서에는 앞서 말한 징계 이야기뿐 아니라 출연료 지급이 생각보다 미뤄져 자신이 팀에 독촉을 했다는 이야기, 벌칙맨 역할 때문에 강화도까지 가서 촬영을 했음에도 거기서 서울로 나가는 차량에 태워주지 않았다는 이야기, 그리고 이번 WM7의 대회는 정식 프로레슬링협회의 승인을 받았어야 했는데 그러지 않았다는 이야기가 포함되어 있었어. 본인의 징계는 그렇게 프로레슬링답지 않은 방송을 했던 에 출연했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라 하고 있고.
그 출연료 문제랑 차량 문제는 김태호 PD가 해명하지 않았어?
응, 그렇긴 한데 우선 사태를 차근차근 정리해야 하니까 김태호 PD의 해명은 조금 이따 이야기 하자. 어쨌든 이런 내용이 인터넷에 올라왔으니 당연히 엄청난 화제가 됐겠지? 그리고 이걸 본 한 연예 매체의 기자가 김남훈의 트위터 내용을 소개하며 ‘단독’이라는 이름으로 기사를 쓰면서 이 일이 더 빠르게 확장됐어. 김남훈은 나중에 자신의 칼럼을 통해 자신과 아무런 인터뷰도 하지 않은 채 자극적 제목으로 기사를 썼노라고 그 기자와 매체에 대한 분노를 표출했고. 하지만 내가 봤을 때, 남의 트위터 내용 몇 개 오려 붙여서 대단한 특종이라도 건진 것처럼 군 게 손발이 오그라들어 그렇지, 해당 기사가 김남훈의 발언을 곡해하거나 그런 건 없었어. 트위터의 내용 그대로를 소개한 거고, 김남훈이 자극적 제목이라 했던 ‘챔피언 박탈 위기’라는 문구 역시 김남훈의 트위터 내용 그대로를 가져온 거지. 말하자면 그 기자가 협회에 전화를 걸어 해당 사항에 대해 ‘잘 모르겠다’는 답변을 들었음에도 굳이 ‘챔피언 박탈 위기’라는 제목을 쓴 건 문제지만, 적어도 김남훈 씨가 그것에 대해 본노하거나 문제 제기를 할 상황은 아니라고 봐. 누가 뭐라 해도 윤강철 선수의 챔피언 박탈 위기라는 소스를 인터넷을 통해 가장 먼저 공개한 건 김남훈이니까.
그럼 결국 이 모든 게 그 김남훈이라는 사람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는 거야?
그건 너무 무책임한 말이고, 다만 어떤 불씨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겠지. 거기에 윤강철 선수의 자술서 내용과 별다른 확인 없이 남의 트위터 내용을 그대로 옮긴 매체의 기사 등이 겹쳐지며 그 불씨가 크고 빠르게 타올랐다고 보는 게 맞을 거 같아. 그리고 그 불길에 집중하느라 정확한 팩트에 대한 확인은 오히려 좀 도외시됐던 거 같고. 나중에 윤강철 선수와 또 다른 매체가 인터뷰를 하고 기사가 나오면서 이게 좀 소강되나 싶었지만 오히려 윤강철 선수가 그 인터뷰 기사 내용이 잘못되었노라 밝히면서 혼란은 더 가중되었고.
진짜 혼란스럽다. 뭐가 이렇게 복잡해? 기사 내용이 잘못되었다는 건 또 뭐고?
전화 인터뷰를 통한 기사였는데 여기에 따르면 윤강철 선수가 “의사소통이 문제였다”는 요지의 말을 하고, 강원도 촬영 현장에서 다음날 아침 따로 출발한 건 본인 뜻이었다고 해. 그런데 이에 대해 윤강철 선수는 의사소통 어쩌고 하는 말을 한 적이 없고, 차량 문제는 자술서 내용에 있는 게 맞다는 거였지. 이쯤 되면 어느 쪽에서 거짓말을 한다는 이야기가 나올 수도 있는데, 사실 뜯어보면 주장하는 내용 자체는 크게 달라진 게 없어. 그리고 너도 아는 김태호 PD의 해명글을 통해 이 문제는 어느 정도 일단락된 거 같아. 출연료는 방송이 아직 나가지 않았고, 마침 또 MBC 파업 중이라 빨리 처리해줄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리고 차량 문제 역시 윤강철 선수 본인의 뜻이었다는 게 김태호 PD의 변이고, 아직 이에 대한 반박이 없는 걸로 봐선.
그럼 이제 이 모든 건 다 정리된 건가?
아니, 미안한데 다 정리된 이 마당에 오히려 내가 문제 제기를 좀 해야겠어. 뭐? 아니 네가 지금 다 정리해주고 나서 뭘 또 제기하겠다는 거야?
사실 꼭 내가 한다고 할 수도 없는 거야. WM7의 경기가 있고 나서, 윤강철 선수가 속한 협회와는 또 다른 단체인 한국프로레슬링연맹에서 기술의 안전 문제를 제기했거든. 윤강철 선수 일에 묻혀 정말 별다른 이슈가 되지 못했지만 정말 이거야말로 중요한 문제였다고 생각해. 사실 내가 손스타보다 프로레슬링을 잘하는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직접 그 기술 수준을 평가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연맹의 말이 사실이라면 후방 낙법을 비롯한 낙법의 수준이 생각보다 낮았고, 힙토스 같은 기술의 안전 포인트를 숙지하지 못했으니 위험한 거지.
하지만 김태호 PD말대로 WM7 경기는 쇼엔터테인먼트 성격이 강한 거고, 그래서 프로레슬러 대신 손스타를 영입한 거잖아.
그 얘길 이해 못하는 건 아닌데, 거기엔 프로레슬링은 기본적으로 쇼엔터테인먼트인 동시에 가장 위험한 링 스포츠라는 전제가 빠져있어. 그 출발점이 ‘어릴 적 동네 학교운동장에서 열리던 프로레슬링 대회에 대한 공통된 향수’라 해도, WM7의 경기에서 위험한 기술이 그닥 많지 않았다고 해도 그 사실이 변하진 않아. 탑로프 위에서 링바닥으로 몸을 날리는 건 그게 공중 3회전이건 그냥 낙하건 절대적으로 위험한 거야. 그래서 정말 오랜 시간의 낙법 연습과 부상 방지를 위한 웨이트 트레이닝과 스트레칭이 필요한 거고. 말하자면 이번 이 과거 스포츠 특집과 달리 문제인건, 협회를 끼지 않아서가 아니라 협회든 누구든 좀 더 프로레슬링이라는 위험한 스포츠에 정통한 사람과 함께하지 않아서야.
손스타는 그 정도가 아니었다는 거야?
동호인으로서는 훌륭한 아마추어이고, 그의 지도를 통해 멤버들이 많이 성장한 건 사실이야. 하지만 프로레슬링이 매우 위험한 스포츠라는 걸 떠올리면 기본적으로 협회든 연맹이든 WWE 선수든 제대로 된 전문가에게 처음부터 배우는 게 맞다고 봐. 가령 봅슬레이 특집의 경우 딱 보면 위험한 게 느껴지기 때문에 국가대표 코치의 도움이 당연하게 느껴지잖아. 만약 그 때 봅슬레이 마니아에게 봅슬레이를 배웠다면 시청자들이 이해해줬을까? 프로레슬링도 마찬가지야. 낙법을 잘못 치면 허리나 목뼈가 나갈 수도 있는 스포츠를 하면서 프로의 도움을 받지 않은 건 어떤 기획 의도로도 덮을 수 없는 실수인 게 사실이야. 손스타와 멤버들의 열정, 그리고 프로레슬링에 대한 제작진의 존중은 절대 의심하지 않지만, 그것들이 안전을 보장해주진 않잖아. 물론 결과적으로 큰 무리 없이 끝났으니 다행이지만. 하지만 네 말대로 큰 사고 없이 잘 끝났잖아.
맞아. 이제 더는 이야기하지 않아도 되겠지. 나 역시 논쟁을 바라는 건 아니니까. 그냥 프로레슬링에 대한 꿈이 있던 어느 팬이 느낀 아쉬움 정도로 정리하면 되지 않을까.
꿈? 무슨 꿈?
가면 레슬러?
글. 위근우 eight@
편집. 장경진 thr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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