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의 러시를 피해 이른 여름휴가를 다녀왔습니다. 머리보다는 눈을, 손보다는 심장을 더 많이 움직였던 일주일이었습니다. 물론 지중해의 도시에서라면 빠질 수 없는, 맛있는 음식 앞에서의 부지런한 입 운동도 함께요. 이번 여행으로 몸무게는 어느 정도 불어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 어느 때보다 이 무거움이 즐겁다면 이상한 일일까요?

여행지에서 들린 대부분의 식당의 메뉴판에는 ‘오늘의 메뉴’라는 종이가 클립에 끼워져 있었습니다. 싱싱한 제철 재료를 이용한 음식이나 오늘 하루 주방장이 자랑스럽게 내놓을 수 있는 특별메뉴가 쓰여 있는 하루살이 쪽지입니다. 그 오늘의 메뉴를 보면서 어쩌면 모든 여행 역시 ‘오늘의 집’을 찾아가는 과정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매일 매일이 조금씩 다른, 그 땅의 가장 신선한 무언가를 찾아가는 하루. 그리고 지친 일과의 피로를 누일 곳을 향한 즐거운 여정. 그곳이 바르셀로나의 유스호스텔이건 시체스의 민박이건 아니면 부모님과 함께 살아온 몇십 년 된 집이건 우리는 오늘의 집을 향해 매일 매일을 보내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제의 집’에서 모두들 안녕히 주무셨습니까? 부디 오늘의 집을 찾는 당신들의 남은 여정이 즐겁기를, 그리고 안전하기를.

글, 사진. 백은하 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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