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회 KBS2 수-목 밤 9시 55분
스페인어로 쓰인 기훈(천정명)의 편지는 8년 전 은조(문근영)가 가고 싶어 했던 도시가 어디였는지도 잊혔을 즈음에야 수신인의 손으로 돌아왔다. 17화에서 은조는 자신을 빼놓고 모두가, 그러니까 효선(서우)이나 엄마 강숙(이미숙)이 변화하고 성장했음을 깨달았었다. 효선이는 “병든” 은조와 강숙을 “믿을 수가 없을” 정도의 품으로 끌어안아 줄 수 있을 만큼 컸고, 강숙은 “얼굴을 들지 못하는” 수치를 배웠다. 그렇다면 이제 성장하고, 변해야 하는 유일한 사람은 은조뿐이다. 때 맞춰 은조는 편지를 통해 오래 전 기훈의 마음을 8년 만에 제대로 알게 되었고, 모든 것이 비틀어져버린 그 첫 순간을 되돌릴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얻게 되었다. 모두가 알고 있던 강숙의 외도에 대한 이야기를 은조만 비밀이라고 생각해왔던 것과 비슷하게, 대성의 사망 이후 꽤 오랫동안 는 모두가 이미 알고 있는 사건의 해답을, 감정들을 묵혀두고 숨겨오면서 고인 물처럼 머물러 있었다. 결국 이 드라마 속에서 엉켜있는 수많은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단 한 사람 역시 ‘신데렐라 언니’인 은조이기 때문이다. 성인이 된 뒤로는 거의 처음으로 분노나 오해를 이유로 하지 않고 진심어린 마음이 원하는 선택을 한 은조와, 모든 것을 털어놓은 뒤 다시 “은조야” 하고 불렀던 그 때 그 시절로 돌아간 기훈이 서로를 부둥켜안는 순간이 드디어 왔다. 드라마 속의 시간으로 8년, 드라마 바깥의 시간으로는 7주 동안이 지나고 나서야 말이다. 그리고 이제 마지막 한 주의 시간만이 남았다. 알고 보면 놀랄 만큼 서로를 닮아있는 이 속의 못나고, 부족하고, 상처투성이인 인물들은 어떤 내일을 살게 될까.

글. 윤이나(TV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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