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거 말하면서도 조금 걱정되긴 하는데, 요즘 김연아 인기가 많이 떨어진 것 같지 않아?
왜 이래. 악플 부족해?
아니, 물론 여전히 웬만한 여배우나 걸그룹보다 인기가 많기야 하지만 예전 같으면 ‘김연아의 키스 & 크라이’ 같은 프로그램이 나오면 시청률이 훨씬 많이 나오지 않았을까?
지난 동계올림픽 금메달 획득 이후 대중의 열기가 조금은 식은 게 사실이지만 우선 사람들은 김연아가 나오든 아이유가 나오든 재밌어야 보니까. ‘키스 & 크라이’가 재미없다는 뜻은 아닌데 만약 김연아의 일상을 쫓아다니는 리얼리티쇼였다면 양상이 좀 달라지지 않았을까. 어쨌든 김연아가 MC를 본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나는 가수다’나 ‘1박 2일’을 보던 사람들이 채널을 돌리진 않겠지.
네가 볼 땐 어때? 김연아가 MC를 본다는 것 외에는 볼 이유가 없어 보여?
말했잖아, 재미없다는 뜻은 아니라고. 전에 멘토스쿨 볼 때 느꼈던 것과 비슷한 느낌? 편집이나 만듦새에 있어서는 고개를 갸우뚱하게 되는 지점이 좀 많은데, 출연자들이 의외의 장면을 만들어내면서 눈길을 끌 때가 종종 있어. 누구? 유노윤호가 되게 잘했다는 이야기는 들었던 거 같은데.
깜짝 놀랐지. 유노윤호는 실제로 심사위원 평가에서도 1위를 차지했는데 문워크를 빙판에서 구현하는 수준으로 마이클 잭슨 퍼포먼스를 완벽하게 보여줬어. 테크닉적으로 스핀과 왈츠 점프를 프로그램에 넣었다는 것도 대단하지만, 뭐랄까 오프닝부터 엔딩까지 하나의 완결된 쇼를 봤다는 느낌이야. 방금 말한 기술들도 그냥 할 줄 알아서 보여준다기보다는 전체 안무 안에 녹아들어갔지. 전에 연아신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기술 점수와 예술 점수의 영역 구분을 없앴다고 했는데 비록 퀄리티의 차이는 있겠지만 유노윤호의 쇼도 비슷한 느낌이었어. 운동능력으로 따지면 전체 평가 2위를 차지한 김병만이, 스케이팅 능력에서는 스피드스케이트 선수인 이규혁 선수가 더 앞선다고 보지만 전체적인 우아함을 고려했을 때 지금 유노윤호는 거의 압도적 수준인 거 같아.
역시. 그렇게 압도적이면 우승이 거의 확정된 거 아니야?
만약에, 이 프로그램이 피겨스케이팅 남녀 싱글 부문 최강자를 가리는 거라면 표현 능력이 탁월한 유노윤호를 1순위, 기본 스케이팅이 안정적인 이규혁 선수를 2순위 정도로 주저 없이 꼽겠어. 하지만 ‘키스 & 크라이’는 8월에 있을 김연아 아이스쇼에 설 커플을 뽑는 거잖아. 한 쌍의 남녀가 같은 동작을 취하는 걸 기본으로 하면서 남자가 여자를 들어 올리는 리프트 등이 추가된 페어 종목이나, 남녀가 양팔 길이 이상으로 멀어지면 감점인 아이스댄싱처럼 명확한 채점 기준이 있는 종목에서 겨루는 게 아니라고. 그렇기 때문에 전문 피겨 스케이터와의 파트너십도 파트너십이지만 크리에이티브하게 쇼를 연출하는 능력이 더 필요할 것 같아.
설마 유노윤호가 그런 부분이 부족하다는 건 아니겠지?
물론 아니지. 어쨌든 기본적으로 동방신기로서 무대 위에서 활약하는 게 이 사람의 직업이니까. 다만 전체 구성을 정식 종목보다 자유롭게 짤 수 있다는 점에서 약체로 평가받는 사람들의 역전 승부가 가능하다고 볼 수 있겠지. 지금 최고 약체는 누구인 건데?
꼴찌를 차지한 건 아이유인데, 현재 서지석, 아이유, 진지희가 하위 그룹을 형성하고 있어. 그나마 서지석이 근육 모양 옷과 바지를 벗는 무리한 퍼포먼스로 황당하나마 웃음을 줬다면 아이유와 진지희는 테크닉을 떠나 뭔가 뚜렷하게 자기 스타일을 보여주지 못했어. 50대로서 처음 스케이트에 도전하는 박준금 여사님도 자신의 전공이던 무용의 선을 나름대로 살리려 했던 걸 생각하면 아이유는 많이 부족하고 안타까운 케이스지.
그런데 아무리 창의적인 연출을 준비한다고 해도 최소한 넘어지거나 불안하진 않은 스케이팅 실력은 갖춰야 뭘 해도 할 거 아니야.
그렇지. 그래서 크리스탈의 파트너인 이동훈이 계속 강조하는 게 기초인 거야. 크리스탈은 기초가 재미없다고 뭔가 멋있는 기술을 배우고 싶어 하는데 우선 스텝이나 몸의 밸런스가 깔끔해야 머릿속에 그렸던 쇼를 안정적으로 보여줄 수 있겠지. 물론 크리스탈 입장에서는 첫 무대에서 의자를 이용한 기술까지 성공적으로 구사했던 만큼 눈에 띄는 비장의 무기를 획득하고 싶겠지만. 그런 면에선 이동훈이 생초보인 아이유를 맡는 게 차라리 나았지 싶어.
아무래도 둘이서 하는 거니까, 그치?
아까 크리에이티브의 중요성에 대해 말했는데 진짜 그런 게 가능하려면 서로 즐겁게 아이디어를 나누고 집중할 수 있는 파트너가 필요하니까. 단순히 실력 좋은 파트너라고 최고의 선택은 아닌 거지. 특히 파트너 구성이 스타와 전문 스케이터로 이뤄진 만큼 스타가 얼마나 잘 배우느냐가 중요한데, 이건 정말 성격이 잘 맞아야 하거든. 만약 현재 실력만으로 따지면 유노윤호와 현역 피겨 선수인 뮬러의 조합이 최고겠지만, 발전가능성이라는 점에서는 더 흥미로운 조합들도 있어. 예를 들면?
개인적으로는 희극 연기와 아크로바틱을 결합할 줄 아는 김병만을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로 보는데, 파트너인 이수경은 너무 밝고 잘 웃는 성격 때문에 그런 김병만의 코믹한 색깔을 잘 살려줄 수 있을 거 같아. 만약 현역 스케이터라면 좀 더 자신의 테크닉을 드러내고 싶어 할 수도 있지만 이수경은 현역에서 물러난 지 5년 이상 됐다는 게 오히려 장점인 것 같아. 정말 앞날이 막막한 서지석도 자신의 농담을 받아주고 테크닉을 잘 가르쳐줄 유선혜를 잘 만났고. 가장 기대되는 건 이규혁, 최선영 커플인데 스케이팅 능력에 비해 쑥스러움이 많은 이규혁에게 장난스럽게 스킨십과 시선 처리를 가르쳐주는 최선영은 최고의 선생님인 거 같아. 결국 시너지란 건, 1+1=2의 세계가 아니니까.
결국 케미스트리라는 거지?
응. 티격태격하면서도 그 둘이기에 가능한 그림을 만드는 게 필요한 거지. 톰과 제리, 히로와 노다, 샘과 딘…
좀 남녀 관계로 재밌는 건 없나?
Q&A?
글. 위근우 기자 eight@
편집. 이지혜 seven@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