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0cm 이하 남자들의 영원한 위너, 리오넬 메시. 하지만 남자들은 여자들이 메시에게 끌리는 이유를 잘 알지 못한다. 단지 작고 귀여워서, 축구를 잘해서라고 말하기에는 메시에게는 숨겨진 매력이 너무나도 많다. 그래서 메시의 매력을 아직 발견하지 못한 당신을 위해 준비했다. 다음은 챔피언스리그를 앞두고 스포츠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잘 알지만 여자들의 마음은 도통 모르는 한 남자와, 베컴보다 메시가 좋은 한 여자의 대화다.
이번 주말이면 해외 축구 시즌도 끝나네. 벌써 챔피언스리그 결승이야.
응. 너는 맥주를 벌써 사놨다며? 나는 살찌니까 치맥은 됐고, 뻥튀기라도 먹으면서 보려고. 새벽 3시 45분이라니 시간이 너무 애매해서 자다가 일어나서 봐야 할지, 그냥 밤을 새야 할지 모르겠어.
너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보려고? 왜? 박지성 나와서?
아니! 나 바르셀로나 좋아하잖아. 메시도 좋아하고. 이번 챔스 결승전에는 박지성이 꼭 선발로 나와서 잘 했으면 하는데, 그래도 마지막에는 바르셀로나가 이겼으면 좋겠어. 메시 응원해야지. 아, 너 메시 좋아했구나! 메시도 여자 팬이 있는 걸 오늘 알았네.
왜? 메시가 어때서? 축구도 잘하고 귀엽잖아. 메시가 얼마나 매력적인지 남자들은 잘 모르는 것 같더라. 메시를 좋아한다고 하면 항상 메시가 왜 좋은지 물어보더라고.
축구 잘하는 건 알겠는데, 귀여운 건……. 여자들이 귀엽다고 하면 정확히 무슨 의미인지를 모르겠어. 귀엽다면 작아서 귀엽다는 거야?
작다고 다 귀여우면, 너도 귀엽게? 작아서 귀여운 것도 있지만, 메시는 기본적으로 모성 본능을 일으키는 스타일이야. 메시의 버릇 중에 긴팔 유니폼을 항상 손등을 덮게 입는 버릇이 있는데, 그건 마치 어린 아이가 한 치수 큰 옷을 입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주거든. 그리고 사람의 눈을 잘 마주치지 못하고 수줍어한다든가, 작아서 눈에 잘 안 띄니까 사진 같은 데서 찾다보면 까치발을 들고 서있다든가 하는 외모적인 모습에서 참을 수 없는 귀여움을 느끼는 거지. 아이돌에 비유한다면, 막내의 느낌? 남자 아이돌 그룹의 막내에게 요구되는 조건이 뭔지 생각해 봐.
……노래를 못한다?
아휴 답답해! 그게 아니고, “막내 재원이는 Shy Guy” 몰라? 형들 뒤에 숨어서 ‘아무 것도 몰라요’라는 표정으로 생글생글 웃고, 뭐 하나라도 잘 할라 치면 항상 형들이 우쭈쭈쭈 해주는 그런 느낌 있잖아. 실제로 바르셀로나 1군 올라왔을 때 호나우지뉴, 데쿠 같은 당시 바르셀로나에서 뛰던 세계적인 선수들이 메시를 정말 예뻐했다고 해. 특히 메시가 “우리는 호나우지뉴의 시대에 살고 있다”는 말을 할 정도로 호나우지뉴랑은 각별한 사이였는데, 나중에 호나우지뉴가 떠나게 돼서 메시가 많이 아쉬워하기도 했었지. 말이 좀 새기는 했지만, 어찌됐건 메시한테는 좀 챙기고 보살펴 줘야 할 것 같은 매력이 있다는 이야기야. 그리고 메시가 1군에 올라온 게 2004년이니까, 우리 나이로 열여덟 살 때거든. 그러니까 그 때부터 지금까지 메시를 지켜봐온 팬들은 메시의 어릴적 모습부터 지켜봐온 셈이니 메시의 성장을 지켜봐 온 것 같이 뿌듯한 느낌도 있지. 이건 귀엽다는 단어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감정이야.
그렇지만 아무리 그래도 더 키 크고 잘생기고 축구 잘하는 다른 선수들도 많잖아. 카카라든가, 호날두라든가, 토레스라든가.
물론 솔직히 말해서 메시가 그런 선수들보다 잘생겼다고 할 수는 없어. 하지만 메시에게는 이미 이야기한 귀여움이라는 매력이 있고, 거기에다가 실력에 비해 겸손하고 조용한 멘탈도 갖고 있지. 즐라탄이나 호날두처럼 자신감 있는 태도도 사실 축구선수의 매력이 될 수 있어. 하지만 메시는 스스로 자신감 있으면서도 그걸 별로 티 내지 않고 인터뷰에서는 말을 아끼는 편인데, 그게 참 겸손하다는 느낌을 주거든. 얼마 전 인터뷰에서는 역대 최고의 축구선수는 누구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나중에 역대 최고 선수라는 말을 듣고 싶은 욕심은 별로 없다”고 말하기도 했어. 늘 축구만 생각하는 것 같은데, 축구를 통해서 명성을 얻거나 더 화려한 생활을 하는 데는 별 관심이 없는 것 같아. 메시만 좋아한다면 좀 아쉬운 부분일 수도 있는데, 팀을 함께 좋아하는 입장에서는 정말 고마운 부분이지. 그리고 다른 선수들에 대한 얘기는, 너 구하라가 키가 더 커졌다고 무조건 키 큰 구하라만 좋아할 거야?
그런데 이상하게 아까 전부터 네가 묘하게 키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진정해, 기분 탓일 거야. 어찌됐건 메시는 축구선수고 키나 외모는 그렇게 중요한 요소가 아니라는 말을 하고 싶은 거야. 스포츠와 스포츠 선수들을 좋아하다보면 스포츠 자체 말고 외적인 부분으로 상처를 받거나 힘든 경우들이 있잖아? 하지만 메시는 그런 일이 거의 없어. 현재 팀 동료인 피케가 어린 시절부터 유스에서 함께 뛰었는데, 메시를 처음 봤을 때 너무 말이 없어서 “벙어리 인 줄 알았다”고 했을 정도였대. 조용하고, 휴식 시간도 거의 가족과 함께 보내고 소란스러운 가십에 얽히는 일도 거의 없고. 내가 맞춤형 축구선수 찾기에서 나쁜 남자 타입이 나왔던 건 사실이지만, 그건 그냥 이상형일 뿐이고 메시는 축구선수로서 좋아하기엔 정말 이상적인 선수야.
나쁜 남자가 대세인 줄 알았는데 착하고 귀여운 남자도 인기가 있긴 하네.
하지만 그렇다고 메시에게 귀여움만 있다고 생각하는 건 편견이다, 너? 메시는 피치 위에서는 진짜 남자 중의 남자라고. 여자들은 보통 자기 일에 집중하는 남자에게 매력을 느낀다고 하잖아? 그러니까 축구선수가 피치 위에서 어떤 모습인가는 정말 중요한 거거든. 근데 메시는 축구를 할 때와 하지 않을 때가 정말 달라. 축구를 하지 않을 때는 앞에서 말한 것처럼 조용하고 눈에 띄지 않지만, 축구 할 때는 22명이 함께 뛰고 있어도 메시만 보이니까 말이야. 야, 나도 축구 보거든? 메시만 보이기에는 바르셀로나에 대단한 선수들이 얼마나 많은데.
이를테면 말이 그렇다는 거지. 너 카라가 노래하면 구하라만 보이는 느낌이라고 했어 안했어? 비슷한 거야. 어찌됐건 축구에서만큼은 승부욕이 정말 강해서, 그냥 축구 게임만 하더라도 눈빛이 달라지고, 지거나 하면 잠을 잘 못 잘 정도래. 그래서 그런지 지거나 좋지 않은 경기를 한 다음에는 반드시 보답처럼 훌륭한 활약을 보여주곤 해. 이번 챔피언스리그 16강 1차전에서 아스널에게 진 뒤로 무척 속상해했다고 하는데, 2차전에서 정말 환상적인 활약을 보여줬었지. 메시는 원정경기 같은 데서 심한 야유를 들어도 경기가 시작되면 공에만 집중하게 돼서 그런 소리는 하나도 들리지 않는대. 아주 심한 태클이 들어왔을 때를 제외하면 메시가 넘어지지 않는 건, 아마 그런 집중력 때문일 거야. 사실 메시는 축구할 때가 가장 멋있는 것 같아. 그 작은 선수가 몇 명이나 되는 수비수들을 뚫고 골을 넣거나 환상적인 드리블과 패스를 보여줄 때는, 잠 좀 덜 자고 축구를 보길 정말 잘했다고 생각하게 된다니까!
메시의 그런 면에서도 여자들이 매력을 느낄 수도 있구나.
그 뿐만이 아니야. 여자들이 가족이나 아이를 사랑하는 남자들을 굉장히 좋아하잖아. 리버풀의 제라드도 평소에는 무뚝뚝한 느낌이지만 딸 앞에서만 풀어지는 ‘딸바보’ 이미지로 여성 팬들이 많고 말이야. 메시도 마찬가지야. 메시가 골을 넣고 하는 세리머니에는 보통 가족이나 주변 사람들에게 바친다는 의미가 숨겨져 있는 경우가 많은데 저러다 사돈에 팔촌에게까지 골을 바치겠다 싶을 정도라니까. 가족을 사랑하고, 조카들과 놀아주는 모습도 귀엽고. 정말 알면 알수록 더 좋아지는 선수야.
여자들이 아이를 좋아하는 남자를 좋아한다고? 나한테는 애들 좀 그만 좋아하라며 다들 구박만 하는데?
그건, 음. 네가 메시나 제라드가 아니라서? 미안. 흠흠. 어찌됐건 메시는 좋아할 만한 이야기거리를 스스로 갖고 있는 선수야. 여자 축구팬들은 선수나 클럽이 갖고 있는 이미지나 이야기를 좋아하는 경우가 많은데, 메시는 어린 시절 성장호르몬 장애가 있었지만 그걸 극복해냈다는 드라마틱한 스토리를 가지고 있잖아? 그래서 축구선수로 성공한 후로 자신과 비슷한 병을 앓고 있거나 또 다른 장애가 가진 어린이들을 돕는 재단을 설립해서 돕고 있는데, 그런 모습에서 다시 한 번 과거의 이야기를 떠올리게 되고, 다시금 지금 뛰고 있다는 사실이 기적같고 그런 거지. 그러니까 넌 내가 아이돌 그룹에서 비주얼 멤버만 좋아한다거나, 성격과 상관없이 외모 때문에 독고진에게 빠져들었다고 해서 축구선수까지도 얼굴만 볼 거라는 편견을 버려!
근데 너 2002년에는 잘생겼다고 김남일 좋아하고 베컴이랑 산타크루즈 사진 모으고 그랬다며.
그…그건 철없을 때고! 근데 그건 어떻게 알았어?
흠, 어찌됐건 네가 메시를 왜 좋아하는지는 이제 확실히 알겠어. 그래도 나는 박지성이 있으니까 챔스 결승은 맨유 응원할래.
그래? 그럼 우리 결승 결과 보고 저녁 사기 내기 할까? 맨유가 이기면 내가 저녁을 사고, 바르셀로나가 이기면 네가 저녁을 사는 거야. 어때?
콜! 근데 그럼 어차피 만나긴 만나야 되는 거네?
음… 그러네?
사진제공. 메시 공식사이트
글. 윤이나(TV평론가)
편집. 이지혜 seven@
이번 주말이면 해외 축구 시즌도 끝나네. 벌써 챔피언스리그 결승이야.
응. 너는 맥주를 벌써 사놨다며? 나는 살찌니까 치맥은 됐고, 뻥튀기라도 먹으면서 보려고. 새벽 3시 45분이라니 시간이 너무 애매해서 자다가 일어나서 봐야 할지, 그냥 밤을 새야 할지 모르겠어.
너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보려고? 왜? 박지성 나와서?
아니! 나 바르셀로나 좋아하잖아. 메시도 좋아하고. 이번 챔스 결승전에는 박지성이 꼭 선발로 나와서 잘 했으면 하는데, 그래도 마지막에는 바르셀로나가 이겼으면 좋겠어. 메시 응원해야지. 아, 너 메시 좋아했구나! 메시도 여자 팬이 있는 걸 오늘 알았네.
왜? 메시가 어때서? 축구도 잘하고 귀엽잖아. 메시가 얼마나 매력적인지 남자들은 잘 모르는 것 같더라. 메시를 좋아한다고 하면 항상 메시가 왜 좋은지 물어보더라고.
축구 잘하는 건 알겠는데, 귀여운 건……. 여자들이 귀엽다고 하면 정확히 무슨 의미인지를 모르겠어. 귀엽다면 작아서 귀엽다는 거야?
작다고 다 귀여우면, 너도 귀엽게? 작아서 귀여운 것도 있지만, 메시는 기본적으로 모성 본능을 일으키는 스타일이야. 메시의 버릇 중에 긴팔 유니폼을 항상 손등을 덮게 입는 버릇이 있는데, 그건 마치 어린 아이가 한 치수 큰 옷을 입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주거든. 그리고 사람의 눈을 잘 마주치지 못하고 수줍어한다든가, 작아서 눈에 잘 안 띄니까 사진 같은 데서 찾다보면 까치발을 들고 서있다든가 하는 외모적인 모습에서 참을 수 없는 귀여움을 느끼는 거지. 아이돌에 비유한다면, 막내의 느낌? 남자 아이돌 그룹의 막내에게 요구되는 조건이 뭔지 생각해 봐.
……노래를 못한다?
아휴 답답해! 그게 아니고, “막내 재원이는 Shy Guy” 몰라? 형들 뒤에 숨어서 ‘아무 것도 몰라요’라는 표정으로 생글생글 웃고, 뭐 하나라도 잘 할라 치면 항상 형들이 우쭈쭈쭈 해주는 그런 느낌 있잖아. 실제로 바르셀로나 1군 올라왔을 때 호나우지뉴, 데쿠 같은 당시 바르셀로나에서 뛰던 세계적인 선수들이 메시를 정말 예뻐했다고 해. 특히 메시가 “우리는 호나우지뉴의 시대에 살고 있다”는 말을 할 정도로 호나우지뉴랑은 각별한 사이였는데, 나중에 호나우지뉴가 떠나게 돼서 메시가 많이 아쉬워하기도 했었지. 말이 좀 새기는 했지만, 어찌됐건 메시한테는 좀 챙기고 보살펴 줘야 할 것 같은 매력이 있다는 이야기야. 그리고 메시가 1군에 올라온 게 2004년이니까, 우리 나이로 열여덟 살 때거든. 그러니까 그 때부터 지금까지 메시를 지켜봐온 팬들은 메시의 어릴적 모습부터 지켜봐온 셈이니 메시의 성장을 지켜봐 온 것 같이 뿌듯한 느낌도 있지. 이건 귀엽다는 단어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감정이야.
그렇지만 아무리 그래도 더 키 크고 잘생기고 축구 잘하는 다른 선수들도 많잖아. 카카라든가, 호날두라든가, 토레스라든가.
물론 솔직히 말해서 메시가 그런 선수들보다 잘생겼다고 할 수는 없어. 하지만 메시에게는 이미 이야기한 귀여움이라는 매력이 있고, 거기에다가 실력에 비해 겸손하고 조용한 멘탈도 갖고 있지. 즐라탄이나 호날두처럼 자신감 있는 태도도 사실 축구선수의 매력이 될 수 있어. 하지만 메시는 스스로 자신감 있으면서도 그걸 별로 티 내지 않고 인터뷰에서는 말을 아끼는 편인데, 그게 참 겸손하다는 느낌을 주거든. 얼마 전 인터뷰에서는 역대 최고의 축구선수는 누구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나중에 역대 최고 선수라는 말을 듣고 싶은 욕심은 별로 없다”고 말하기도 했어. 늘 축구만 생각하는 것 같은데, 축구를 통해서 명성을 얻거나 더 화려한 생활을 하는 데는 별 관심이 없는 것 같아. 메시만 좋아한다면 좀 아쉬운 부분일 수도 있는데, 팀을 함께 좋아하는 입장에서는 정말 고마운 부분이지. 그리고 다른 선수들에 대한 얘기는, 너 구하라가 키가 더 커졌다고 무조건 키 큰 구하라만 좋아할 거야?
그런데 이상하게 아까 전부터 네가 묘하게 키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진정해, 기분 탓일 거야. 어찌됐건 메시는 축구선수고 키나 외모는 그렇게 중요한 요소가 아니라는 말을 하고 싶은 거야. 스포츠와 스포츠 선수들을 좋아하다보면 스포츠 자체 말고 외적인 부분으로 상처를 받거나 힘든 경우들이 있잖아? 하지만 메시는 그런 일이 거의 없어. 현재 팀 동료인 피케가 어린 시절부터 유스에서 함께 뛰었는데, 메시를 처음 봤을 때 너무 말이 없어서 “벙어리 인 줄 알았다”고 했을 정도였대. 조용하고, 휴식 시간도 거의 가족과 함께 보내고 소란스러운 가십에 얽히는 일도 거의 없고. 내가 맞춤형 축구선수 찾기에서 나쁜 남자 타입이 나왔던 건 사실이지만, 그건 그냥 이상형일 뿐이고 메시는 축구선수로서 좋아하기엔 정말 이상적인 선수야.
나쁜 남자가 대세인 줄 알았는데 착하고 귀여운 남자도 인기가 있긴 하네.
하지만 그렇다고 메시에게 귀여움만 있다고 생각하는 건 편견이다, 너? 메시는 피치 위에서는 진짜 남자 중의 남자라고. 여자들은 보통 자기 일에 집중하는 남자에게 매력을 느낀다고 하잖아? 그러니까 축구선수가 피치 위에서 어떤 모습인가는 정말 중요한 거거든. 근데 메시는 축구를 할 때와 하지 않을 때가 정말 달라. 축구를 하지 않을 때는 앞에서 말한 것처럼 조용하고 눈에 띄지 않지만, 축구 할 때는 22명이 함께 뛰고 있어도 메시만 보이니까 말이야. 야, 나도 축구 보거든? 메시만 보이기에는 바르셀로나에 대단한 선수들이 얼마나 많은데.
이를테면 말이 그렇다는 거지. 너 카라가 노래하면 구하라만 보이는 느낌이라고 했어 안했어? 비슷한 거야. 어찌됐건 축구에서만큼은 승부욕이 정말 강해서, 그냥 축구 게임만 하더라도 눈빛이 달라지고, 지거나 하면 잠을 잘 못 잘 정도래. 그래서 그런지 지거나 좋지 않은 경기를 한 다음에는 반드시 보답처럼 훌륭한 활약을 보여주곤 해. 이번 챔피언스리그 16강 1차전에서 아스널에게 진 뒤로 무척 속상해했다고 하는데, 2차전에서 정말 환상적인 활약을 보여줬었지. 메시는 원정경기 같은 데서 심한 야유를 들어도 경기가 시작되면 공에만 집중하게 돼서 그런 소리는 하나도 들리지 않는대. 아주 심한 태클이 들어왔을 때를 제외하면 메시가 넘어지지 않는 건, 아마 그런 집중력 때문일 거야. 사실 메시는 축구할 때가 가장 멋있는 것 같아. 그 작은 선수가 몇 명이나 되는 수비수들을 뚫고 골을 넣거나 환상적인 드리블과 패스를 보여줄 때는, 잠 좀 덜 자고 축구를 보길 정말 잘했다고 생각하게 된다니까!
메시의 그런 면에서도 여자들이 매력을 느낄 수도 있구나.
그 뿐만이 아니야. 여자들이 가족이나 아이를 사랑하는 남자들을 굉장히 좋아하잖아. 리버풀의 제라드도 평소에는 무뚝뚝한 느낌이지만 딸 앞에서만 풀어지는 ‘딸바보’ 이미지로 여성 팬들이 많고 말이야. 메시도 마찬가지야. 메시가 골을 넣고 하는 세리머니에는 보통 가족이나 주변 사람들에게 바친다는 의미가 숨겨져 있는 경우가 많은데 저러다 사돈에 팔촌에게까지 골을 바치겠다 싶을 정도라니까. 가족을 사랑하고, 조카들과 놀아주는 모습도 귀엽고. 정말 알면 알수록 더 좋아지는 선수야.
여자들이 아이를 좋아하는 남자를 좋아한다고? 나한테는 애들 좀 그만 좋아하라며 다들 구박만 하는데?
그건, 음. 네가 메시나 제라드가 아니라서? 미안. 흠흠. 어찌됐건 메시는 좋아할 만한 이야기거리를 스스로 갖고 있는 선수야. 여자 축구팬들은 선수나 클럽이 갖고 있는 이미지나 이야기를 좋아하는 경우가 많은데, 메시는 어린 시절 성장호르몬 장애가 있었지만 그걸 극복해냈다는 드라마틱한 스토리를 가지고 있잖아? 그래서 축구선수로 성공한 후로 자신과 비슷한 병을 앓고 있거나 또 다른 장애가 가진 어린이들을 돕는 재단을 설립해서 돕고 있는데, 그런 모습에서 다시 한 번 과거의 이야기를 떠올리게 되고, 다시금 지금 뛰고 있다는 사실이 기적같고 그런 거지. 그러니까 넌 내가 아이돌 그룹에서 비주얼 멤버만 좋아한다거나, 성격과 상관없이 외모 때문에 독고진에게 빠져들었다고 해서 축구선수까지도 얼굴만 볼 거라는 편견을 버려!
근데 너 2002년에는 잘생겼다고 김남일 좋아하고 베컴이랑 산타크루즈 사진 모으고 그랬다며.
그…그건 철없을 때고! 근데 그건 어떻게 알았어?
흠, 어찌됐건 네가 메시를 왜 좋아하는지는 이제 확실히 알겠어. 그래도 나는 박지성이 있으니까 챔스 결승은 맨유 응원할래.
그래? 그럼 우리 결승 결과 보고 저녁 사기 내기 할까? 맨유가 이기면 내가 저녁을 사고, 바르셀로나가 이기면 네가 저녁을 사는 거야. 어때?
콜! 근데 그럼 어차피 만나긴 만나야 되는 거네?
음… 그러네?
사진제공. 메시 공식사이트
글. 윤이나(TV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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