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 Mnet 밤 12시
언젠가부터 Mnet의 음악 방송은 공간을 중심으로 재편되는 듯하다. 식당이나 거리에서 공연을 펼치는 이 사운드보다는 즉흥적 편곡의 과정에 집중한다면, 클럽을 활용하는 는 록킹한 에너지를, 그리고 일종의 복합 문화 공간을 표방하는 는 출력은 낮되 좀 더 명료한 라이브를 들려준다. 그리고 지난 주말에 출연한 UV는 이러한 공간의 차이를 너무나 잘 아는 뮤지션이었다. 빈티지한 신시사이저 연주가 매력적인 ‘이태원 프리덤’을 어쿠스틱 기타 버전으로 만들어낸 뮤지의 탁월한 편곡 감각 때문만은 아니다. KBS 에 나올 때와 달리 안무를 자제하고 보컬 자체에 집중한 무대도 흥미로웠지만 또 그 때문만도 아니다.

‘꾸며 입는 게 창피해서’ 추리닝에 찢어진 청바지를 입고 나왔다지만, 평소와 달리 헝클어진 장발 가발까지 쓴 유세윤의 모습은 영락없는 커트 코베인에 대한 오마주였다. 그는 ‘우리가 최고’라는 UV 특유의 가상적 태도와 겉멋을 싫어하는 진짜 유세윤 사이에서 평소보다 좀 더 치기 어린, 커트 코베인을 연상시키는 자유분방한 뮤지션의 태도를 보여줬다. 그들의 무대에서 가디건에 청바지를 입은 너바나의 MTV 언플러그드 공연이 떠오른 건 그 때문이다. 꾸밈없는 사운드에 맞춘 소박한 코스튬. 다시 말해 UV는 단순히 허를 찌르고 웃음을 주는 캐릭터에 만족하지 않고, 공간에 맞춰 음악적 방법을, 음악적 방법에 맞춰 가상의 태도 역시 변주해나간다. 이런 이들이 뮤지션이 아니라면 과연, 누구를 뮤지션이라 할 수 있을까.

글. 위근우 기자 e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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