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희의 재발견’ 금 MBC 밤 11시 5분
한 인물에 대한 다큐멘터리, 특히 그동안 이 박지성, 김명민, 이순재를 거치며 하나의 브랜드로 내세워 온 ‘셀러브리티 바이오그래피’에서 대상의 선정은 그 자체로 프로그램의 방향을 의미한다. 앞서 자기 분야에서 일가를 이루었던 인물들에 비해 아직 배우로서 뚜렷한 발자취를 남기지 못한 김태희지만 그가 대한민국에서 매우 독특한 입지를 지니고 있는 톱스타라는 면에서 충분히 설득력을 가질 수도 있는 선택이었다. 그러나 ‘태희의 사생활, 태희의 굴욕, 태희의 전설’로 이어지는 오프닝에서부터 김태희의 ‘특별함’을 강조한 이 다큐멘터리에는 발견도, 재발견도 없었다. 그를 가르쳤던 교사, 그를 짝사랑했던 동창들, 김태희의 친언니까지 예측 가능한 칭찬 일색의 인터뷰가 이어졌고 연애 경험을 두루뭉술하게 언급하는 김태희에게는 “지금은 남자친구 있으세요?” “남자들이 가만히 안 둘 것 같은데” 등 하나마나한 질문이 던져졌다. 물론 ‘셀러브리티’와의 작업 대부분은 그들이 보여주고자 하는 것을 전달하는 선에서만 가능하다. 그러나 그와 함께 작업했던 남자배우들로부터 “잘 먹는다. 털털하다” 정도의 이야기만을 끌어내고, 김태희의 연기력 논란을 시간 순으로 되짚으며 “노력했다”는 본인과 주위의 증언을 그대로 옮기는 것은 제작진의 관점 문제다. 연예 매체의 ‘스타고백’과 KBS 코멘터리를 오가는 것처럼 산만한 구성 역시 이 정체성 없는 다큐멘터리의 단면을 보여준다. “이제는 배우가 되고 싶다”는 김태희의 마지막 고백이 진심으로 보였음에도 더없이 공허하게 울려 퍼진 것은 그 때문이다. 섭외는 프로그램의 시작이지 끝이 아니다. 시작이 반이라 해도, 그것은 반일 뿐이다.

글. 최지은 f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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