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하, 이소라 자질논란에 “아이돌 봐 그럼” 리트윗 옹호
윤하, ‘나가수’ 이소라 간접 옹호 “자질논란?”
윤하, 이소라 옹호글 리트윗 ‘전적으로 동감?’
윤하, 나가수 이소라 옹호발언 리트윗 “지금처럼 노래하시길”

검색창에 ‘윤하’를 치면 쏟아지는 기사 제목들이다. 지난 주 이틀 가량, 윤하의 ‘리트윗’에 관한 기사는 포털 사이트 연예뉴스 메인의 목 좋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팩트는 크게 틀리지 않다. 무에서 유를 창조한 것도 아니다. 지난 22일, 윤하가 MBC ‘나는 가수다’의 이소라에 관한 자질 논란에 대해 반박하는 글을 리트윗(다른 사람이 트위터에 쓴 글을 자신의 트위터에 게시함으로써 팔로워들과 공유하거나 추천하는 것)한 것은 사실이다. 한 디자이너가 쓴 이 글의 원문은 다음과 같다. “이소라 씨가 지나치다 할 만큼 감정적인 사람이 아니라면, 그의 노래는 지금 우리가 듣는 것과 전혀 다를 것이다. 나는 그가 ‘처세’에 매끄럽지 못하더라도 지금처럼 노래하길 바란다. 자질논란? 방송에 철저하고 친절하도록 교육받은 그런? 아이돌 봐, 그럼.”

정보의 홍수 속에서 도드라지는 매체의 직무유기

이 글에 동의할 수도 있고, 동의하지 않을 수도 있다. 이는 ‘나는 가수다’를 둘러싼 무수한 논란 가운데 시청자, 대중의 한 사람이 제시할 수 있는 의견의 하나다. 그러나 24일 한 연예 매체가 이를 기사화하고 25일부터 비슷비슷한 내용의 기사들이 더해지며 이 글은 ‘논란’이 되었다. 윤하가 직접 쓴 글이 아니었고 대부분의 기사 역시 이를 명기했지만 이어 등장하는 “사실상 동의한 것으로 보인다”를 비롯해 “동조”, “우회적 옹호” 등의 해석으로 인해 윤하는 마치 대중을 향해 “아이돌 봐, 그럼”이라 일갈한 연예인처럼 표현되었다. 심지어 한 매체는 이 글을 인용하며 “윤하가 자신의 트위터에서 말했다”고 쓰기도 했다. 물론 윤하가 해당 글에 일정 부분 동의한 것은 사실일 것이다. 그러나 ‘공감’과 ‘동조’, ‘옹호’는 모두 미묘하게 다른 영역이며, 트위터에서의 리트윗 역시 ‘100% 동의’나 ‘강력 추천!’을 의미하는 것만은 아니다. 단순한 정보 전달이나 공유, 비판에도 리트윗 기능이 사용된다. 문제는 ‘한 네티즌’의 트위터 글일 때는 논란, 혹은 언론의 ‘떡밥’이 될 수 없는 내용이 윤하라는 유명인의 이름을 걸고 확산되었으며 그 과정에서 적지 않은 오해가 불러일으켜졌다는 점이다. 윤하가 아닌 다른 연예인 역시 이 글을 리트윗 했지만 그가 언론의 타겟이 되지 않은 이유는 알 수 없다. 가수가 아니기 때문일 수도, 윤하에 대한 기사가 먼저 등장했기 때문일 수도, 혹은 운 좋게 기자들의 ‘매의 눈’을 피한 덕분일 수도 있다.

최근 정신과 의사 정혜신 박사는 자신의 트위터에 “김제동이 울었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역시 ‘나는 가수다’를 둘러싼 논란의 한가운데에 있었던 그의 마음고생을 짐작하게 하는 내용이었지만 이 글은 ‘정신과 의사가 환자의 상담 내용을 누설했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정 박사의 글 안에는 두 사람의 대화가 ‘상담’임을 드러내는 표현이 없었음에도 매체들은 이것이 상담이라 전제하거나 아예 “제동이 (상담을 위해 병원에) 왔다”며 괄호 안의 내용까지 추측해 덧붙였다. 결국 김제동의 소속사 측과 정혜신 박사가 두 사람의 평소 친분에 대해 설명하고 정신과 상담이 아니라 일상적 대화였음을 밝힌 뒤에야 논란은 다소 사그라들었다. 물론 정 박사가 정신과 의사라는 사실 때문에 일상적 대화를 상담으로 오해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를 논란으로 비화시키기 전 사실 여부를 확인하지 않은 것은 매체의 직무유기다. 또한 ‘의사가 상담 내용을 발설하는 것은 의료 윤리에 어긋난다’는 논지의 기사에서 단지 네티즌들의 동어반복적 ‘의견’만을 주장의 근거로 삼은 것이야말로 문제가 될 만한 지점이다.

스타와 매체, 어디까지 왔나

수많은 매체들이 유명인의 트위터 글을 기사화하는 것이 상례가 된 요즘, 윤하나 정혜신 박사의 케이스는 하나의 작은 해프닝일 수도 있다. 그러나 동시에 이는 지금 스타와 매체의 관계가 어디까지 오고야 말았는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척도이기도 하다. 과거의 스타들은 매체와 일대 일 인터뷰를 했다. 하지만 요즘 대부분의 스타들은 인터뷰보다 기자간담회나 라운드 인터뷰(여러 매체를 한 팀으로 묶은 테이블마다 일정 시간을 주고 인터뷰하는 것)를 선호한다. 바쁘다는 이유도 있겠지만 인터뷰에 특별히 시간을 내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이유도 적지 않게 작용한다. 영화 홍보 등을 목적으로 꼭 인터뷰를 해야 한다면 며칠 동안 수십여 개의 매체를 모두 도는 쪽을 택한다. 비슷비슷한 질문과 답변이 쏟아져도 어쩔 수 없다. 리스트에 포함되지 못한 매체에서 작품이나 배우를 비난하는 기사를 낼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속도전의 시대인 만큼 어느 매체에서 기사가 먼저 나가느냐를 두고도 신경전이 벌어지기 때문에 고심 끝에 엠바고를 걸기도 한다.

결국 매체가 스타들을 직접 만나기는 점점 어려워지는 환경이지만 여전히 스타들에 대한 기사는 쏟아지고 그 중에서 자극적인 요소들이 모여 ‘대중’을 움직인다. 맥락 없이 던져지는 정보는 오해를 부르고, 언론이 그 오해를 줄일 최소한의 노력조차 하지 않거나 때로는 조장하면서 여론은 종종 대상을 음해하지만 누구도 책임은 지지 않는다. 많은 스타들이 미니홈피보다 더 직접적으로, 기사보다 빠르게 대중을 만날 수 있는 통로로 택한 트위터 역시 기사를 통해 해석되고 포털 사이트의 ‘제목’으로 변형되면서 이들은 리트윗 버튼 하나조차 마음 편히 누를 수 없는 소셜 네트워크의 감옥에 갇히고 말았다. 연예인의 트위터 사용이 논란이 되는 것은 그들의 경솔함 이전에 어떻게든 스타를 기사거리로 이용하려는 매체 환경의 문제다. 스타는 숨고, 매체는 쫓는다. 매체가 공격적으로 달려들수록 스타는 방어적이 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이렇게 하나하나 스타들의 입을 막고 지하 감옥에 몰아넣은 뒤에 우리가 만나게 될 것을 짐작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지금보다 훨씬 더 재미없는 세상, 그리고 스타의 주변을 떠돌던 매체들의 몰락이다.

글. 최지은 five@
편집. 이지혜 sev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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