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회 MBC 월-화 밤 9시 55분
한 날 한 시에 태어난 두 주인공의 출생으로 시작해 아이를 바꿔치기 하는 막순(윤유선)으로 끝나는 첫 화는 빠르고 흡인력 있는 전개나 변칙적인 스토리텔링 대신 생생하게 살아 숨 쉬는 캐릭터를 선택했다. 상을 당해 모든 게 무채색이고 맥이 없는 김진사(최종환) 댁과, 생에 대한 욕망으로 득시글거리는 거지패 움막을 대조적으로 그리며 인물들과 그 배경을 소개하는 데 공을 들인 첫 화는 민초들을 중심으로 한 사극이라는 의 지향점을 선명하게 했다. 거지 움막에서 태어난 아이를 보면서도 “용마가 우는 밤 용마골에서 태어난 아이가 나라에 이름을 떨친다는 예언을 들었다”며 희망을 걸어 보는 쇠돌(정인기)과, 제 새끼가 아님에도 팔을 걷어 부치고 기꺼이 대신 젖동냥을 다니는 큰년(서이숙), 한 끼의 걸식을 위해서라면 상갓집 앞에서 알몸으로 시위하는 것도 두려워하지 않는 거지패 왕초 장꼭지(이문식) 등 다채로운 인물 묘사는 큰 설명 없이도 극의 시대적, 공간적, 계급적 배경을 납득시키는 데 성공했다. 특히 노비의 신분임에도 자신의 욕망에 충실한 인물로 묘사된 막순은 첫 화의 중심을 차지했다. 주인집 양반과 동침을 한 것을 쇠돌에게 들키고도 되레 “나는 내가 좋아서 어르신한테 간 거야. 나는 어르신께서 면천시켜 주기로 약속하셨어”라고 쏘아 붙이는가 하면, 자신을 추격하던 춘보(윤용현)에게 칼을 겨누고도 머뭇거리는 쇠돌에게 “어서 죽이지 않고 뭘 망설이느냐”고 소리 지르는 막순은 그 캐릭터의 스펙트럼을 펼치는 것만으로도 한 회분의 서사를 지탱하는 힘을 지녔다. MBC , KBS 에서 손에 잡힐 듯한 인물들을 그려낸 김운경 작가의 힘은 조선에서도 유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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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승한 fourt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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