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겨울시즌에 인기 영국 드라마를 리메이크한 미국 드라마가 3편 소개됐다. 이들은 바로 케이블 채널 Syfy의 과 유료 케이블 채널 쇼타임의 , 그리고 미국 학부모 방송위원회(이하 PTC)로부터 보이콧을 당한 MTV의 다. 이 리메이크 시리즈들은 평론가들의 혹평에도 불구하고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다는 것이다. 평론 포털사이트 메타크리틱 (Metacritic)에 따르면 100점 만점에서 은 59점, 는 66점, 는 55점을 받았다. 평론가들의 공통적인 의견은 작품성이나 캐스팅 면에서 수준 높았던 오리지널 영국 시리즈에 한참 못 미치는 리메이크라는 것이다.

그러나 시청률 면에서는 지난 17일에 데뷔한 가 케이블 TV에서는 상당히 높은 수치인 326만 명을 기록해 모두를 놀라게 했다. 이는 MTV의 전체 시청률을 15%나 향상시키는 수치였다. 은 본 방송의 경우 196만 명이 시청했으며, 재방영까지 합산하면 총 380만 명이나 시청을 했다. 이는 2005년 이후 Syfy 채널 데뷔 시리즈 중 가장 높은 시청률이며, 18-49세 여성 시청자의 시청률도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전체 시청자 중 58% 이상이 여성이라고 한다. 이는 뱀파이어 소재의 영화 시리즈와 , 시리즈 등의 인기에 편승된 것으로 평론가들은 보고 있다.

미국판 , 학부모들이 왜 난리일까

윌리암 H. 메이시와 에미 로섬, 조안 쿠삭 등 연기파 배우들이 대거 출연해 눈길을 끌고 있는 의 경우 데뷔 에피소드가 130만 명의 시청률을 기록해 쇼타임에서 이후 7년 만에 높은 시청률을 기록한 시리즈로 꼽혔다. 인기 시리즈였던 (2004년)의 경우 데뷔 시청률이 93만6천명이었고, (2007년)의 경우 86만9천명, (2006년)의 경우 60만3천명에 그친 것에 비하면 엄청난 수치다.한편 는 “학부모들이 지금까지 본 TV쇼 중 자녀들에게 가장 위험한 시리즈”라고 주장하는 PTC로부터 곤욕을 당하고 있다. 이미 PTC의 압력으로 프로그램의 스폰서 중 페스트푸드 체인점 타코 벨과 세금전문업체‘에이치 & 알 블록, 샌드위치 체인점 서브웨이, 추잉검 회사 리글리, 면도기 회사 쉬크, 제너럴 모터스 등이 광고를 중단했다. 이 뿐만 아니라 PTC는 미국판 가 미국 내 아동 보호법에 저촉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PTC에 따르면 18세 미만을 모두 미성년자로 규정하는 미국에서 가 실제 15-19세 배우들에게 극중 노출을 조장했다는 것. PTC는 이와 관련해 이미 미국연방통신위원회 (FCC)는 물론 미국 상원과 하원에 심의를 강력하게 요구한 상태다.

이 같은 문제가 대두된 이유는 미국판 가 이미 수년 전 방영된 영국판 오리지널과 거의 흡사하지만 영국의 경우 방송심의가 미국보다 엄격하지 않으며, 이 때문에 노출수위도 상당히 높다. 또 미국이 미성년을 18세 이하로 규정하는 반면 영국은 기 기준 나이가 16세이다. 지금까지 미국 청소년 드라마 역시 문제가 될만한 부분이 많았으나, 법적 심의까지 가지 않은 것은 대부분 극중 청소년을 연기하는 배우들이 20대의 성인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심의 후 MTV가 고의적으로 미성년 배우에게 노출을 조장했다고 판단되거나, 이 같은 심의 요청이 접수됐는데도 불구하고 문제가 된 에피소드를 편집하지 않고 방영할 경우 심하게는 아동 포르노그라피로 인정돼 형사처벌을 감수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학부모 보이콧 악재만은 아니다

미국판 에 지속적인 보이콧이 계속되자, 시리즈 창작과 집필, 제작 등을 맡은 브라이언 에슬리는 급기야 성명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그는 가 현대 청소년들이 당면하는 문제를 사실적으로 표현한 시리즈이며, 일부 내용은 학부모나 성인들이 받아들이기에 힘들 수도 있지만 이들 역시 청소년들이 실제 겪는 일들을 묘사한 것이라고 밝혔다.

가 겪고 있는 어려움은 새로운 것은 아니다. MTV의 역시 이탈리아계 미국인 단체의 심한 압박을 받고, 몇몇 광고주를 잃기도 했다. 그러나 현재 9백만 명에 육박하는 높은 시청률을 자랑하는 것은 물론 미국 대중문화에 한 획을 긋는 기이한 현상을 일으키고 있다. 일부에서는 PTC의 보이콧은 의 시청률을 높이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으나, 두 번째 에피소드의 시청률은 첫 에피소드에 비해 52%나 하락한 160만 명에 그쳤다. 아직 이 시리즈들에 대한 평가를 내리기에는 시기 상조이지만, 리메이크 후 징크스를 깨고 자신만의 목소리를 찾은 나 처럼 이들이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으면 한다.

글. 뉴욕=양지현 (뉴욕 통신원)
편집. 이지혜 sev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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